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화석연료 퇴출 대신 전환?...전세계 과학자들 '뿔났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2-15 14:20:21
  • -
  • +
  • 인쇄
▲COP28 합의문 발표이후 알 자베르 의장(가운데)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출처=AP/연합뉴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최종 합의문에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문구가 제외된 것을 두고 전세계 과학자들이 "지구를 파괴하는 위험한 결정"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COP28 합의문에서는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대신 '화석 연료의 멀어지는 전환'을 명시하자, 과학자들은 "이번 COP28 합의에 많은 허점이 있을 뿐더러 기후 비상사태의 심각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 마이클 만(Michael Mann) 기후학 교수는 "COP28에서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는 합의가 없었다는 것은 치명적이다"며 "당뇨병 말기 진단을 받은 후 의사에게 도넛을 먹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마이크 버너스-리(Mike Berners-Lee) 랭커스터대학교(Lancaster University) 교수는 "COP28은 화석연료 업계가 꿈꾸는 결과물이다"며 "진보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엘레나 칸타렐로(Elena Cantarello) 영국 본머스대학(Bournemouth University) 연구원은 "극소수의 국가가 인간과 자연의 미래보다 단기적인 국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제임스 다이크(James Dyke) 엑서터대학교( University of Exeter) 교수는 "COP28은 모호하지 않은 합의문을 발표해야 했다"며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요구는 환영할 만하지만 수많은 허점이 있어 무의미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막달레나 스키퍼(Magdalena Skipper) 네이처(Nature) 편집장은 "과학은 분명하게 화석연료는 사라져야 한다고 한다"며 "각국 지도자들이 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인류와 지구에 실패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네이처는 사설을 통해 "탈-화석연료 합의의 실패는 단순히 좋은 기회를 놓친 것 이상이다"며 "파리기후협약 핵심 목표인 지구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로 제한하는 것에 역행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모든 사람이 가능한 한 빨리 거의 모든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것뿐이다"고 강조했다. 

합의 문구의 허술함도 지적됐다. 화석연료의 악영향과 감축 필요성은 명시했지만 구체적인 감축 노력은 각국의 자율로 남겼다는 것이다.

전 영국 최고 과학고문 데이비드 킹(Sir David King) 박사는 "완전한 화석연료 퇴출을 포함한 광범위한 조치에 대한 전폭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COP28 합의문도 이를 인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달성할 가능성이 없는 추상적인 계획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과학자들은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COP28 합의문에 탄소포집 및 저장 기술이 명시됐지만 해당 기술은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임페리얼 칼리지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의 프리데리케 오토(Friederike Otto) 박사는 "화석연료가 단계적으로 퇴출될 때까지 세계는 계속해서 더 위험하고, 더 비싸고, 더 불확실한 곳이 될 것이다"며 "모호한 동사 하나, 공허한 약속 하나하나가 최종 문안에 포함될 때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죽어갈 것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마틴 시거트(Martin Siegert) 엑서터대학교 부총장은 " 화석연료 연소를 중단하겠다는 명확한 선언을 하지 않는 것은 지구와 우리의 미래를 위한 비비극이다"며 "세계는 COP28의 대응보다 더 빠르게 가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기후위기와 회담을 부정하는 단체·개인은 기후회담에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알 자베르(Al Jaber) COP28 의장은 한 인터뷰에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해 논란이 인적이 있다.

리사 쉬퍼(Lisa Schipper) 독일 본대학교(University of Bonn) 교수는 "COP28 의장의 행보는 기후과학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며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명확한 과학적 사실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만 교수는 "석유회사 경영진이 향후 기후정상회의를 주재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규칙을 개혁해야 한다"며 "기후변화협약 총회는 국제기후 정책 협상을 위한 유일한 다자간 틀임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제철, CDP 선정 기후대응 원자재 부문 우수기업 수상

현대제철이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현대

'해킹사고' 부실 대응 SK텔레콤..."ESG 등급 하락 불가피"

SK텔레콤 해킹사태로 고객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면서 SKT의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과 종합부문 등급이 1등급씩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객

KB국민은행, 올해 지역에 '작은 도서관' 9곳 더 늘린다

KB국민은행이 올해까지 134개의 'KB작은도서관'을 조성해 미래세대를 위한 독서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에는 울

LG유플러스, CDP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 수상

LG유플러스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호텔에서 열린 '2024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코리아 어워즈'에서 CDP 기후변화 대응 부문(CDP Climate

11번가 사령탑 교체...신임 대표로 박현수 CBO 선임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가 지난 29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수 11번가 CBO(최고사업책임)를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안정은 전임 대

경기도 푸드뱅크, 세제와 휴지 등 '생활용품'도 기부받는다

경기도가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뿐만 아니라 세제와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기부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푸드뱅크·마켓은 취약계층에 기부

기후/환경

+

대구 함지산 산불 '재발화'...강풍에 불씨 되살아나

이틀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완전된 것으로 알았던 대구 함지산 산불이 다시 발화하면서 주민들이 다시 대피했다. 건조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불어대는

기후위기로 야외 음악공연도 '위기'...티켓 판매부진 현상

호주에서 기후위기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RMIT)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발간한 '뮤

"해운탄소세 피하려면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해야"

탄소배출이 많은 선박을 전기추진선으로 대체하고 녹색해운항로를 개척하면 해운부문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운은 전

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

대구 산불 이틀째 진화율 82%...주불 아직도 못잡아

지난 28일 발생해 이틀째 번지고 있는 대구 함지산 산불이 아직도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산림 당국에 따르면 29일 오전 8시 기준 대구시 북구 노곡&mid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규제 완화에..."생태계에 치명적" 비판

미국이 해저 광물 개발을 장려하기로 한 결정에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