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칼럼] 초강수 윤희숙...스스로 허점 드러냈다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1-08-27 18: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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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임차인" 외쳤는데 부동산 투기 의혹 휩싸여
"나는 몰랐다" 외쳐놓고 땅 매각해 시세차익 환원?
▲27일 기자회견을 하는 윤희숙 의원과 윤 의원 부친이 매입한 농지 (사진=연합뉴스)

"나는 임차인"이라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일가가 부동산 투기의혹에 휩싸였다. 그런데 윤 의원의 27일 기자회견을 보면서 불을 끄는게 아니라 되레 확산시키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야권의 대통령 선거경선후보로 출마한 정치인 윤희숙에게 부동산 투기의혹이라는 큰 불이 붙었고, 그 불똥이 그가 속한 정당 '국민의힘'으로 튀고 있다. 불을 끄거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윤희숙의 화재진압 조치는 악수의 연속인 듯하다.

그 첫번째 실수는 '의원직 사퇴'라는 속보이는 수를 둔 점이다. 윤희숙 의원의 사퇴선언을 진정성있게 받아들인 사람이 과연 있을까. 오히려 후폭풍만 낳았다. 공수처 조사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사퇴하는 것처럼 비춰졌다. 수사가 착수되면 KDI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인지 차명에 의한 투기인지 등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이를 피해기 위해 '사퇴'라는 강수를 두었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 결정은 화마를 더 키운 꼴이 됐다.

두번째 실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논란이 된 땅을 처분하고 시세차익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미숙함이다. '아버지의 땅'이라며 본인의 개입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던 사람이 느닷없이 수십억 시세차익을 환원하겠다고 하니 고개가 절로 갸우뚱거려진다. 2016년 8억원 상당을 주고 매입한 땅이 몇 년새 2~3배 올랐다고 하니 대다수 국민들이 분노하고 절망하는 여론을 의식한 대응으로밖에 안보인다.

현재 그 땅을 둘러싼 사회적 쟁점은 땅의 실제 주인은 누구일까 하는 점이다. 80세가 넘은 고령의 부친이 농사를 짓기 위해서 농지를 매입했다는 윤 의원의 주장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면서 세종까지 내려가 3000평 부지에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젊은 사람도 감당하기 힘든 중노동이다. 그래서 윤 의원 부친을 두고 '슈퍼맨'이라는 풍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딸과 무관하게 땅을 매입했다면서, 딸의 기자회견에 맞춰 시세차익 사회환원을 약속한 것도 '땅의 진짜 주인'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세번째 실수는 윤 의원의 고압적인 공격성이다. 윤 의원은 기꺼이 공수처 수사를 받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농지법과 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이 있고, 투기 의혹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고 말하며 여전히 위법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의혹의 여지'가 있는 수준으로 위반성을 축소한다. 나아가 윤 의원은 분노의 화염을 쏟아내고 있다. "조사 끝에 어떤 혐의도 없다고 밝혀지면, 거짓 음해를 작당한 민주당 정치인들 모두 의원직에서 사퇴하라"며 되레 목소리를 높인다. 기자회견을 통해 의혹을 부정할 뿐 아니라 정치적 선전과 역공을 감행한 것이다. 

윤 의원은 발화점을 전혀 잘못 이해하고 있다. 발화점은 투기의혹을 밝힌 국민권익위원회나 정치 공세를 하는 민주당이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이 아니다. 발화의 근원은 바로 부동산 투기에 대한 전국민적 분노와 민감함이다. 그렇다면 윤 의원은 자세를 낮추고 겸허히 하고 말을 아껴야 했다. 그가 불을 끄기 위해 기발한 조치와 발언을 할수록 점점 불길이 거세지고 있다. 악수의 연속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말한다.

27일 기자회견에서도 다시 한 번 기름을 붓고 말았다. 그 기름은 윤 의원의 언어적 수사의 미숙함보다 훨씬 점화력이 강하다. 그것은 분노한 감정과 고압적인 태도다. 국민들의 정서는 의외로 사죄하는 자에게 관대하다. 겸허히 허리를 굽히고 사죄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면 다소 진정된다. 죄를 죄로 인정하지 않는 마음, 사법적 해결과정을 통해 잊혀지기를 계산하는 셈법, 시간을 끌어 정치적 협상이나 권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관성은 지나간 시대의 유물이다. 이는 정치공학으로 풀 문제가 아니라 먼저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할 문제다. 안타까운 것은 불을 끄기 위해 물을 동원하지 않고 스스로 휘발유를 퍼붓고 있다는 것을 조금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이 이렇게 커졌으니, 이제 윤희숙 의원 일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정치공학적 처리가 아니라 공개수사를 통해 전모를 밝혀야만 한다. 이는 단지 국민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목적 이상의 것을 지향해야 한다. 그것이 부동산 투기의 카르텔을 분쇄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공직자와 관료,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투기의 대부분은 차명으로 이뤄지고 있고, 내부정보를 통해 취득되는 수익도 만만치 않다. 권익위가 발표한 여야 의원 수십명의 투기 의혹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윤 의원 사건은 그 카르텔의 실상을 드러내고 공직자 투기를 막는 제도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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