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英 잠자리 개체수 50년간 40% 증가했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1-09-09 14:03:07
  • -
  • +
  • 인쇄
기온상승으로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개체수 증가
이전에 없던 6종 새로 서식하고 일부 종은 감소
▲영국에서 번성중인 이주왕잠자리 (사진=영국잠자리협회)


지구온난화로 영국의 잠자리 생태계가 크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수십년간 전반적으로 잠자리 개체수는 증가했지만, 어떤 종은 새로 생겨났고 어떤 종은 사라졌다.

영국잠자리협회가 1970년 이후 1만70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영국에 새로운 잠자리 6종이 대량 서식하고 있고, 토종 잠자리와 외래 잠자리 그리고 실잠자리(damselfly) 등 잠자리 개체수는 40% 이상 증가했다고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다.

가장 많이 번식한 종은 '황제잠자리'와 '검은꼬리 스키머'다. 특히 황제잠자리는 북쪽 스코틀랜드와 서쪽 아일랜드로 이동하면서 개체수를 확산시켰다. 영국에 이주한 종은 두점배좀잠자리와 버들 에메랄드 실잠자리(willow emerald damselfly), 남부이주왕잠자리(southern migrant hawker) 등이다. 이 가운데 남부이주왕잠자리는 2010년 해협을 건너 알을 낳는 모습이 처음으로 관찰되기도 했다.

영국에서 사라졌다가 귀환한 종도 있다. 다인티 실잠자리(dainty damselfly)는 1953년 연안침수로 자취를 감췄다가 10년 전 셰피섬과 켄트 해안지대로 되돌아갔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냉혈동물인 잠자리가 북쪽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개체수가 늘고 생태계도 변한 것으로 분석했다.

잠자리 상태보고서의 공동편집자 데이브 스몰셔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잠자리들이 북쪽과 북서쪽으로 이동해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서식지 변화도 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며 "수질개선과 습지 서식지 복원도 잠자리 개체가 증가하는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캠브리지의 그레이트 펜, 서머셋의 아발론 습지 및 스코틀랜드의 플로우 컨트리와 같은 대규모 습지에 잠자리들이 서식하기 시작했다.

스몰셔는 강 계곡에 방생한 비버들로 형성된 습지가 잠자리 개체수 증가에 일조한다는 증거도 제시했다. 서쪽 데본지역의 한 실험현장에서 비버들이 작은 개울을 댐으로 막아 만든 습지에 작은붉은실잠자리(small red damselfly)가 서식하고 있었다. 이 종은 해당 장소로부터 반경 수십 킬로미터 이내에서 발견되지 않던 종으로, 장거리 비행을 하는 종도 아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후가 더 올라가면 다른 지역의 잠자리 종들도 영국에 나타나 서식할 가능성이 높다. 성체 상태로 겨울을 나는 것이 특징인 겨울실잠자리(winter damselfly)는 벌써 웨일즈 남부의 한 현관에 출현한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이베리아 반도에 서식하며 현재 프랑스 남서부로 건너간 화려한 색깔의 아프리카종 바이올렛 드롭윙(violet dropwing)도 영국으로 건너올 수도 있다. 스몰셔는 "잠자리 개체가 영국지역에 모두 서식하지는 않더라도 예기치 않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더워진 날씨에 사라진 종들도 있다. 별박이 왕잠자리와 검정좀잠자리 등은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영국에서 개체수가 감소했다. 스몰셔는 "별박이왕잠자리는 영국 북부 늪지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 황야왕잠자리(moorland hawker)라고도 불린다"면서 "새로운 종의 출현을 발견하는 것보다 종이 사라지는 증거를 얻는 것이 더 어렵다"고 개체수 감소에 우려를 나타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KT, 악성코드 감염 알고도 '미보고'…"심각성 인지 못했다"

KT가 지난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악성코드 'BPF도어'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당국은 물론 대표이사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은폐한 사실

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삼성전자 조직이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두톱' 체제로 강화된다.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을 유임하고, 모바일(MX)·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수퍼빈·아로마티카·커뮤니코, 순환경제 모델 구축 '맞손'

AI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과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교육혁신 비영리단체 커뮤니코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 구

기후/환경

+

전쟁 복구에 탄소시장 도입?…우크라 재건에 기후금융 활용 논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 탄소시장과 기후금융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2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

인제군 산불 17시간만에 꺼졌다...산림 36ha '잿더미'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17시간만에 진화됐다.21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동이 트자마자 소방헬기 29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한 결과

亞 탄소시장,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는 새 투자 무대로 급부상

아시아 탄소시장이 국가별 규칙이 제각각인 초기단계에서 벗어나 국제자본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20일(현지시간) 기후

"해양 CCUS는 검증안된 기술...성능·영향 모니터링해야"

해양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은 적절한 모니터링과 검증없이 성급히 도입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20일(현지시간) 유럽 해양위원

2100년 美 5500개 유독시설 해안 침수로 위기 직면

2100년에 이르면 미국의 5500개 유독시설들이 해안 침수로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유독성 폐기물 저장소나 석유·가스 저장시설, 오

먹이로 착각하고 '꿀꺽'...바닷새·거북, 소량의 플라스틱에도 폐사

생각보다 적은 양의 플라스틱만으로도 다양한 해양생물이 죽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미국 해양보호단체 '오션 컨저번시'(Ocean Conservancy) 연구팀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