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곰팡이에 사람이 첫 감염..."온난화로 돌연변이 등장"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4-03 15:05:21
  • -
  • +
  • 인쇄
인도 남성 '자색꽃구름버섯' 진균 감염
"진균성 질병의 판도라 상자 열리는 것"
▲자색꽃구름버섯에 의해 감염된 남성의 목을 CT촬영한 사진. 빨간 동그라미가 감염으로 인한 기관지성 낭종이다. (사진=의학균류학사례보고)


인간이 식물 병원성 곰팡이에 감염되는 최초의 사례가 보고됐다.

2일(현지시간) 인도매체 다운투어스(DownToEarth)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콜커타에 거주하는 61세 남성은 식물 병원체인 자색꽃구름버섯(Chondrostereum Purpureum) 곰팡이균에 감염됐다. 자색꽃구름버섯은 주로 장미과 식물들의 잎을 은백색으로 변색시키는 '은잎병'을 유발하는데, 사람이 감염된 사례로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남성은 석달간 쉰 목소리, 기침, 피로, 목넘김 어려움 등의 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하다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CT촬영결과, 이 남성의 목에서 기관지성 낭종이 발견됐다. 원인을 쉽사리 특정할 수 없었던 담당 의사는 낭종에서 짜낸 고름 샘플을 세계보건기구(WHO) 협력센터에 보내 검진을 의뢰했다.

그 결과, 남성은 곰팡이의 일종인 자색꽃구름버섯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이 남성은 두달간 항진균제 치료끝에 완치됐지만, 전문가들은 남성이 매우 건강한 상태였다는 점, 특히 식물에게만 병을 옮기던 식물 병원체 곰팡이가 인간에게 병을 옮긴 첫 사례라는 점을 들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진균감염은 면역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발생한다. 대식세포가 식균작용을 통해 곰팡이균을 충분히 먹어치우지 못했을 때 감염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코로나19에 감염돼 면역력이 약화된 환자들은 털곰팡이에 의한 2차감염으로 4500여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자색꽃구름버섯에 감염된 이 남성은 당뇨, 신장병, 만성질환, 후천성면역결핍증, 면역억제제 복용 등의 이력이 없는 매우 건강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식물 병원성 곰팡이인 자색꽃구름버섯이 우리 면역체계가 학습되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체내에 침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구온난화에 의한 새로운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학계에 보고된 15만여개 곰팡이류 가운데 인간의 체온을 견딜 수 있는 소수의 곰팡이만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다. 곰팡이는 통상 12~30℃에서 가장 잘 번식한다. 즉 '자연선택설'에 따라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한 개체가 살아남듯, 지구온난화에 따라 기온이 올라가면서 인간의 체온도 견딜 수 있는 '열 선택'을 받은 돌연변이 곰팡이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번 사례를 찾아낸 콜커타병원의 소마 두타 의사는 국제학술지 '의학균류학사례보고'(Medical Mycology Case Reports)에서 "지난 수십년간 수많은 병원성 곰팡이들이 새롭게 나타났다"면서 "지구온난화와 인간활동으로 진균성 질병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 차기 대표 선정 9부 능선...'박윤영·주형철·홍원표'로 압축

KT 차기 사장 후보가 박윤영, 주형철, 홍원표 3명으로 좁혀졌다.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1월 16일까지 접수된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을 대

하나금융, 장애인 거주시설 10곳에 친환경 차량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장애인 거주시설 10곳에 친환경 전기차량을 이동차량으로 지원했다고 9일 밝혔다.이번 차량 지원은 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한 장애인

LS전선, 국내 전선업계 최초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 획득

LS전선이 국내 전선업계 최초로 글로벌 인증기관 UL솔루션스(Underwriters Laboratories Solutions)로부터 '폐기물 매립 제로'(ZWTL) 인증'을 획득했다고 9일 밝혔다.

[ESG;스코어]서울에서 탄소감축 꼴찌한 '강남구'...1위 지자체 어디?

지방자치단체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서 전라남도 신안군이 1081톤으로 감축률 1위를 기록했고, 부산 서구는 온실가스가 오히려 115톤 증가하면서 감축률

kt ds, 취약계층 500가구에 '김장나눔' 봉사활동

KT그룹 IT서비스 전문기업 kt ds가 지난 6일 서울 구로구 화원종합복지관에서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봉사활동을 진행했다고 8일 밝혔다. 이날 kt ds 임직

폐철에서 고급철 회수...현대제철, 철스크랩 설비에 1700억 투자

현대제철이 고품질 철스크랩 확보를 위해 2032년까지 1700억원을 투자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철스크랩 가공설비인 '슈레더(Shredder)' 설비도입 등

기후/환경

+

"AI에게 건물 냉난방 맡겼더니...에너지 사용량 42.5% 절감"

건물의 냉난방장치 제어를 인공지능(AI)에게 맡겼더니 에너지 사용량이 42.5%나 절감됐을 뿐 아니라 실내 공기질도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문현준

"곧 규모 8강진이 닥칠 수 있다"…대지진 공포에 휩싸인 일본

한밤중 규모 7.5의 강진으로 땅이 흔들리면서 쓰나미 경보까지 발생하자, 일본 열도는 또다시 대지진의 공포에 휩싸였다. 7.5 강진 이후 발생한 규모 6.4

경기도, 도심 미세먼지 불법배출 사업장 16곳 적발

경기도는 도심지 미세먼지 발생사업장 330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불법행위 집중수사에서 16개 사업장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적발했다고 9일 밝혔

英 굴 서식지 복원 나섰다...연안 생태계 회복 프로젝트

영국에서 유럽 최대 규모의 굴 서식지 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8일(현지시간) 환경전문매체 포지티브뉴스(Positive News)에 따르면, 영국 정부와 보전단

中 신흥국 녹색공급망 노리나?...해외 그린테크에 800억불 투자

중국이 지난 1년간 해외 그린테크 프로젝트에 약 80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신흥국 녹색공급망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8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

이번엔 '플라스틱 국제협약' 합의 도출?...환경총회에서 논의 재개

3년간 논의에도 아무런 성과없이 끝난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현재 열리고 있는 유엔환경총회(UNEA-7)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