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노트] '드레스룸 비우기'가 바꾼 나의 삶

뉴스트리 / 기사승인 : 2024-03-18 08:00:03
  • -
  • +
  • 인쇄

[그린노트]는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사회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차원에서 생활속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실천하는 분들이 투고한 글입니다. 그동안 혼자 실천해왔던 친환경 생활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이나, 생활주변에서 훼손되는 환경오염 현장들, 그리고 우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제언을 뉴스트리로 보내주시면 게재하겠습니다. 이 글은 아름다운가게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드레스룸에서 평소 안입는 옷들을 꺼내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할 옷들을 정리했다. © 안혜진 제공

"니 또 옷 샀나? 이 거적때기 같은 건 뭐고?"

대학생 시절, 인터넷으로 옷을 사면 엄마가 자주 했던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누가봐도 '물욕의 여왕'이었던 시절, 나는 '인터넷 쇼핑'이라는 신세계에 눈을 뜬 이후로 다양한 옷을 구매했다. 지금은 예쁜 옷을 발견해도 장바구니에 저장해놓은 후 이걸 사는 게 맞는지 고민을 많이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르바이트 비용으로 70만원 정도 벌면 물욕이 생겨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고민없이 바로 결제했다. 그렇게 구매한 옷은 두말할 것도 없이 '휴지통' 행이었다.

2018년 늦가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 잠시 '백수'가 됐다. '새로운 시작'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내 생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내 공간을 정리해보자'였다. 그때는 '정리'니 '미니멀리즘'이니 하는 개념이 생소했지만 몇몇 사람들에게서 유행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나에게 필요없는 물건을 정리하면 뭔가 삶이 정돈되는 느낌이 드는 듯했다.

우리 집은 방이 모두 4개인데, 방 하나는 드레스룸 개념으로 쓰고 있다. 첫 타깃은 그곳이었다. 드레스룸에 발을 디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건으로 가득차 있어 숨 막히는 느낌. 내 옷뿐만 아니라 부모님 옷까지 있다보니 드레스룸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출근할 때마다 '왜 이리 입을 옷이 없지' 싶었는데, 드레스룸을 정리하다보니 한 번도 안맨 가방이 등장하고,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나는 옷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아름다운가게에 물품기부
나는 대형 종이가방 여러 개에 그동안 손길 한번 주지않았던 옷이며 가방 등을 접어넣었다. 여러 꾸러미가 나왔다. 정리된 종이가방을 보고 있자니 솔직히 조금 아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놔두면 언젠가는 쓰지 않을까 하는 그 고질병. 하지만 나는 알았다. 지금까지 쓰이지 않은 물건은 미래에도 쓰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그 무거운 종이가방을 거실로 들고 내려왔다.

정리한 옷을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거실에 종이가방을 다시 풀어놓고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할 물품과 주변에 나눠줄 물건, 의류수거함에 넣을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드레스룸은 숨 막히는 공간에서 '적당한 여백의 미'가 존재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내게 필요한 물품만 남겨놓으니 내가 선호하는 옷 스타일이 정립됐다. 좋아하는 물건을 더 소중히 다루게 된 것은 덤이다.

이날 이후로 나는 옷에 대한 미니멀리즘을 지키고 있다. 물론 옷을 안사진 않는다. 하지만 예전처럼 금방 버릴 물건은 사지 않는다. 값이 좀 나가더라도 오래,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산다. 그랬더니 의류 구매비용이 예전보다 훨씬 줄었다.

주변에서 안입는 옷을 기부받아 입기도 한다. 나와 옷 스타일이 비슷한 엄마가 안입는 옷, 생각보다 패션스타일이 좋아 옷을 자주 구매하는 오빠로부터 안입는 옷이 있으면 달라고 말했다. 안입는 옷들을 모은 후 그 중 내가 오래 입을 만한 옷을 끄집어내 자주 입고 있다. 남자친구가 생긴 이후로 남자친구가 입지 않는 셔츠와 카디건도 받았다.

