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안뜯기는 절취선 왜 있는건데?"...할증 피하려는 음료회사들 '꼼수'

박유민 기자 · 김현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3-20 10:07:30
  • -
  • +
  • 인쇄
1월부터 절취선 있으면 '보통' 등급부여
'어려움' 등급 받으면 분담금 할증 부담
▲절취선이 제대로 뜯기지 않아 끊어지고 찢어진 음료수 상표라벨들


최근 페트병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해 상표라벨이 잘 분리되도록 '절취선'을 박아놓은 음료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쉽게 뜯기라고 박아놓은 이 절취선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짜증을 유발하고 있다. 절취선이 잘 분리되는 음료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절취선이 제대로 뜯기지 않아서다.

그래서 본지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절취선이 새겨져 있는 음료수들을 구입해 직접 라벨을 뜯어봤다. 조지아 크래프트(코카콜라), 씨그램(코카콜라), 하늘보리(웅진), 토레타(코카콜라), 칸타타(롯데칠성), 갈아만든배(해태음료) 등 6개의 음료수를 차례로 뜯어본 결과, 절취선대로 라벨이 뜯어지는 제품은 단 하나도 없었다.

절취선이 무색할만큼 라벨 절취가 아예 안되는 제품도 있고, 가로로 찢어지는 제품도 있었다. 어떤 제품은 절취선대로 라벨을 뜯자 마치 사과껍질을 깎듯 음료수병을 따라 라벨이 뱅글뱅글 돌아가면서 뜯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음료회사들이 잘 뜯기지도 않는 라벨 절취선을 굳이 만들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할증 피하고 보자" 음료회사들의 '꼼수'


환경부는 페트병으로 만드는 재생원료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올 1월부터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기존 3단계에서 4단계로 바꿨다. 즉 페트병을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4등급으로 세분화한 것이다. 

'최우수'는 접착돼 있지 않은 라벨이면서 절취선이 있는 페트병에 부과되는 등급이다. '우수'는 접착제로 붙어있지만 물에 불리면 바로 떼어지는 라벨이면서 절취선까지 있는 등급에 부여된다. '보통'은 소비자가 라벨을 쉽게 분리하도록 절취선만 있는 페트병에 부여되는 등급이다. '어려움' 등급을 받은 페트병은 절취선이 아예 없다.

'최우수'와 '우수' 등급은 가벼워서 물에 잘 뜨는 재질에 부여되지만, '보통'과 '어려움' 등급은 무거워서 물에 잘 뜨지 않는 재질들이다. 재활용 과정에서 물에 잘 떠야 라벨을 분리하기 쉽다. 라벨이 분리된 페트병으로 재생원료를 만들어야 품질이 좋아진다.

환경부는 올 1월부터 이같은 등급평가를 의무화하는 동시에 등급별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도 차등화했다. 최우수와 우수 등급으로 평가받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반면, '어려움' 등급을 받으면 분담금을 할증하도록 했다. 한마디로 분담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음료회사들은 너도나도 음료수 라벨에 '절취선'을 박아넣기 시작했다. 그러나 병의 모양과 재질 그리고 라벨의 재질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절취선만 박아놓다보니, 없느니만 못한 '절취선'이 돼 버린 것이다.

라벨을 떼는 수고로움까지 감수하며 분리수거에 동참하려는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이같은 임기응변식 '절취선' 박기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러니 안뜯기지"···기준없는 '절취선'


한 포장재 컨설팅업체 대표는 "소비자들이 겪는 불편함은 개정안을 발표하는 순간부터 이미 예견된 사태"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생산자·재활용 업계, 전문가 등의 의견 및 재활용 여건을 고려하여 만든 등급 기준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분리했을 때 잘 떨어지는 것 안 떨어지는 것을 구분해서 등급을 매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지금은 절취선만 넣으면 재활용이 쉽다고 인정해주고 있다"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음료들은 모두 보통 등급이지만 보통도 주면 안된다"며 "보통을 주기 때문에 기업들이 추가적인 연구를 하지 않고, 개선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절취선을 연구하고 개선하려면 기업들은 추가적인 설비와 다양한 재원에 추가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이어 그는 잘 뜯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절취선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라벨의 재질과, 병의 모양 그리고 절취선의 구멍의 크기와 간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잘 뜯기고 안 뜯기고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 테스트가 없었으며 정확한 기준도 표준도 없다"며 "실제로 테스트를 해보면서 정확한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환경부도 개선 의지를 내비췄다. 환경부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전화통화에서 "처음 기준이 제정됐을 때 단순히 '라벨이 잘 떨어지는 형태'와 '잘 안 떨어지는 형태'로 판단 기준을 설정했다"며 "이 부분은 절취선 부분으로만 반영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취선 관련한 부분은 추가적으로 확인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좀 더 반영하고 개선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2022년부터 '어려움' 등급을 받은 제품에 대해 기존 분리배출 표시 위에 '엑스(X)' 표시를 추가하도록 했다. 2022년부터 출고되는 제품 포장재부터 적용된다. 이미 생산된 제품은 2024년부터 적용된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호주 시드니 3°C 오르면..."온열질환 사망자 450% 급증할 것"

지구 평균기온이 3℃ 상승하면 호주 시드니에서만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약 450% 급증할 것으로 나타났다.15일(현지시간) 호주 기후청과 기후변화

美 온실가스 배출량 '깜깜이 국가' 되나...기업 의무보고 없앤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대형 시설의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정책의 핵심자료였던 배출 데이터가 사라질 경

단비에 강릉 저수율 16.3%로 상승...아직 '가뭄의 끝' 아니다

이틀간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최악의 사태를 면했다. 하지만 가뭄이 해갈되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어보인다. 15일 강릉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