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젖병' 증기소독했더니...물에서 미세플라스틱 '둥둥'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1-12-02 15:04:04
  • -
  • +
  • 인쇄
기존 현미경으로 관찰불가...연구진 신기술로 조사해
고열에 안전할줄 알았던 '실리콘 고무' 위험성 첫 발견


실리콘 고무 젖병을 증기소독하면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방출된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대학과 중국 난징대학 공동연구단은 실리콘 젖병꼭지를 증기소독한 세척수를 미세 분광기술로 관찰한 결과, 0.6마이크로미터(㎛) 즉 600나노미터 크기의 조각과 기름막 형태의 미세플라스틱을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존 현미경으로는 20㎛, 즉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절반 크기인 작은 입자를 감지할 수 없다. 이에 연구진은 물질 구성과 형태를 분석할 수 있는 신기술인 광학 광열적외선(O-PTIR) 미세 분광법을 사용해 실리콘 젖병 꼭지 세척수를 조사한 것이다. 그랬더니 세척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을 뿐만 아니라 젖병 꼭지 자체도 증기에 의해 ㎛ 단위로 부식되면서 화학적으로 변형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의 공동 교신저자 바오산 싱 환경토양화학 교수는 "아기는 크기가 5mm 미만인 미세플라스틱뿐 아니라 모든 오염물질에 가장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기술로는 이런 작은 입자를 감지할 수 없으며, 입자들이 작을수록 생리적 효과가 커진다고 우려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실리콘 젖병 꼭지를 증기소독 방식으로 1년 사용했을 경우, 아기는 생후 12개월까지 탄성중합체(고무)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을 최소 66만개 이상 섭취하게 된다.

유 수 주요저자는 "과거에는 실리콘 고무가 고열에서 가장 안정적인 고분자 소재라고 알려졌지만 습한 고열에 반복해서 노출될 경우 쉽게 노화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플라스틱의 노화와 분해는 환경으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원인"이라며 "실리콘 고무가 습한 열에 가열되면 미세플라스틱, 심지어 나노플라스틱(<1µm)으로까지 분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리콘 고무 젖병의 증기소독으로 인한 미세플라스틱 발생 경로(출처=美 애머스트대학)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의 새로운 오염원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조리기구나 제빵용기 등 여러 실리콘 재질 제품도 100℃ 이상 가열시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생성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싱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환경에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원 중 하나를 확인했다"며 "하수구나 물, 매립지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은 쉽게 분해되지 않아 환경에서 매우 오래 잔존한다"고 말했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및 육지에 광범위하게 퍼지며 환경 및 인체를 오염시키는 전세계적인 문제다. 미세플라스틱의 건강 및 환경상 위험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싱 교수의 이전 연구에 따르면, 나노플라스틱의 경우 인간의 위장에서 지방질 소화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교신저자인 룽지 난징대학 교수는 "실리콘 고무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불분명하다"며 "인간과 환경 모두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명확히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논문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저널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 판교·방배 사옥 경찰 압수수색…서버폐기로 증거은닉 의혹

해킹사고 처리과정에서 서버를 의도적으로 폐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KT가 압수수색을 당했다.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

셀트리온, 美에 1.4조 韓에 4조원 투자..."4Q 실적 턴어라운드"

일라이 릴리로부터 미국 공장을 인수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한 셀트리온은 의약품에 대한 미국 관세리스크를 털어내고

한국ESG기준원, ESG평가 'A+등급' 20곳...올해도 S등급 'O'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 신한지주와 현대백화점, 현대로템 등 20개 기업이 한국ESG기준원에서 주관하는 '2025 ESG 평가'에서 통합등급 'A+'를 획득했다. 이

CJ제일제당 '빨대없는 스토어' 캠페인...대체소재로 PHA 제안

CJ제일제당이 자원순환사회연대(NGO), CJ푸드빌과 함께 일회용 석유계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기 위한 '빨대없는 스토어 만들기(Be Straw Free)' 캠페인을

호텔신라, 친환경 운영체계 구축 나선다

호텔신라의 모든 호텔 브랜드가 친환경 호텔로 도약한다.호텔신라는 글로벌 친환경 인증기관인 '환경교육재단(FEE; Foundation for Environmental Education)'과 업

KT 새 대표이사 후보군 33명...본격 심사 착수

KT의 대표이사 후보 공개모집이 마감되면서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이 33명으로 확정됐다.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4∼16일 진행한 대표이사 후보

기후/환경

+

[COP30]"BTS에 영감받아"...K팝 팬들도 '탈탄소화' 촉구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고 있는 브라질 벨렝에서 케이팝(K-팝) 팬들이 '문화 분야의 탈탄소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K-팝

내년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1700톤 쓰레기 어디로?

내년부터 수도권 지역에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시행됨에 따라, 소각장 설비를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경기도와 서울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예기치 못

[COP30] 산림지키는 기후총회에...농업 로비스트 300명 활동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300명이 넘는 농업 로비스트가 몰리자, 원주민과 환경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COP30] AI는 기후위기 해결사? 새로운 위협?

인공지능(AI) 기술이 기후대응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시에 막대한 전기수요를 발생시켜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18일(현

섬에서 새로 발견된 미기록 곤충 55.5% '열대·아열대성'

국내 섬 지역에서 발견된 미기록종 곤충 가운데 약 절반이 열대·아열대성 곤충인 것으로 나타났다.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농촌 기후대응 직불금' 도입되나...기후보험 대상 확대

기후변화로 인해 농작물을 재배하기 적합한 지역이 바뀌는 경우나 기후변화 대응 품종을 도입할 때 직불금을 주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정부는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