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기도래하는 채권만 20조원...'한전채 블랙홀' 재발되나?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2-06 11:24:51
  • -
  • +
  • 인쇄
회사채 막히자 단기채·기업어음 늘려
채권·전력시장 넘어선 국가전반 위기
 (사진=연합뉴스)


올해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재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화석연료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전기요금을 억누르고 있으면 한전은 채권 발행으로 이 비용을 충당할 것이고, 이로 인해 '한전채 블랙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6일 기후솔루션은 '기후위기에서 경제위기로: 한국전력 적자 및 채권 발행 영향과 대응' 보고서를 통해 한전의 적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전성을 이같이 예고했다. 

지난 2년간 누적적자가 50조원에 달한 한전은 채권발행을 지속해왔다. 2022년 31조원이 발행된 한전채는 채권발행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9%에서 2022년 29%로 급증했다. 한전이 짧은 기간에 한정된 자금공급을 독점하자 일반회사채 발행량은 2021년 60조원에서 2022년 42조원으로 30% 감소해 기업 자금조달을 위축시켰다.

이처럼 한전이 단기에 채권발행을 늘리면서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빨아들이자 지난 2022년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발언으로 촉발된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건에 이어 금융시장의 위기요인으로 부상했다. '한전채 블랙홀'로 인한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자, 금융당국은 한전에 채권 발행 축소를 요구했다. 이에 한전은 2023년 회사채 발행규모를 12조원으로 줄여 채권 발행시장의 비중을 29%에서 9%로 낮췄다.

▲2021~2023년 연도별 한전 채권발행액 비중 (자료=기후솔루션)


그러나 '한전채 블랙홀' 현상이 올해 재발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자회사 중간배당, 지분매각 등을 통해 사채 발행한도를 91조원에서 104조원으로 늘려 올해 최대 30조원의 채권발행이 가능하다. 올해 만기 도래하는 채권액은 20조원가량인데, 적자 상태인 한전이 또다시 채권 발행을 통해 이를 막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한전발 금융불안은 채권시장뿐 아니라 단기사채, 기업어음 시장까지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회사채 발행에 제약을 받고 있는 한전은 단기사채와 기업어음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단기사채 시장에서 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에서 2022년 15%로 급증했고, 2023년에는 12%를 차지했다. 기업어음 시장에서 한전의 비중은 2021년과 2022년 8% 수준에서 2023년 11%로 늘었다. 한전이 채권시장뿐 아니라 사채와 어음시장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음이다.

▲2021~2023년 단기금융시장 내 한전 비중 (자료=기후솔루션) 


이는 근본적으로 화석연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한전의 전력생산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전은 공급전력의 60%가량을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공급대란으로 한전의 원료비는 석탄 10조원, 천연가스 20조원 등 한해 30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런데 전기요금에 이 원가를 반영시켜 올리지 않으면서 역마진 구조를 초래했고, 이는 적자폭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한전의 전력생산 구조를 재생에너지 등으로 전환시키지 않으면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22년 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우리나라 총배출량의 4분의 1에 달하는 1억6000만톤에 달했다. ESG금융공시가 제도화되는 시점이어서, 앞으로 한전은 이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글로벌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이는 금융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게 되고, 기업들의 자금조달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한전의 자금위기는 채권시장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2022년부터 2년여간 이어진 한전의 위기는 다른 산업, 국가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한전은 올해 또다시 경제 전반의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어 정책 당국의 감독 강화가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이진선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장은 "한국전력의 적자 해소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도 필요하지만,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하면서 "화석연료 중심 발전을 우대해주는 현재 전력시장 구조하에서 한전 발전자회사들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출 동기가 없다"고 짚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화석연료 중심으로 설계된 전력시장의 거버넌스를 재생에너지 위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카카오 AI 돛' 출범…"2030년까지 100개 AI 혁신기업 육성"

카카오그룹이 4대 과학기술원과 손잡고 지역 인공지능(AI) 인재와 혁신기업 육성 추진기구인 '카카오 AI 돛'을 설립한다. 카카오는 2030년까지 5년간 500억

포스코 '사고다발 기업' 오명 벗나...올들어 중대재해 'O건'

지난해 6명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포스코가 올해 들어 단 한 건의 산업재해도 발생하지 않으면서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포스코는 올

롯데·이마트, 메탄 감축목표 '낙제점'..."육류 위주 공급망이 문제"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육류·유제품·쌀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메탄 감축목표가 '낙제점'이라는 국제환경단체의 평가가 나왔다. 20일 글로벌 환

FC서울 홈 개막전 앞두고...서울월드컵경기장에 '다회용기' 도입

서울시가 오는 22일 열리는 FC서울 홈 개막전에 맞춰 서울월드컵경기장 안팎의 편의점과 푸드트럭에 다회용기를 전면 도입한다고 19일 밝혔다.시는 서

도심 열섬현상 '빗물'로 잡는다...서울시, 관리시설 확대

서울시가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고자 10억원 예산을 들여 빗물관리시설 확대에 나선다.서울시는 2026년 빗물관리시설 확충사업으로 성북구 등 9개 자

대기업 취업문 '활짝' 열렸다…채용 규모 5만여명

삼성그룹, 현대자동차,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2026년 상반기 공개채용에 본격 돌입했다. 주요 대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5만여명으로 확대되고, 인공

기후/환경

+

역대 가장 더웠던 '최근 10년'...바다 에너지 흡수량 '포화상태'

지난 10여년이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시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바다가 인류 에너지 사용량의 18배에 달하는 열을 흡수하며 온난화가 가속되고

하와이 2~3개월치 비가 '하루에'...120년 된 '댐' 붕괴위기

하와이 오아후섬에 2~3개월에 걸쳐 내려야 할 비가 하루에 몽땅 내리는 바람에 대홍수가 발생했다.2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하와이 오아후

'히말라야 빙하' 녹는 속도 2배...20억명 생존 위협

히말라야 빙하의 녹는 속도가 2000년 이후 2배로 빨라지면서 20억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네팔 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ICIMOD)는 힌두

[이번주 날씨] 21℃까지 '껑충'...일교차 크고 미세먼지 '극성'

이번주는 온화하고 따뜻한 기온으로 완연한 봄날씨가 이어지겠지만 공기질은 좋지 않다. 또 일교차가 매우 커서 환절기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 주 중

중동 전쟁 4주째...초기 2주에 온실가스 505만톤 배출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한지 14일만에 500만톤이 넘는 온실가스가 배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전세계 84개 저배출 국가가 배출한 온실가

"온실가스 규제 왜 없애는 거야?"...美 24개주 트럼프 행정부에 소송

미국의 50개주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24개주가 기후규제를 철회한 트럼프 행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19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