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미생물은 '탄소저장소'...기후위기 해결사 될까?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4-14 0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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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미생물 탄소저장 무게 '보잉747 100만배'
탄소펌프 이용해 바다에 탄소저장 연구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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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유기체 중 하나인 펠라기포도바이러스 HTVC011P. 바다에 풍부한 바이러스는 박테리아 및 미생물을 감염시키며 탄소격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Thomas Deerinck/NCMIR/Science Photo Library)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해양바이러스를 이용해 탄소를 바다에 격리시키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바이러스가 포집한 탄소는 먹이사슬을 통해 식물성 플랑크톤에서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그리고 기타 유기체로 순환하면서 대기에서 바다로 '수송'한다.

고래에서 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해양유기체들은 대부분 탄소로 이뤄져 있다. 이 탄소의 일부가 유기체가 숨을 쉴 때 방출된다. 하지만 해양유기체 또는 그 유해들이 바다 깊숙히 가라앉으면서 분해돼 만들어지는 이산화탄소는 바다에 저장된다. 이를 생물탄소펌프(biological carbon pump)라고 부르는데, 이 펌프의 원동력은 바다의 미생물이다.

생물탄소펌프는 해수면에 서식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물에 용해된 이산화탄소로 성장하고 번식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흡수하는 탄소의 양은 매년 약 500억톤에 이른다. 이는 육지식물이 포획하는 탄소의 양과 맞먹는다. 식물성 플랑크톤에 포획된 탄소는 탄소수송이라고 불리는 과정을 통해 바다에 정착하거나 먹이사슬을 통해 순환한다. 

과학자들은 생물탄소펌프를 수십년동안 연구해왔지만, 얼마나 많은 탄소를 내보내는지, 미생물과 동물 중 어느 것이 가장 큰 역할을 하는지, 탄소가 풍부한 입자가 먹이사슬에 남아있는지, 아니면 심해에 격리돼 있는지, 그리고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생물탄소펌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등은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이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일부 과학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은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생물탄소펌프를 이용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펌프를 조작하고 근본적인 자연과정을 촉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해도, 그 이득이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탄소수송에 대한 연구는 2009년~2013년 스쿠너 타라호의 항해에서 시작됐다. 타라호는 전세계를 돌며 바다의 미생물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수면과 해저를 오가며 탄소를 옮기는 미생물을 연구했다. 연구진은 미생물과 더 큰 유기체의 배설물, 기타 잔해물 등 탄소가 풍부한 입자들이 해저로 이동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이미지분석 소프트웨어로 이동속도를 계산했다. 연구진은 이 정보를 현재 존재하는 미생물 종과 연관시켜 탄소를 해저에 격리하는 유기체를 탐구했다.

타라 프로젝트에서 연구를 진행한 리 카프 보스(Lee Karp-Boss) 미국 메인대학 생태학자는 "타라호의 연구는 전 지구적 측정치를 한데 묶은 데이터 세트를 제공해 바다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엠마누엘 보스(Emmanuel Boss) 메인대학 교수는 이번 조사가 전세계에 걸쳐 해저 1000m까지 조사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카프 보스 박사는 이 연구가 최초로 해양미생물의 종류와 탄소수출의 속도를 연결시켜 탄소수출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을 가리켜 탄소의 '흐름'(flux)이라고 일컫는다. 

여기서 탄소흐름을 주도하는 핵심이 바로 바이러스다. 각각의 바이러스는 매우 작아서 일반 광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지만, 바다의 모든 바이러스를 합친 탄소의 무게는 보잉747비행기 무게의 100만배 이상이다. 타라 데이터를 분석했던 제니퍼 브룸(Jennifer Brum)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 해양학교수는 바이러스가 탄소흐름을 측정한 통계모델에서 최고의 예측변수라고 설명했다. 

바이러스는 주로 감기, 코로나19, 에이즈 등 질병의 매개로 알려져 있지만, 자연생태계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는 대부분 인간대신 다른 미생물을 감염시킨다. 가령 입안에 바닷물을 채울 경우 약 2억개의 바이러스를 섭취하게 된다. 이들 중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대신 입 안에 있는 2000만개의 박테리아를 감염시킨다. 

