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의 100배'…바다에 띄워 놓았더니 전기가 '척척'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2-21 12: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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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스웨어, 부표식 파력발전 세계 최초 개발
설치 간편하고 유지보수 쉬워 어민상생 가능
▲김대규 로고스웨어 대표가 부표식 파력발전 시스템 '웨이브젠'을 시연해보이고 있다 ©newstree

"바다를 왜 놀리냐는 겁니다. 지금 바다는 말 그대로 신재생에너지의 블루오션입니다."

세계 최초로 부표식 파력발전 시스템 '웨이브젠'을 개발한 파력(波力)분야 스타트업 로고스웨어의 김대규 대표(59)는 재생에너지 전환의 열쇠가 '바다'에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표면의 71%를 차지하는 바다는 '파도'라는 에너지가 늘 가득하기 때문이다. 파도는 기후가 빚어내는 바람, 지구의 자전, 해와 달의 중력이 밀고 당기는 힘에 의해 쉬지않고 바다에 일렁거린다. 이 힘은 풍력의 10배, 태양광의 100배 수준의 밀도를 갖췄다. 전세계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총 파력은 40페타와트(PW)로 2021년 기준 134기가와트(GW) 수준인 우리나라 발전설비용량의 3만배다.

그럼에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파력'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비해 다소 외면받아왔다. 김대규 대표는 그 이유를 "구조물이 너무 커서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유지보수가 어렵고 생태계 오염이 유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업기반을 침해당한 어민들의 반발도 난제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영국과 스코틀랜드, 스웨덴 등지에서 대체에너지로 파력에 주목하면서 여러 연구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상업발전으로 성공한 사례는 없다. 일례로 영국에서 개발된 '펠라미스'(Pelamis)의 경우는 발전용량이 연간 2.7기가와트시(GWh)에 달했지만 결국 상용화하지 못했다. 1GWh 발전용량이면 10만가구(4인 기준)가 1일간 사용하는 전력량이다.

펠라미스는 폭 150m, 직경 3m의 긴 철제 튜브들이 관절처럼 연결된 마치 바다뱀 같은 형태의 구조물이다. 이 철제 튜브들을 고정시키려면 대규모 해저 토목공사를 해야 한다. 각각의 튜브는 강한 파도가 치면 상하운동을 통해 튜브의 각 관절에 연결된 펌프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유압식 펌프이기 때문에 행여 사고라도 나면 기름이 유출된다. 게다가 부품이 워낙 커서 현장에서 수리가 불가능하다. 스코틀랜드나 스웨덴에서 개발된 파력발전 시스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로고스웨어에서 개발한 '웨이브젠'은 이같은 기존 파력발전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웨이브젠'은 가로와 세로 크기가 2.5m로 기존 파력발전 시스템과 비교해 현저하게 작은 편이다. 크기가 작아서 고장나면 바로 교체할 수 있다. 또 양식장의 부표처럼 바다에 띄워놓는 방식이어서 거대한 해저 토목공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구축비용이 싸다.

무엇보다 잔잔한 파도에서도 일정한 에너지를 끊임없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높다. 김 대표는 "웨이브젠 1개가 시간당 1kW의 전력을 생산한다"고 강조했다. 개발 4년만의 결실이다. 게다가 통상 '상용화의 벽'으로 알려진 전력효율 1kWh를 뚫었다는 것은 상업 발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다.

◇콤팩트한 크기···발전용량 1kWh

'웨이브젠'의 하루 발전가능 시간은 15시간 이상이다. 바다는 늘 파도가 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태양광의 하루 발전가능 시간은 3.5시간, 풍력은 7시간 정도다. 웨이브젠 1개가 생산하는 15kW는 1가구가 이틀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가로세로 100m 면적에 부표식 '웨이브젠'을 200개 띄워놓는다면 하루 발전량은 3메가와트(MW)에 이른다. 이는 약 300가구가 하루 소비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더 많은 전력량을 생산하고 싶으면 '웨이브젠' 개수를 더 늘리면 된다.

