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에펠탑이 잠긴다구요?"...10대 교육의 장이 된 기후산업박람회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5-26 15: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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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단체관람...도슨트 프로그램까지 운영
재생에너지와 탄소포집, 재활용 기술 '다모았다'
▲부산 벡스코 '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 개막 1시간 전부터 학생들을 비롯한 방문객들이 줄지어 입장 대기중이다. ©newstree

범정부 차원에서 처음 열리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 개막 당일인 25일 부산 벡스코 앞은 이른 아침부터 시끌벅적했다. 단체로 참가하는 듯 보이는 고등학생들이 떼로 몰려들었다.

전시장 문이 열리자 쏟아들어간 학생들은 개막식이 시작되자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연사로 참여한 스티븐 던바존슨 뉴욕타임즈 국제부문 사장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존재론적 위협인 기후변화에 직면한 가운데 기술과 혁신의 요람인 한국 학생들이 관심이 매우 고무적이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박람회를 다녀간 학생들의 수는 대략 5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실 10대들은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점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교육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시관 곳곳을 설명해주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었다. 참가한 학생들은 기업들의 탄소중립 비전과 기술을 설명하는 가이드 선생님에게 CF100과 RE100의 차이점을 묻는 등 꽤나 진지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긴장감도 잠시, 학생들은 전시장 이곳저곳에 마련돼 있는 체험형 콘텐츠들을 발견하자 신기한듯 한번씩 체험해보기도 했다. 가상현실(VR) 장비를 쓴 채 움직이는 자동차 모형에 탑승하는 '전기는 바람을 타고' 체험장에서는 학생들의 즐거운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풍력발전을 통해 생겨난 재생에너지 전력이 어떤 과정을 통해 가정에 전달되는지 그래픽으로 배우기도 했다.

전시회에서 만난 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졸업하고 취직할 때 회사의 방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 참가한 기업들이 대부분 친환경 사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비전이 있어 보인다"며 "VR이나 SNS 이벤트도 많아서 꽤 재밌다"고 말했다.

▲에펠탑이 물에 잠기는 영상을 보여주는 미디어관(좌)과 '전기는 바람을 타고' 체험장 ©newstree


◇ 현재로 다가온 지속가능한 일상

27일까지 열리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는 국내외 500여개 기업들이 2195개 부스로 참여했다. 총 6개 전시관 가운데 제1전시장에 청정에너지관, 에너지효율관, 탄소중립관, 미래모빌리티관, 엑스포(EXPO) 홍보관 등 5개 전시관이 몰려있다. 1전시장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 SK그룹, 포스코, 롯데그룹, 한화큐셀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 부스가 몰려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함께 마련한 '삼성홍보관'은 기후산업박람회 참가기업답게 외벽을 재생 코르크로 감싸고, 전시장 곳곳에 재활용 종이 에코패키징으로 만든 조형물로 차별화시켜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월 열린 '2023 월드IT쇼'에서 사용했던 재활용 나무합판 등의 구조물과 폐섬유 패널과 폐플라스틱 판재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지속가능한 일상을 주제로 한 삼성홍보관 ©newstree


홍보관 입구에는 삼성전자 제품에서 나온 플라스틱 소재를 재활용해 만든 국내 유명 아트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절전형 가전도 '지속가능한 일상'이라는 주제에 맞게 구성돼 있었다. 특히 해양플라스틱이나 어망 등 재생원료가 들어간 투명 큐브를 들어올려 홈에 끼우면 친환경에 대한 삼성전자의 가치관과 비전을 담은 영상이 재생되도록 한 점도 돋보였다.

삼성전자가 가전을 중심으로 세계관을 풀어갔다면 LG전자는 집을 주제로 '넷제로 하우스'를 소개했다. 각종 친환경 기술을 집대성한 모델 하우스 '넷제로 하우스'에서는 가스대신 가정 내 공기의 열을 활용해 급탕을 하는 친환경 시스템보일러, 온수배관과 바닥난방배관을 연결해 샤워나 목욕 후 사용한 물이 하수로 버려지기 전 폐열을 회수하는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가택 내 주차장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지붕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모아두고, 전기차 충전기로 활용하는 솔루션도 선뵀다.

▲LG '넷제로 하우스'의 폐열회수시스템(좌)과 지붕태양광 일체형 주차장 전기차 충전기 ©newstree


SK는 지속가능한 사회에 필수적인 폐기물 재활용 기술을 통한 차세대 산업단지에 대한 구상을 제시했다. SK지오센트릭이 울산에 조성하는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가 소개됐는데, 여러 시청각 자료를 통해 열분해·해중합 등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플라스틱을 순도 높은 PET와 PP 등의 재질로 재자원화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매년 재활용되는 폐플라스틱은 32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롯데그룹관'에서는 SK와 달리 폐자원이 직접 제품화된 모습들을 선봬 차별화했다. 롯데케미칼은 플라스틱 선순환 프로젝트 '프로젝트 루프'를 통해 페트병∙폐현수막 재활용 사례를 소개하고, 플라스틱 원료로 제작된 친환경 유니폼을 소개했다. 롯데그룹 직원들은 이곳에서 '부산엑스포(BUSAN EXPO) 2030'이 새겨진 롯데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세계박람회 유치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 이밖에도 스마트모빌리티를 이끌어갈 롯데정보통신의 자율주행셔틀, 전기차 충전 플랫폼 체험존이 마련돼 있다.

