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산불지역 주택 뒤덮은 분홍가루...알고보니 '독성 중금속' 범벅

손민기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4 12:30:28
  • -
  • +
  • 인쇄
▲분홍색 산불 진압제로 뒤덮인 차량(사진=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곳곳에 뿌려졌던 분홍색 가루가 독성물질 범벅인 것으로 밝혀졌다.

13일(현지시간) 남캘리포니아대학교(USC) 다니엘 맥커리 박사 연구팀은 LA 산불지역에 발화 지연제로 살포됐던 분홍색 가루의 성분에 카드뮴과 비소, 크롬 등 온갖 종류의 독성 중금속이 다량 함유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부 제품의 중금속 농도는 미국 식수 기준보다 3000배 이상 높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미국 연방정부와 제조업체는 제품의 성분에 대해 함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발화 지연제는 산소와의 접촉을 차단시켜 연소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미국에서 1963년부터 화재진압에 사용됐다. 제품은 13종 정도이며, 대표적인 제품이 '포스첵(Phos check)'이다. 이 가루가 어디에 뿌려졌는지 쉽게 식별하기 위해 붉은색 염료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제품들은 물과 비료 성분만 공개할 뿐 나머지 성분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영업 비밀'(trade secrets)에 부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보호단체들은 오랫동안 이 물질의 독성 여부를 의심해 왔다. 이번 연구가 처음으로 독성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음을 과학적으로 확인한 첫 사례다. 연구진은 제품에 포함돼 있는 중금속이 항공기 탱크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보통은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한 용도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초목이나 땅 위에 뿌린다. 하지만 이번 LA 산불은 피해 범위가 워낙 넓어서 주택과 차량 등 마을 곳곳에 뿌려졌다. 하루 최대 25대의 항공기를 통해 공중에 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 따르면 2009년~2021년까지 약 44억갤런(약 1665억리터)이 공중에서 살포됐다. 이에 따라 중금속 배출량도 그만큼 급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2009년~2021년까지 산불 진압제가 살포된 지역과 그곳의 중금속 농도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가루가 살포된 지역의 중금속 농도가 현저히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발화 진연제 자체가 주요 오염원이라는 사실을 데이터가 방증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환경과학저널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KT, 악성코드 감염 알고도 '미보고'…"심각성 인지 못했다"

KT가 지난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악성코드 'BPF도어'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당국은 물론 대표이사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은폐한 사실

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삼성전자 조직이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두톱' 체제로 강화된다.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을 유임하고, 모바일(MX)·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수퍼빈·아로마티카·커뮤니코, 순환경제 모델 구축 '맞손'

AI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과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교육혁신 비영리단체 커뮤니코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 구

기후/환경

+

전쟁 복구에 탄소시장 도입?…우크라 재건에 기후금융 활용 논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 탄소시장과 기후금융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2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

인제군 산불 17시간만에 꺼졌다...산림 36ha '잿더미'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17시간만에 진화됐다.21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동이 트자마자 소방헬기 29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한 결과

亞 탄소시장,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는 새 투자 무대로 급부상

아시아 탄소시장이 국가별 규칙이 제각각인 초기단계에서 벗어나 국제자본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20일(현지시간) 기후

"해양 CCUS는 검증안된 기술...성능·영향 모니터링해야"

해양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은 적절한 모니터링과 검증없이 성급히 도입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20일(현지시간) 유럽 해양위원

2100년 美 5500개 유독시설 해안 침수로 위기 직면

2100년에 이르면 미국의 5500개 유독시설들이 해안 침수로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유독성 폐기물 저장소나 석유·가스 저장시설, 오

먹이로 착각하고 '꿀꺽'...바닷새·거북, 소량의 플라스틱에도 폐사

생각보다 적은 양의 플라스틱만으로도 다양한 해양생물이 죽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미국 해양보호단체 '오션 컨저번시'(Ocean Conservancy) 연구팀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