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품목관세를 100%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테슬라에 이어 애플에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관세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chips)와 반도체(semiconductors)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한다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달러(약 14조7000억원)으로, 주로 부가가치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품목관세가 20%이면 대미 수출이 최대 약 8.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이보다 5배 높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므로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은 반도체 업체들의 미국 투자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강하다. 트럼프의 특성이 숫자로 강하게 압박한 다음에 협상을 통해 투자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기업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무턱대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는 미국의 수많은 기업에게 공급되고 있어, 만약 100% 관세를 부과했을 경우에 미국산 완제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들이 고려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HBM 생산공장을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짓고 있다.
이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한 반도체는 테슬라와 애플에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22조7000억원에 달하는 반도체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애플과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날 애플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오스틴에 있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는 혁신적인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에 이미지센서(CIS)를 공급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IS는 스마트폰 카메라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으로, 삼성전자는 자사 이미지센서 브랜드 '아이소셀'을 갤럭시 스마트폰을 비롯해 중국 샤오미, 비보와 모토로라 등에 공급 중이다.
애플은 그동안 일본 소니에서 CIS를 공급받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강조하면서 미국내 공장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계약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이날 백악관에서 향후 4년간 미국에 6000억달러(약 831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미국의 품목관세 100% 예고에도 불구하고 전일보다 올라 '7만전자'를 회복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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