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명 물부족 '아우성'...이란·이라크 최악가뭄 기후변화가 '부채질'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1-09 15:07:40
  • -
  • +
  • 인쇄
250년 주기로 발생하는 '가뭄' 10년 주기로
강수량 적은데 물 증발량 많아지며 악순환
▲한 남자가 가뭄으로 말라붙은 이라크 자세르강 앞에 서있다. (출처=세계기상기구)


현재 최악의 가뭄이 시달리는 시리아와 이란, 이라크가 위치해 있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지역이 극한가뭄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지구온난화가 지목됐다. 원래 이 지역은 극한가뭄 현상이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지역인데 온난화로 인해 가뭄 발생주기가 매우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8일(현지시간) 국제기후위기 분석·연구기관 세계기상특성(World Weather Attribution,WWA)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본격화된 이후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에 극심한 가뭄이 10년마다 한번씩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 이전에는 이 같은 가뭄이 250년만에 한번씩 일어난 것과 비교하면 빈도가 25배 증가했다.

이란 셈난대학교(Semnan University)의 모하마드 라히미(Mohammad Rahimi) 교수는 "우리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이미 서아시아의 수천만명의 삶을 상당히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그리고 온난화가 더 진행되면 시리아, 이라크, 이란은 더욱 살기 힘든 곳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WA는 "기상 데이터와 기후모델을 사용해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약 1.2℃ 상승한 이후 이 지역의 가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비교했다"며 "그 결과 2020년 이후 이 지역을 강타한 극한기후는 기후위기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WWA는 "원래 이 지역은 예전부터 강수량이 적었는데 극한기후로 물이 더 많이 증발되면서 극심한 가뭄이 더 빈번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가령 이란에서는 과거 80년에 한번씩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지만, 오늘날에는 평균 5년마다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구온난화가 더 심화되면 이런 가뭄은 더욱 흔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보고서는 "이 지역은 분쟁과 정치적 혼란이 빈번하다"며 "이로 인해 사람들이 가뭄 등 기후재난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라나 엘 하지(Rana El Hajj) 적십자 기후센터 연구원은 "정치적 분쟁과 가뭄은 서로의 악영향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분쟁은 토지 황폐화, 물관리 인프라 악화, 사회안정망 붕괴를 초래해 기후재난의 취약성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재난은 사람들의 삶을 더 황폐하게 만들어 결국 정치적 분쟁이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짚었다. 

실제 이 지역의 가뭄은 지역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200만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했고 인구의 60%인 1200만명이 식량 불안을 겪고 있다. 이란의 경우 주요 농업지역이 가뭄의 직격탄을 맞아 식량가격이 급등했다.  

그런데 기후재난에 직면한 지역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2022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전세계적으로 더 빈번하고 치명적인 재난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올 8월 과학자들은 연구논문을 통해 "2023년의 극한날씨는 앞으로 닥칠 더 심각한 영향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기후위기와 극한기상 현상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다가오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화석연료를 빠르게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임페리얼 칼리지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소속 기후연구가 프리데리케 오토(Friederike Otto) 박사는 "화석연료 연소를 중단하지 않는 한 이같은 가뭄은 계속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며 "국제사회가 화석연료 퇴출에 동의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물부족으로 고통받고, 더 많은 농부들이 난민이 되며, 많은 사람들이 슈퍼마켓에서 식료품 구입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등 모두가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오토 박사는 "가뭄의 위협은 온난화되는 세계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지역 농부의 생계를 파괴하고 국제식량 공급망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더욱이 부유국은 이에 상대적으로 적절히 대응할 수 있지만 가난한 국가들은 그럴 돈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설령 선진국일지라도 그 안의 저소득층은 중산·상류층에 비해 기후위기에 취약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화석연료가 어떻게 불평등을 증가시키는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우리銀-수자원공사, PPA 체결..."연간 2200톤 온실가스 감축할것"

우리은행이 지난 14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한국수자원공사와 직접전력거래(PPA, Power Purchase Agreement)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직접전력거래(PPA)

서스틴베스트 "배당 안건 분석시 기업가치 고려해야"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배당 안건 분석 시 상장사들이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17일 밝혔다.서스틴베스트는

[최남수의 ESG풍향계] ESG경영 '리더십'이 핵심이다

한 제조기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ESG 실무담당 임원이 회사의 ESG 경영수준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과 예산계획을 CEO에게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CEO

美 SEC 또 뒤집기..."ESG 주주결의안 위임장 투표에서 제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주주결의안을 위임장 투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바이든 정부에

트럼프發 ESG 후퇴?..."EU 주도 ESG 정책기조 지속"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도 향후 국내외 ESG 정책기조는 굳건할 것으로 보인다.대한상공회의소는 13일 '제6차 대한상의 ESG 아젠다그룹 회의'를 열

LG전자, S&P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 2년 연속 '톱1%'에 선정

LG전자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발표한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CSA)에서 2년 연속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톱 1%'에 선정됐다고 13일 밝혔

기후/환경

+

뜨거워진 바다 식는데 걸리는 시간 2배 늘었다...이유는?

바다가 뜨거워졌다가 다시 식는데 걸리는 시간이 40년 사이에 2배 길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연세대학교 송하준 대기과학과 교수 연구팀과 존 마

코코아·커피값 2배 상승..."올해도 기후플레이션 시달릴 것"

올해도 기후변화로 인한 식품물가 상승이 계속 이어진다는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2배 인상된 코코아와 커피는 앞으로도 계속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

겨울에 난데없는 '홍수'...美동부 겨울폭우에 '잠기고 끊기고'

비와 눈을 동반한 강력한 겨울폭풍이 미국 동부 지역을 강타해 최소 9명이 숨졌다.16일(현지시간) AP통신, CNN 방송 등 미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

"한국의 툰베리 등장을 꿈꾸죠"...청년들의 기후대응 사랑방

뉴스트리가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을 차례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는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펑펑 소비하는 부유국들...전세계 산림손실 12% 차지

미국과 영국 등 부유국의 소비가 전세계 산림 손실의 13%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4일(현지시간) 미국 프린스턴대학 연구팀은 부유국이 자국

서쪽은 폭우, 동쪽은 폭설…美 '대기의 강'으로 기상수난

'대기의 강'과 '북극발 한파'의 영향으로 미국 서부는 폭우가 쏟아지고 동부는 폭설이 퍼붓고 있다.13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NWS)은 산불 피해를 입었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