김대규 대표는 "해외에서 개발됐던 파력발전 시스템은 비용대비 전력효율이 낮고, 해저에 거대한 구조물을 설치해야 하는 입지적 문제 때문에 상용화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웨이브젠은 이런 단점을 모두 보완했다는 점에서 상용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무게가 1.8톤인 '웨이브젠'이 전력을 생산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안쪽에 있는 사각형 구조물에 달려있는 4개의 철제 무게추는 파도가 칠 때마다 전후·좌우로 흔들리면서 발전챔버에 에너지를 전달한다. 파도에 의한 운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무게추 등 내부의 부품이 파손되더라도 웨이브젠은 언제나 부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다.

단일 프레임의 견고한 구조여서 방수·방염이 완벽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또 복원력이 뛰어나 좀처럼 파도에 넘어가지 않을 뿐더러 설령 넘어가더라도 다시 오뚝이처럼 제자리를 찾는다고 한다. 김 대표는 "해양과학기술원이 개발한 양식장을 고정시키는 케이블을 활용하면 위치를 고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고스웨어가 통영 해양과학기술원 기지에서 두차례에 걸쳐 실험한 결과, 초강력 태풍이 불었을 때도 안전상의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웨이브젠 직전 모델을 바다에 띄운 모습(좌)과 현재 웨이브젠의 디자인 (자료=로고스웨어)

◇굴·가리비 부표로 활용가능···주민수용성 강점

'웨이브젠'의 또다른 강점은 어민과 상생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웨이브젠은 파고가 높은 동해안이나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 등 어디나 설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굴이나 가리비, 미역 양식장의 부표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재생에너지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주민수용성' 여부로 꼽힌다. 예컨대 서남해 해상풍력단지는 15년간 구축이 지연됐다. 해저에 기둥을 박는 해상풍력발전기가 600m 간격으로 바다에 들어서면 어선 항해금지 구역이 정해진다. 해상풍력단지 가운데 어선이 항해 가능한 구역이 있다고 해도 배 2척이 펼치는 그물간격이 1km에 달하는 멸치잡이같은 어업행위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어민들이 해상풍력단지 개발을 결사반대하고 있는 곳이 많다.

그런 점에서 '웨이브젠'은 자유롭다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그는 "수백개의 부표식 웨이브젠을 카펫처럼 펼쳐놓고 그 구조를 이용해 양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주민수용성이 뛰어난 편"이라며 "해상풍력단지 사이에 웨이브카펫을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어민들과 어업권 갈등 해소방안으로 제안하기도 좋은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개의 웨이브젠으로 엮은 '웨이브 카펫' 모형도 (자료=로고스웨어)


웨이브젠은 가로세로 100m에 이르는 1헥타르(ha) 면적에 200개를 띄울 수 있다. 양식장 면적인 300ha에는 약 6만개를 띄워놓을 수 있다. 웨이브젠 6만개의 발전용량은 60MW다. 15년 걸려서 조성한 서남해 해상풍력단지의 발전용량도 60MW다. 김 대표는 "이 풍력단지를 건설하는데 든 비용은 1조원이지만 웨이브젠으로 웨이브카펫을 건설한다면 대략 4000억원의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해저 토목공사도 필요없다"면서 "웨이브젠을 전력망에 연결시키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설치시간도 빠르다"고 덧붙였다.

로고스웨어가 개발한 부유식 파력발전은 주민들과 합의하고 구조물을 설치하는데 오랜시간을 잡아먹는 여타의 재생에너지 발전원에 비해 투자 회수가 빠르기 때문에 사업성도 높다. 김 대표는 파력발전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RE100 대응 및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파력을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까지 내다보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수소를 조달하기 위해 7000km 떨어진 호주에서 수소·암모니아 생산시설을 짓고 이를 수입하는 실정"이라며 "원거리 해양에서 전력송전없이 그린수소를 생산한 다음에 육상으로 운송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웨이브젠 200만개가 깔린 웨이브카펫을 통해 생산된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한다면 연간 2조7000억원의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예측이다.

파력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장 규모는 2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김 대표는 "전력생산뿐 아니라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지로 확장된다면 파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면서 "현재 전세계적으로 파력발전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웨이브젠으로 해외진출도 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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