▲롯데정보통신의 자율주행셔틀(왼쪽)과 폐페트병으로 만든 친환경 유니폼(오른쪽) ©newstree


◇우뚝솟은 풍력발전·수소와 함께 '무탄소 청사진'

청정에너지관 정면을 바라보니 천장에 닿을 듯 우뚝 솟은 두산의 해상풍력 발전기 모형이 눈에 들어왔다. 이 모형은 두산중공업이 자체개발한 3메가와트(MW)급 풍력발전기 'WinDS 3000'다. 두산은 풍력발전과 함께 '무탄소에너지 솔루션'을 전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국내 산∙학∙연이 함께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하고 있는 수소터빈의 6분의 1 크기 모형을 국내에 최초로 공개했다. 풍력발전과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 설계도 가능하다.

해외의 친환경 기술도 엿볼 수 있었다. 국내 부유식 풍력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노르웨이 에퀴노르는 전시부스에서 '동해 1', '반딧불이', '후풍' 등을 소개했다. 에퀴노르는 해저에 기둥을 박지 않아도 북해의 강한 파도와 바람을 견딜 수 있는 자사의 '반잠수식' 해상풍력 기술력을 영상을 통해 뽐내기도 했다.

유럽 3대 신재생에너지 개발·투자기업인 덴마크의 CIP도 부스를 마련하고 자사 기술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CIP는 2033년 완공 예정인 덴마크의 인공 에너지섬도 소개했다. 이 섬은 풍력발전으로 전원을 공급해 수소를 생산하는 친환경 전력발전단지다.

▲두산중공업 풍력발전기 'WinDS 3000' 모형(좌)과 국내 최초 공개된 두산에너빌리티 수소 터빈 ©newstree


◇ 탄소포집 이제는 '활용'이 대세

탄소포집 및 활용·저장(CCUS)과 관련된 기술도 다양하게 소개됐다. 석회, 연소 전처리 탈황제 등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자원화한 물질들을 소개하는 로우카본도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는 포집한 탄소로 만든 물질을 테트라포드, 보도블럭 등 콘크리트로 재활용해 영구격리하거나 제재 코팅제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탄소포집으로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곳도 있었다. 에코RNS라는 회사는 폐배터리에서 나오는 리튬의 90% 이상을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주 원료인 탄산리튬으로 전환시켰다. 배터리 원료 중 계속해서 함량을 줄여나가는 코발트와 달리 리튬은 대체가 불가능하고,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재생에너지 인프라의 사후관리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태양광 패널이 외부에 오래 노출되면 이물질이 끼면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35% 가량 감소한다. 리셋컴퍼니는 자사의 태양광패널 무인청소로봇을 이용하면 패널 형태나 크기에 상관없이 맞춤제작으로 오염을 제거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건식이기 때문에 세제로 인한 부가적인 2차 오염피해도 없다.

폐타이어를 재활용하는 곳도 등장했다. 국내에서 매년 발생하는 폐타이어는 30만톤으로 대부분 매립돼 토양오염과 수질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폐타이어 재활용업체 LDC는 폐타이어를 파분쇄 후 열분해 공정을 통해 친환경 오일 등 산업용 원료로 재활용해 1년에 330만그루에 달하는 나무를 아끼고 있다.  

이외에도 미래모빌리티관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의 인공지능(AI) 관제기술, 비행, 친환경 연료 등 차세대 기술이 집약된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기체 'VX4'를 10분의 1로 줄인 모형을 전시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로고가 선명히 박혀있는 이 무인항공기는 조만간 사회적 수용성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수소연료전지 멀티콥터 드론을 선보였다.

▲현대차그룹 수소연료전지 멀티콥터(좌)와 카카오모빌리티 eVTOL 기체 ©newstree


◇ 중소기업들 볼멘소리···"주최측 배려 부족해"

중소기업들이 개발한 친환경 기술들도 대거 소개되고 있지만 전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도슨트 프로그램을 따라 대기업 부스를 관람하던 한 학생은 중소기업들이 밀집된 부스쪽을 가르키며 "대기업은 엄청 화려하게 이것저것 꾸며놨는데 저기 안쪽에 작은 부스들은 뭐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실제로 전시회에 참여한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웬지 모르게 홀대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보일러업체 한 관계자는 "장비를 소개하기에 부스가 너무 비좁다"며 "해외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자동차 1~2대 전시하는데 4~6개 부스를 차지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토해냈다. 물론 부스를 더 많이 구매하면 되지만 중소기업 여건을 고려해 주최측이 조금 더 배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기차 1~2종씩만 전시중인 해외 완성차업체 부스 ©news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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