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왕진 교수 "탈탄소는 국운이 걸린 문제...탄소세가 해답"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9-13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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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 문명의 시대' 도래했지만 韓기후대응 걸음마
탄소세 속히 도입하고, 재생에너지 공급망 확충해야
▲서왕진 서울시립대 교수는 "탄소세 도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만약'의 문제가 아닌 '언제'고 닥칠 수 있는 문제가 된 기후위기.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법안이 제기되는 가운데 '탄소세'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기업의 탄소배출량에 세금을 부과해 온실가스를 억제하고, 탄소중립을 이뤄 기후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년 탄소세를 가장 효과적인 기후위기 대안으로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탄소세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느냐다. 기업들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사업모델을 친환경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여기에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정부가 탄소세까지 부과하면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자칫 탄소세가 기후위기 해결은커녕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촉매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왕진 서울시립대 교수는 "탄소세 도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단언했다. 유럽은 20~30년전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해왔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무대응 상태이기 때문에 '2050 탄소중립'까지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지금 시작해도 늦다"고 말하는 서왕진 교수를 직접 만나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탄소세'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참고로 서왕진 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 환경에너지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 기후대응 늦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확대 시급"

Q 전세계에 비춰봤을 때 우리나라 기후위기 대응수준은?

이제 '시작단계'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나 기술수준에서 세계 10대 대국에 들어가는 선진국이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기후변화 대응은 굉장히 뒤쳐져 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탄소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우리나라 탄소배출량도 세계 11위일 정도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는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산업화가 이뤄진 탓이 크다. 제조업과 수출 중심으로 성장한 나라이고, 자원도 부족하기 때문에 환경보호와 관련해서 강한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도 한몫했다. 이명박 정부 때 '녹색성장'이라는 방향을 설정했지만 원전수출이나 자원외교, 4대강 토목사업으로 가는 바람에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 박근혜 정부 때는 이런 정책마저도 모두 없애버렸다.

그러는 사이에 유럽연합(EU)은 20~30년전부터 기후위기에 차근차근 대응해왔다.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었던 10년의 시간마저 다 까먹어버린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부정할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국가 정책을 확고하게 세우고,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미국도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에 '2050 탄소중립'을 향한 세계적 추세는 앞으로 더 강력해질 것으로 본다.

Q '2050 탄소중립' 실현하기엔 시간이 촉박해보이는데?

그렇다. 유럽은 20~30년전부터 노력해왔기 때문에 '2050 탄소중립'이 가능하지만 제때 대응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시간상 매우 빠듯하다. 게다가 얼마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6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2040년에 이르면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C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50년보다 10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따라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대폭 감축하지 않으면 탄소중립은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독립을 이뤘듯이, 우리나라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응집력이 대단히 강하다. 기후위기 대응에 따른 산업구조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자리 문제나 기업 구조조정 등을 너무 갈등과 충돌로만 일관하지 않고 매끄럽게 넘어설 수 있다면, 시간 내 기후대응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가장 핵심적인 분야는 에너지 전환이다.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획기적으로 늘리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다행히 재생에너지 기술 자체가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의 관련 역량이 낮지 않다.

▲서 교수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공급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Q 재생에너지 비율 6.5%에 불과한데?

재생에너지 비율을 빨리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풍력과 태양광을 늘리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풍력과 태양광이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자연환경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데 일례로 독일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나쁜 상황은 아니다. 태양광 부존잠재량도 풍부한 편이다.

수소에너지도 중요한 대안이다. 그러나 아직 수소는 산업공정 과정의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회색(그레이) 수소가 대부분이다보니 청정한 에너지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재생에너지 여분을 가지고 생산하는 녹색(그린) 수소가 필요하다. 그래서 당장은 풍력과 태양광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풍력과 태양광은 저장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자연조건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 재생에너지 여유분으로 수소를 만들어놓는 것이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싶어도 생산량이 워낙 적다. 그러다보니 녹색 전기요금도 비싸다.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보다 청정에너지로 만든 전기가 더 비싼데 어떤 기업이 사용하려 하겠는가. 그래서 우선 재생에너지가 풍부하게 공급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궁극적으로 화석연료 전기보다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더 효용가치가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전기요금은 탄소배출이나 환경오염에 따른 부담금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보다 싸다. 그러나 탄소세 등이 전기요금에 반영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 "탄소세 도입, 선택 아니다···빠를수록 좋아"

Q '탄소세' 왜 도입해야 하나?

