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산림조성은 오히려 독?..."초원 생태계 파괴할 수 있어"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2-16 11:20:25
  • -
  • +
  • 인쇄

아프리카 나무심기 활동이 초원 생태계를 손상시키는 동시에 고갈된 숲을 완전히 복원시키지도 못한다는 지적이다.

14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 위트워터스랜드대학교(University of the Witwatersrand)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연구논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그동안 34개국으로 구성된 아프리카 산림경관복원 이니셔티브(the African Forest Landscape Restoration. Initiative, AFR100)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지역의 산림 복원 활동이 활발히 진행됐다. AFR100은 2030년까지 아프리카에서 1억3000만헥타르(hr)의 토지를 숲으로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사업은 독일, 세계은행(World Bank),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 WRI), 아마존 베조스 지구 기금(Bezos Earth Fund)이 후원하고 있다. 

그러나 복원 면적의 절반이 사바나 또는 기타 비산림 초원지대에 할당됐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같은 비산림 지대는 자연적으로 초원 생태계가 조성된 곳이어서 나무심기 활동이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캐서린 파(Catherine Parr) 위트워터스랜드 대학교 생태학과 연구원은 "아프리카 전역에는 광대한 비산림 지역이 있다"며 "숲과 나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숲이 아닌 생태시스템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케냐의 경우 초원 복원에 전념하는 AFR100 사업은 한곳에 불과하다. 또한 차드와 나미비아를 포함해 산림이 없는 6개국 이상이 AFR100 서약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연구진은 "궁극적으로 적절한 나무를 적절한 장소에 적절한 수만큼 심어야 한다"며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은 사바나와 초원이 국제 데이터에서 산림 지역으로 부정확하게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산림의 정의가 개정되지 않는 한, 초원 조림과 원시림 벌채라는 이중 위험은 항상 존재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WRI는 "AFR100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토종 초원을 산림으로 전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며 "많은 AFR100 사업에서 기존 경작지에 나무를 추가해 토양 비옥도를 개선하고 표토 침식을 줄이는 작업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베조스 지구 기금은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로 AFR100 사업이 기후변화와 기타 환경 피해를 완화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논쟁이 불을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AFR100은 산림 조성에 적합한 토지가 부족하는 등 여려 어러움에 직면해 있다. 더구나 AFR100으로 심은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산불과 같은 위험에 취약한지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실정이다. 

환경 비영리기구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의 알렉스 레이드(Alex Reid) 자연 및 금융정책 고문은 "국제적인 차원에서 산림 벌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지만, 생태계에 대한 정교함과 이해 수준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부 과학자들은 "산림지역을 유지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만들어 산림 벌채를 방지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실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에 따르면 산림 벌채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세계 배출량의 약 11%를 차지한다. 또한 가봉과 수리남처럼 산림이 우거진 국가들은 이를 이용한 탄소배출권을 발행해 경제적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천연 탄소흡수량 연구단체인 스페이스 인텔리전스(Space Intelligence)의 수석 과학자 에드 미차드(Ed Mitchard) 교수는 "우리가 여전히 열대우림을 빠른 속도로 벌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조림에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미친 짓이다"며 "오래된 자연림이 어린 나무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부분의 나무 심기 사업은 가장자리를 땜질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코오롱, 저소득층 아이들 위한 기부천사 '드림팩' 진행

코오롱그룹이 저소득가정 아이들을 위한 선물꾸러미 '드림팩(Dream Pack)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캠페인은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코

과대포장과 스티로폼 '확 줄었다'...설 선물세트 '친환경' 대세

과대포장과 스티로폼 포장이 판을 치던 예년과 달리, 올해 설 선물세트 시장은 친환경 포장재가 대세로 굳어진 모습이다. 20일 본지가 백화점과 대형마

트럼프 취임식 4대그룹 총수 '불참'...참석하는 韓기업인 누구?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취임식에 참석하는 우리 기업인들의 명단도 윤곽이 드러나고

네이버, IDC주변 생물다양성 보전 위해 생태학회와 '맞손'

네이버가 한국생태학회와 생물다양성 보전 방안을 발굴하고 ESG경영을 고도화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17일 네이버는 "이번 협업으로 네이버와 한국생

"어려운 전문용어 쉽게"...LG U+, 2만개 용어와 문구 개선

LG유플러스가 지난 2017년부터 진행해온 '고객 언어혁신' 활동의 결과로 총 2만개의 통신용어와 문구를 검수해 고객중심의 언어로 순화했다고 16일 밝혔

CJ제일제당, ESG 속도...BIO부문 '전과정평가(LCA)' 완료

CJ제일제당이 BIO사업부문 주요 사업장에서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이하 LCA)를 완료하며 글로벌 지속가능경영(ESG)에 속도를 낸다.CJ제일제당은 미

기후/환경

+

'물폭탄' 6시간 전에 알려준다...기상청, AI로 기상예보 고도화

앞으로 '물폭탄'이 쏟아지는 것을 대비할 수 있도록 호우 6시간 전 강수를 미리 알려줄 수 있도록 기상예보 시스템을 고도화한다.기상청은 인공지능(AI)

강진에 화산까지 분화...일본과 대만 잇딴 재해에 '공포'

일본에 이어 대만에서도 강진이 발생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화산까지 분화하면서 후지산 폭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대만에서는 21일(현

트럼프 '파리기후변화협약' 또 탈퇴...美 '反친환경' 행보 본격화되나

예상대로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또 탈퇴했다. 이로써 미국은 지난 2017년 트럼프 집권 1기 때

'트럼프 2.0' 시대...美 기후정책 어디까지 후퇴할까?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미국의 기후정책가 대거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

서부는 '가뭄' 동부는 '폭설'...美 이상기후 원인 밝혀졌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수록 겨울철 대기순환이 변해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 가뭄, 폭우, 한파와 같은 극한 기상현상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연구

가뭄이 빚어낸 대재앙 'LA산불'…우리나라는 안전할까?

12일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비슷한 위협을 받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