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에 가장 취약한 '쌀'...수확량 20년만에 최저치 전망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4-19 15:04:13
  • -
  • +
  • 인쇄
올해 쌀 수확량 미달분 870만톤에 달할 듯
가장 큰 원인은 '기후위기'..."쌀값상승 전망"

지난해 기상이변에 이어 올해 엘니뇨까지 겹치면서 식품물가와 식량안보에 중요한 결정요인인 쌀 생산량이 2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1퀸들(영·미권 곡물 무게단위로 약 50kg)당 벼값이 17.30달러(약 2만2800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4월 12달러대에 머물던 벼값이 1년 사이에 30%가량 오른 것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피치솔루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쌀 생산량 미달분이 870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국제 쌀 시장이 미달분 1860만톤을 기록한 2004년 이래 20년만에 수확량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원인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망 대란도 한몫 하지만, 근본적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수확량 저하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인 중국의 농경지는 기후위기로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 쌀 생산량의 65.7%를 차지하는 양쯔강 중·하류 일대 지역은 강수량이 80% 이상 감소하면서 강바닥이 드러나기도 했다. 1961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심각한 고온현상까지 닥치기도 했다.

고온현상은 여름이 아닌 시기에 예년보다 90퍼센타일(퍼센트와 달리 수치를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위치를 백분율로 나타낸 값)을 초과하는 기온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국 최남단의 곡창지대인 주강 유역에 자리한 광시성·광둥성은 20년만에 2번째로 높은 누적강우량을 기록해 양쯔강 일대와는 정반대로 물난리를 겪으면서 한해 농사를 그르쳤다.

인도에서는 45℃를 넘나드는 '살인폭염'이 맹위를 떨치면서 지난해 5월 밀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9월에는 싸라기 수출을 전면 금지했고, 찐 쌀과 비(非)바스마티 쌀을 제외한 모든 쌀 수출에 20% 관세를 부과했다. 인접국 파키스탄의 연간 쌀 생산량은 지난해 국토의 3분의 1이 잠기는 대홍수로 31% 폭락했다.

피치솔루션은 다만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줄어들었던 쌀 재고가 다시 채워지면서 2024년에 이르면 1퀸들당 벼값이 15.50달러(약 20400원)로 10%가량 하락해 어느 정도 안정세를 잡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마저도 '날씨'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은 오는 5~7월 엘니뇨가 나타날 확률을 62%, 이후 가을에 나타날 확률을 80~90%로 전망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아시아, 호주, 중앙아프리카, 아프리카 남부엔 가뭄이 닥치면서 논농사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지난 2월 국제학술지 '농업시스템'(Agricultural System)에 실린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쌀 수확량 감소의 13.4%가 엘니뇨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쌀, 밀, 옥수수, 대두 등 4대 곡물 가운데 엘니뇨에 가장 취약한 곡물은 쌀이었다.

피치솔루션의 찰스 하트 원자재 분석가는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쌀 수확량의 감소로 인한 가장 확연한 충격은 당연히 쌀값의 상승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시장에서 쌀은 식품가격과 식량안보의 중요 결정요인이기 때문에 특히 가장 빈곤한 가구가 가장 큰 충격을 입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하나금융 'ESG스타트업' 15곳 선정...후속투자도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25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후속투자에 나섰다.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동대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 4명으로 좁혀졌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고 2일

[최남수의 ESG풍향계] 조정기간 거친 ESG...내년 향방은?

올 한 해 ESG는 제도적으로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SEC(증

기후/환경

+

"집값 떨어져"...美 부동산 기후위험 데이터 비공개로 전환

미국 최대 부동산 매물사이트인 질로우(Zillow)가 부동산의 기후위기 노출 위험도를 공개하는 기능을 삭제했다고 최근 가디언이 보도했다. 집값이 떨어

껌은 '미세플라스틱 폭탄'...플라스틱 성분인데 규제 사각

껌이 플라스틱 성분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때문에 껌을 씹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미세·나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사람잡는 '칠레 연어'...항생제 범벅에 열악한 노동환경까지

칠레의 주요 수출품인 연어가 양식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

'청정호수'인줄 알았는데...50년간 미세플라스틱 쌓였다

인간의 접근이 거의 없어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인도의 호수에서 50년간 미세플라스틱이 차곡차곡 쌓여왔던 것으로 확인됐다.카사라고드와 마니팔 지

[날씨] 첫눈부터 10㎝ '펑펑'...한파에 빙판길 '조심'

올해 첫눈부터 최대 10㎝가 넘는 많은 눈이 쌓이겠다.3일 서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리겠다. 이날 낮부터 밤 사이에는 충남 남부 내륙과

올해 모기 개체수 28%나 줄었다...이유는?

올해 우리나라 모기 개체수가 지난해에 비해 28%나 줄었다. 원인은 모기도 견디기 힘들만큼 폭염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질병관리청은 모기 발생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