탄소세만큼 효과적이고 강력한 정책수단은 없다. 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질서에 적응해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노력하도록 만드는 경제적 유인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탄소세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힘들어진다. 탄소세를 물지 않으려면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존 생산과 판매방식의 틀을 모두 바꿔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기업들은 여전히 힘들어진다.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고 서약하는 'RE100'에 애플, IBM,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기업들에 부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도 모두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최근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이 탄소중립 계획을 저마다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유럽과 미국은 '탄소국경조정세'를 관세로 도입할 것이다. 수출기업들은 국내에서 탄소세를 물지 않아도 해외에서 관세로 탄소세를 물어야 한다. 따라서 국내에서 적절하게 탄소세를 부담하고, 그만큼 노력해서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것이 기업의 국제경쟁력 측면에서도 더 효과적이고 국가재정에도 보탬이 된다.

문제는 대기업들의 협력업체들과 중소·영세 제조업들이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준비도 안 돼 있고, 재정여력도 부족하다. 이런 부분을 정부가 정책을 통해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탄소세는 이런 지원사업의 재원으로 쓰여야 한다. 중소·영세 제조업들의 전환기금이나 연구개발비,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데 탄소세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렇듯 탄소세는 전체 틀에서 큰 흐름을 끌어가는 데 아주 핵심적인 정책수단이다.

Q 적정 도입시기는 언제라고 생각하나?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EU의 탄소국경조정세는 2023년 정식 발효돼 2026년부터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5개 분야부터 실제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미국 민주당 상원도 유사한 제도를 제안한 상태다. 우리도 빨리 대응해야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고 관세 장벽에 가로막히지 않을 것이다.

관련 법안도 이미 발의돼 있다. 용혜인 의원은 기본소득과 연계된 법안을 제출했고, 장혜영 의원도 유사한 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이르면 내년에도 도입될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시기는 특정할 수 없지만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다.

다만 탄소세 도입 과정에서 무작정 밀어붙이기식은 능사가 아니다. 아무리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싶어도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면 방법이 없다. 업종별 유예기간이나 한시적으로 제한적인 탄소 세제를 부과하는 등의 방법이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서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은 바로 우리가 당면한 문제이고, 국운이 달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Q 도입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데?

정부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상황을 국민, 기업과 공유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고 본다.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경제와 직결돼 있고, 회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탄소세만큼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는 게 분명하다. 탄소세는 법률적 강제성뿐 아니라 시장 메커니즘을 효과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IMF는 2030년까지 모두가 탄소세를 도입하도록 권고했고, 1톤당 75달러라는 수치까지 제안했다.

모든 정책은 도입 과정에서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탄소세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기업과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국가가 앞장서서 보완하고, 재정적인 지원과 기술적 지원을 통해 어려움을 최소화하면서 신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갈 길은 정해져 있다. 결국 국민들을 잘 설득하고 유능하게 이끌어나가는 행정 내지는 정치적 리더십에 맡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Q 2030년 35% 감축해서 '2050 탄소중립' 가능한가?

IPCC가 1.5°C 마지노선이 2050년이라고 했는데 기후변화 속도가 더 빨라져서 2040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 우리는 2030년까지 상당량의 탄소를 감축해야 한다. 탄소중립기본법에 2030년까지 '최소 35% 이상'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현재 속도로 봤을 때 최소 40%까지는 감축해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시기를 미룰수록 목표 달성은 더 어려워진다.

탄소중립은 해야만 하는 문제이고 가야만 하는 길이다. 우리나라의 명운이 달려있다. 세계 자본주의와 산업구조 질서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일종의 문명의 전환이다. 소위 '탄소 문명' 시대에서 '탈탄소 문명' 시대로 모든 산업과 경제와 무역질서가 바뀌고 있다. 적응하지 못하면 90년대초 우루과이 라운드 때보다 훨씬 더 당황스럽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정치권은 대전환의 과정을 분명히 읽고, 전환 과정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대상들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방안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정치적 갈등에 발목잡히지 말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한 탄소중립 방안에 대한 경쟁으로 에너지를 모은다면 우리는 충분히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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