[단독] 버려진 스티로폼...그속에서 발견된 개미집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4-07 11:16:51
  • -
  • +
  • 인쇄
오래방치돼 자연물처럼 변한 스티로폼 '뉴락'
땅속처럼 스티로폼 파고들며 집짓는 개미들
▲스티로폼에 집을 지은 개미들 ©newstree

버려진 스티로폼 덩어리 속에서 개미가 집을 짓고 사는 모습이 포착됐다. 개미가 스티로폼을 서식지로 활용한 사례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재활용되지 못하고 장시간 자연에 방치된 플라스틱은 풍화작용을 거치면서 자연물처럼 변하는데 이를 '뉴락'(New Rock)이라고 한다. '새로운 돌덩이'라는 의미인데, 이 뉴락에서 개미들이 집을 짓고 살고 있는 것이 최초로 확인된 것이다. 

뉴락에서 개미집을 발견한 장한나 작가는 7일 뉴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올초 인천에서 수집한 뉴락에서 하얀 가루가 떨어지는 것이 이상해서 자세히 살펴봤더니 스티로폼 안쪽에 개미들이 살고 있었다"고 밝혔다. 장한나 작가는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뉴락을 수집해 전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장 작가의 작업실 한 구석에 있는 커다란 돌덩이처럼 변한 스티로폼을 살펴보니, 구멍에서 개미들이 꼬불꼬불 연이어 기어나오고 있었다.

장 작가는 "보통 뉴락을 수집할 때 붙어있는 생물을 데려갈 수 없어서 다 털어내고 가져온다"면서 "수집할 당시에는 개미가 보이지 않았는데 작업실에 가져와서 보니 개미가 살고 있었다"고 했다.

▲스티로폼이 풍화돼 돌덩이처럼 변한 '뉴락'에서 발견된 개미집 ©newstree


개미들은 쉬지않고 스티로폼을 물어뜯고 그 가루를 구멍밖으로 내다버렸다. 그러다보니 뉴락 외부는 스티로폼의 가루가 소복하게 쌓여있었다. 장 작가는 "개미가 스티로폼 내부에 생태공간을 형성해가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스티로폼이 땅에 비해 무르기 때문에 구멍을 쉽게 팔 수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장 작가는 "흙에 비해 가볍고 정전기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몸에 자꾸 달라붙어 개미가 몇 번이고 털어내는 모습을 봤다"면서 "흙에서보다 훨씬 힘들게 집을 짓고 있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 거대한 스티로폼 돌덩이인 '뉴락'에 개미가 집을 짓는다는 것은 미세플라스틱을 만든다는데 개미도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직경 5㎜ 이하의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을 말하며, 토양과 해양을 오염시켜 종국에는 먹이사슬을 통해 인체까지 유입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스티로폼 발생량은 2020년 기준 7만7814.9톤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 이후 음식배달과 택배물량이 늘면서 스티로폼 발생량은 더 증가했다. 그러나 스티로폼에 대한 제대로 된 재활용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환경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스티로폼이 배출·수거된 후 어떤 처리과정을 거치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재활용되지 않고 그대로 버려지는 스티로폼이 방치되면서 '뉴락'이 만들어지고, 이는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개미가 집을 짓기 위해 조각내는 스티로폼 가루들은 자연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토양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빗물 등을 통해 강으로 흘러들어가 결국 바다를 오염시킬 수밖에 없어 보인다. 또 개미를 비롯한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바닷새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면서 장내 독성미생물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에 장 작가는 "스티로폼이 개미 생태에 끼치는 영향이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올해만 몇 번째야?...포스코이앤씨 또 사망사고에 ESG경영 '무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여

기후/환경

+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무역센터에 '수열에너지' 도입...에어컨 7000대 대체효과

한국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한국무역센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단일건물 기준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에 달한다.

[주말날씨] 토요일 또 '비소식'...비 그치면 기온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난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경남권부터 비가 내리겠다. 이 지역에서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