처음에는 좀 '궁상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입던 옷을 가져와서 입는 게 좀 그런가 싶었다. 실제로 남자친구의 옷장을 털고 있을 때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그 광경을 보고 놀라셨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런 행위가 지구를 좀 더 위한다는 걸. 또 고물가 시대, 짠테크를 하고 있는 내게 여윳돈을 마련해준다는 사실을.

'패스트패션'이 범람하고 유행이 한 달 단위로 바뀌고 있는 요즘, 많은 옷들이 버려지고 있다. 내가 유튜브에서 본 'KBS 환경스페셜'에선 파키스탄이었나 어느 나라의 소가 먹을 것이 없어 버려진 옷 조각을 먹고 있었다. 또 그해의 패션 유행을 보려면 중국 황하의 물 색깔을 보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패션이 환경 그리고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환경 관련 글이나 영상을 보면서 과거 내 행동이 많이 부끄러웠다. 지구가 많이 아프게 된 데에 일조했다고 생각에서다. 그래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지구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노력중이다. 옷 덜 사기, 주변사람들로부터 옷 기부받아 입기, 더이상 설레지 않는 물건은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기. 사소하지만 실천하기 쉬운 것들로 노력을 기울이면 조금은 지구에게 덜 미안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 안혜진
  한때 '물욕의 여왕'이었으나, 제로웨이스트와 미니멀리즘을 접한 이후 조금이라도 지구에 덜 미안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탄소중립 핵심목표 미루더니...英 HSBC도 '넷제로연합' 탈퇴

영국계 글로벌 금융사 HSBC가 은행권의 기후목표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탈퇴한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잇

[친환경 기업] 샴푸바의 시작 '러쉬'..."환경파괴해 수확한 원료 안쓰죠"

"러쉬의 모든 활동은 브랜드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실천하는 과정이다."러쉬코리아의 박원정 윤리이사(에틱스 디렉터)의 말이다. 에틱스 디렉터는 세

"낡은 옷, 포인트로 바꾸세요"...현대百 '바이백' 서비스 시행

현대백화점이 중고패션 보상프로그램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도입한다. 가지고 있는 의류를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KCC글라스 '2024-25 ESG보고서' 발간...KPI와 연계

KCC글라스가 지속가능경영 성과와 성장전략을 담은 '2024/25 ESG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올해 다섯번째로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ESG 전략목표와

[최남수의 ESG풍향계] 글로벌 기업들 '지속가능 공시' 적극적인 이유

이재명 정부는 ESG 정책에 대해 전향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이는 정책은 지속가능성 공시다. 윤석

기후/환경

+

기후변화로 커지는 작물...당 함량 높지만 영양소는 부족해져

기후변화로 이산화탄소가 높으면 작물이 크게 자라면서 당함량은 높아지지만 영양성분은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한 탄소농

울릉도에 200㎜ '물폭탄'...도로 곳곳에 낙석 피해

간밤에 울릉도에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낙석, 둑 붕괴 등 피해가 났다.14일 울릉군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까지 경북 울릉에 많은 비가 내렸다. 13

129명 숨진 美텍사스 홍수지역에 또 폭우...추가 침수 우려

이달초 대홍수로 129명이 목숨을 잃은 미국 텍사스 중부지역에 또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지난번 폭우로 실종된 사람들에 대한 수색도 전면

[날씨] 열대 수증기가 몰려온다...이번주 내내 '강한 비'

열대 수증기를 품은 거대한 저기압이 한반도로 몰려오고 있어 곳곳에 '물폭탄'이 예상된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 상공을 층층이 덮고 있던 고

또 물에 잠긴 파키스탄...폭우에 빙하 녹은 물까지 덮쳤다

몬순(우기)를 맞은 파키스탄에 이상고온으로 빙하까지 녹아내리면서 홍수가 발생해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NDMA)은 1

40℃로 치솟는 英..."이 추세면 2070년대 폭염 사망자 3만명" 경고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2070년대에 연간 3만명 넘는 사람들이 폭염에 의해 사망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10일(현지시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