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온·고압 환경으로 플라스틱 분해가 극도로 어려운 심해에서도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이 등장했다.
26일(현지시간) 일본 신슈대학, 군마대학, 해양지구과학기술청(JAMSTEC) 연구팀은 플라스틱 소재인 'LAHB'가 심해 미생물에 의해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는 원리를 규명했다. LAHB는 유전자 조작한 대장균을 사용해 합성한 젖산 기반 폴리에스터로, 강물과 얕은 바닷물에서 분해되는 성능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연구팀은 각각 젖산 6%(P6LAHB)와 젖산 13%(P13LAHB)를 함유한 LAHB 필름을 바이오플라스틱 소재인 폴리락타이드(PLA)와 함께 하츠시마섬 인근 855m 깊이의 해저에 두고 경과를 관찰했다. 해당 환경은 수온 3.6°C에 높은 염도, 낮은 용존 산소로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분해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관찰 결과 P6LAHB와 P13LAHB 모두 7개월만에 질량의 30.9%, 13개월만에 82%가 분해됐다. LAHB 필름의 표면에는 균열이 생겼고 미생물로 구성된 생물막에 덮여 있었다. 이는 심해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분해한 흔적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반면 PLA 필름은 시간이 지나도 거의 분해되지 않았으며, LAHB 필름에서 관찰된 생물막도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분해 과정을 이해하고자 플라스틱 표면에 형성된 미생물 군집을 분석했다. 먼저 콜웰리아, 슈도테리니박터, 아가리티카, UBA7957을 포함한 우성 감마프로테오박테리아가 3-하이드록시뷰티르산 탈수소효소(3HB)를 생산한다. 이 3HB가 폴리머를 이합체나 삼합체 등 작은 조각으로 분해하고, UBA7959 등이 올리고머 가수분해효소(PhaZ2 등)를 생성해 이합체를 단량체로 분리한다. 그리고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 및 데설포박테로타를 포함한 다른 미생물이 단량체를 분해해 이산화탄소, 물 등 무해한 화합물로 만든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바이오플라스틱이 해양 환경에서 분해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보다 안전하고 생분해성 소재를 만들기 위한 유망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타구치 세이이치 신슈대학 교수는 "LAHB는 기존 PLA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는 심해에서도 생분해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입증됐다"며 "기존 플라스틱의 대안을 제시하고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고분자 분해 및 안정성'(Polymer Degradation and Stability) 학술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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