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로부터 '이자놀이 하지말라'는 지적을 받은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에서 줄어든 이자수익을 상쇄하기 위해 올 하반기 기업대출 시장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올 하반기 기업대출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영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앞서 은행들은 지난달말 진행한 실적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경영전략으로 기업금융 강화를 예고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컨퍼런스콜에서 기업대출 부분을 연간 6~7%대의 여신 성장을 도모하고 우량자산 위주로 성장기조를 유지할 계획을 밝혔다. 또 중소 법인 고객 기반을 강화하고, 소호 쪽은 업종과 지역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방침이다.
이정빈 신한은행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상반기는 마진관리와 함께 건전성 관점에서 다소 보수적 기준으로 자산성장을 관리했기 때문에 기업대출 성장이 다소 미진한 상황이었다"며 "하반기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업대출 시장에서의 자산 성장을 추진할 계획, 생산적인 자금 지원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선제적으로 6일부터 수도권에 적용되던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지난달 16일 수도권 주담대 8∼9월 실행분 신청을 마감하는 등 가계대출 총량 감축에 나섰다. 전반적인 가계대출은 줄이고 기업대출과 투자 등 생산적 금융에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다.
이성욱 우리금융 CFO도 "전체적으로 자산 리밸런싱을 추진하면서도 신성장 기업이나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은행들이 하반기 전략을 기업금융에 초점을 맞춘 배경에는 새 정부가 가계대출이 아닌 '생산적 금융'으로의 자금 전환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내 금융기관을 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 이자수익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콕 집어 말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전통적인 영업방식을 벗어나 생산적 분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
이같은 요구는 KB국민, 우리, 신한, 하나,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올 상반기 도합 10조원이 넘는 순익을 기록했는데, 이 중 대부분이 가계대출 중심의 이자수익인 것으로 확인된 점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829조7384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9조1159억원(1.11%)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이 20조6998억원(2.8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을 확대할 경우 건전성 관련 지표가 하락하는 점이 부담되는 지점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밸류업의 핵심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높이려면 위험가중자산(RWA) 비중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대출은 RWA를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5월 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0.77%로 전월 대비 0.09%포인트(p) 올랐다. 이 중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5%로 0.12% 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정부 의도에 맞춰 기업 금융을 확대하기 위해선 선제적으로 기업대출에 적용되는 RWA 가중치 하향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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