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칼럼] 쿠팡은 아직도 불타고 있다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1-06-23 16: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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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실망한 소비자들 불매운동 확산
이윤추구 시대 접고, 사회가치 실현할때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모습

지난 6월 17일 발생한 쿠팡의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가 엿새 만에 완전히 꺼졌다. 화재는 진압됐다. 하지만 쿠팡은 여전히 불타고 있다. 소비자의 마음에 불이 번져 세차게 타오르고 있다. 화재를 통해 드러난 쿠팡의 경영과 운영의 실상을 보고 그 빈곤한 기업가치에 적잖이 실망했기 때문이다.

화재 발생 신고조차 묵살하는 몰상식한 행태, 열악한 노동환경, 과로로 인한 노동자들의 연이은 사망, 비정규직 고용과 일방적인 해고 관행, 경영자의 책임회피 태도,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전근 조치 등은 단기간에 나쁜 기업 이미지를 쿠팡에 덧붙여버렸다. 소비자들의 실망과 부정적인 여론이 항의와 불매운동의 형태로 확산되어 '제2의 불'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쿠팡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 불은 우리 사회에 적잖은 경종을 울리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주시해야 할 사례가 되고 있다. 기업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이윤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의 변화다. 기업은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이윤만을 목적으로 할 때 사람이 희생된다. 저비용 고수익이라는 도식에 갇힐 때 임금을 줄이고 노동 강도를 높이게 된다. 아울러 안전과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을 뒷자리로 밀어낸다. 나아가 직원들의 복지와 인간으로서의 권리조차 무시하게 이르게 된다.

우리는 19세기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비극과 개발도상국 및 후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윤중심 경영의 참혹한 결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번 화재 역시 로켓배송이라는 속도 지상주의 운영이 낳은 참극이다. 단지 안전불감증이 아니라 작업속도를 높이기 위해 화재나 안전조차 무시하는 기업문화가 보다 근원적이기 때문이다. 사람 중심의 경영이란 모든 회사의 구성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경영의 초점을 사람에게 두는 것이다.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사람을 위해 생산되고, 사람에 의해 소비된다. 사람 중심의 가치에 주목할 때 경영자와 소비자와 기업구성원 모두가 상생하게 된다는 것을 자각하는 일이 시급하다.

둘째, 기업의 사회적 가치의 발견이다. 현재 지구촌에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근원적 인식을 요구하는 흐름이 도도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국제표준으로 사회공헌적 차원을 강조하는 흐름에서 이제 ESG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다. ESG는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이니셜로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등을 지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CSR이 기업의 자발적 참여라는 계도적 성격이었다면, ESG는 기업의 생존과 미래를 좌우하는 필수적 가치라는 당위적 차원이 강하다. 즉 앞으로는 ESG 가치를 실천할 때에만 기업과 국가경제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ESG는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선택적 가치가 아니란 것이다. 이는 개별 기업체를 넘어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를 국제적 보편가치와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가령 앞으로 이 기준을 지키지 않는 국가나 기업들이 국제적 무역거래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환경오염을 유발하거나 직원의 기본인권을 무시하거나 재정투명성이 없는 경제 주체는 경제 협력과 거래의 당사자로서의 기본적인 자격이 갖추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에 가깝다는 수치가 보고되고 있다. 앞으로의 경제적 전망 역시 낙관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행복지수나 문화적 향유 수준은 OECD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이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가치 자각과 실천 수준은 더더욱 낮다. 아울러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지수 역시 밑바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공언하고 ESG를 실천하는 일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이 ESG를 실천하면 기업에 손해가 될까 이익이 될까. 이를 성실하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에너지와 인력이 투입된다.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 일종의 비용(cost) 증가로 인식되어진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이익이 되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의 발판이 된다. 만일 이 가치를 무시하면 소비자에게서도 외면당하고 금융시장이나 국제적 거래에서 더이상 설자리가 없게 될런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서 기업들은 명민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천이 단지 기업의 홍보나 경영자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는 기업과 전 직원에 함께 공유하고 실천하는 삶의 가치이자 기업문화가 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쿠팡 화재는 하나의 건물을 송두리째 불태웠다. 아마 그 폐허 위에 보다 웅장하고 첨단화된 장치들이 설치된 물류센터를 지을 것이다. 하지만 쿠팡이 진정 세워야 할 것은 기업의 새로운 가치이다. 만일 쿠팡이 자신의 가치를 진심으로 성찰해 새롭게 변모한다면 또다른 도약을 맞이할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쿠팡에서 일어난 불은 언제 소멸될 것인가? 이 불이 축복이 되도록 하는 일은 쿠팡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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