타라 프로젝트 이후 야마다 요스케(Yosuke Yamada) 박사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에 의한 미생물 사멸이 탄소를 뭉쳐서 운반하는 세포 파편을 생성하는지 테스트했다. 야마다 박사는 초기 실험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규조류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이용했다. 바이러스에 의해 사멸된 규조류는 분해되는 대신 서로 달라붙어 빠르게 가라앉는 세포 잔해를 형성했다. 야마다 박사는 "2배 큰 입자는 가라앉는 속도가 4배 빠르다"고 밝혔다. 

2009~2013년 타라 프로젝트의 결과로, 해당 물리법칙은 해양미생물학자들에게 새로운 중요성을 갖게 되었다. 이렇듯 바이러스가 탄소를 해저로 빠르게 옮기는 방식을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셔틀(the viral shuttle)이라고 명명했다.

바다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 종류를 완전히 이해하면 탄소수송을 촉진하는 바이러스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바다에 있는 수천 가지 독특한 바이러스 중 어떤 바이러스들이 셔틀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단지 이전에 알려진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특징되지 않은 바이러스, 플랑크톤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 모두 탄소수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을 뿐이다. 

해양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아메드 자예드(Ahmed Zayed) 오하이오주립대학 연구원은 어떤 바이러스가 존재하는지 아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를 흔히 알려진 바이러스 물질과 바이러스성 암흑물질이라고 부르는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서 문제를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물 샘플에서 발견된 유전자 염기서열을 다른 바이러스의 유전자와 비교해 새로운 바이러스를 연구할 수 있다. 문제는 바다에서 건진 바이러스 게놈의 약 99%가 이전에 시퀀싱된 바 없는 바이러스 암흑물질이라는 것이다.

자예드 연구원은 "바이러스를 더 많이 발견할수록 데이터베이스가 더욱 커져 암흑물질을 더 많이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생물탄소펌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과학자들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카프 보스 박사는 위도에 따라 식물성 플랑크톤에 미치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러스가 주로 죽이는 미생물 중 하나인 식물성 플랑크톤의 양이 극지방 근처에서 증가하고 적도 부근에서 감소하며, 탄소수송의 변화는 이를 반영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은 생물탄소펌프를 탄소배출 감축방안으로 보고 이를 빠르게 촉진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근 전미과학공학의학한림원(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은 탄소수출을 증진의 타당성을 평가하고자 학제간 위원회를 소집했다. 여기서 스콧 도니(Scott Doney) 위원회 의장은 "탄소수송이 기후변화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철을 사용해 식물성 플랑크톤을 자극하면 탄소수송을 늘릴 수 있지만 식물성 플랑크톤이 부패할 때 미생물 분해자들이 수중 산소를 고갈시키고 다른 유기체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또 과학자들은 철 비옥화(iron fertilization)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로 식물성 플랑크톤이 영양 자원을 독점하려는 경향인 '영양강탈'을 지적했다. 다른 유기체가 사용할 수 있는 영양소가 줄면서 탄소수출의 효과가 전체가 아닌 단순히 지역적 범위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다를 휘저어 낮은 수준의 영양분을 끌어올리는 방법도 상층부의 미생물 성장을 자극해 상층의 탄소수송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부 테스트 결과 해당 지역의 식물성 플랑크톤 양을 3배 늘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모든 테스트가 일관되지 않게 나오면서 전략의 효능에 의심이 제기됐다. 이 불확실성 외에도 과학자들은 탄소수송을 상당한 수준으로 이끌어내려면 수백만 개의 펌프로 구성된 거대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물류문제와 더불어 이런 작업들이 해양생태계에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비드 시겔(David Siegel)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산타바바라 해양학자는 생물탄소펌프를 조작하는 방안에 대해 "의도적으로 해양생태계와 물리학을 변화시키려는 모든 시도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구가 매년 더워지면서 이러한 선택은 불가피한 것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 미생물학자들은 코로나19를 비롯해 인류사회를 괴롭히는 특정 미생물로부터 사회를 지키고자 싸워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사라져도 기후변화의 위협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직면한 위기 앞에서 바다의 바이러스와 미생물들이 구제책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탄소펌프를 조작하려는 시도가 해결하는 만큼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인지 학자들은 아직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This article by Saima Sidik from Hakai magazine is published here as part of the global journalism collaboration Covering Climate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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