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수소' 솟아나는 암석지대 찾았다...탐사러시 시작되나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2-16 17:46:31
  • -
  • +
  • 인쇄
알바니아 광산밑 웅덩이 연200톤 H2 발산
비슷한 암석지대 전세계 3000㎞ 걸쳐있어
▲알바니아 북동부 불키저 지역 크롬광산의 갱도 950m 아래 위치한 물웅덩이에서 연구팀이 거품이 일며 수소가스를 뿜어내는 주요 방출점을 전등으로 비추고 있는 모습 (사진=사이언스)


땅속에서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천연수소'가 대량으로 매장돼 있는 암석지대를 찾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 암석지대에서는 천연수소 탐사가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이 암석지대는 프랑스 그르노블알프대학교 로랑 트루셰 교수 연구팀이 발견했다. 트루셰 교수 연구팀은 최근 알바니아 북동부 불키저 지역의 크롬광산의 갱도 1㎞ 아래에서 자연적으로 수소를 뿜어내는 물웅덩이를 발견했다. 30㎡ 크기의 물웅덩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소는 연간 11톤 규모다.

연구팀이 발견한 '천연수소 샘'은 이 광산에서 방출되는 수소의 일부분에 불과했다. 연구팀이 인근 갱도와 동굴들에서 방출되는 수소가스를 종합한 결과, 불키저 크롬광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소가스는 한해 최소 200톤이 넘으며, 순도 84%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이는 몸체 길이 245m의 세계 최대 비행선 힌덴부르크호 10대를 채우고도 남을 양으로, 여지껏 발견된 오피올라이트 지대에서 발견된 '천연수소 샘'들과 비교했을 때 1000배 많은 양이다.

오피올라이트는 지각판이 맞물리면서 바다밑에 가라앉아 있던 해양지각이 수면 위로 솟아난 암석지대다. 오피올라이트는 지각 위로 솟아오르기전 맨틀과 가까이 붙어있었던 탓에 다양한 철분을 함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철을 함유한 감람석이 고온·고압에서 물을 만나면 사문석으로 산화하고, 부산물로 수소가 나온다.

이번에 연구팀이 발견한 '천연수소 샘'이 위치한 광산은 수천만년전 아프리카 지각판과 유럽 지각판이 충돌해 생성된 오피올라이트 지대다. 당시 지각판 충돌로 스페인 서부에서 알바니아가 위치한 발칸반도, 중앙아시아를 거쳐 인도 북부와 중국에 이르기까지 3000㎞에 걸쳐 암석지대가 형성됐다.

트루셰 교수팀도 이 지대에 있는 불키저 광산에서 1992년부터 3차례나 수소가스에 의한 대형 폭발이 일어났다는 점에 착안해 탐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 암석지대를 중심으로 천연수소를 탐사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천연수소를 포집하면 낮은 비용으로 청정에너지인 '그린수소'를 수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수소에너지 수요는 연간 1억톤 규모에 이른다. 이에 전세계 국가들은 이미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에너지고등연구계획국(ARPA-E)은 천연수소 추정 매장량이 1000만톤 이상이면 2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지난 2019년 미국 천연수소에너지(Natural Hydrogen Energy)는 네브래스카주와 캔자스주에 천연수소 탐사 시추공을 이미 뚫은 바 있다. 프랑스는 지난 2022년 자원채굴법에 수소를 추가하면서, 업체 4곳이 천연수소 탐사 허가를 신청했다. 스페인은 피레네산맥에서 2028년 생산을 목표로 천연수소를 추출하는 '헬리오스 아라곤'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연구팀이 이번에 발견한 '천연수소 샘'은 수소매장량이 최대 5만톤으로 상업화하기엔 부족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오피올라이트 암석지대가 천연수소를 찾아내기 좋은 장소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는 평가다.

미국 매사추세츠 우즈홀해양연구소(WHOI) 프리더 클라인 박사는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오피올라이트 노두(광맥·암석 등의 노출부)가 있다"면서 "매장지를 하나하나 살펴서 포집이 가능한 수소배출원이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에너지시스템 마이클 웨버 연구원 "석유와 가스가 나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정학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쿠팡 박대준 대표 전격 사임…美 본사가 사태수습 나선다

최근 발생한 쿠팡 회원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전격 사임했다.쿠팡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박대준

폐이불과 유색페트까지 원료화...SK케미칼, 中에 재생공장 짓는다

SK케미칼이 합성섬유 소재의 폐이불과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페트병 등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원유로 자원화하는 합작법인을 중국에 설립한다. 국내 화

KT 차기 대표 선정 9부 능선...'박윤영·주형철·홍원표'로 압축

KT 차기 사장 후보가 박윤영, 주형철, 홍원표 3명으로 좁혀졌다.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1월 16일까지 접수된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을 대

하나금융, 장애인 거주시설 10곳에 친환경 차량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장애인 거주시설 10곳에 친환경 전기차량을 이동차량으로 지원했다고 9일 밝혔다.이번 차량 지원은 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한 장애인

LS전선, 국내 전선업계 최초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 획득

LS전선이 국내 전선업계 최초로 글로벌 인증기관 UL솔루션스(Underwriters Laboratories Solutions)로부터 '폐기물 매립 제로'(ZWTL) 인증'을 획득했다고 9일 밝혔다.

[ESG;스코어]서울에서 탄소감축 꼴찌한 '강남구'...1위 지자체 어디?

지방자치단체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서 전라남도 신안군이 1081톤으로 감축률 1위를 기록했고, 부산 서구는 온실가스가 오히려 115톤 증가하면서 감축률

기후/환경

+

베란다 태양광 설치하면 1만원...내년부터 달라지는 '탄소중립포인트'

내년부터 집 베란다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1만원 상당의 탄소중립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년부터 예산소진없이 탄소중립

EU 수개월 협상끝에 매듭...'2040년 온실가스 90% 감축' 확정

유럽연합(EU)이 204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90% 감축한다는 목표에 최종 합의했다.9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와 회원국들은 수

홍수의 41%가 亞 발생..."물관리에 2040년까지 4조달러 투자해야"

홍수와 폭염 등 기후재난으로 아시아 지역은 물 위생과 전력시스템이 크게 위협받고 있지만 이를 대응할 재원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아시아

해상풍력 2030년 10.5GW 확충...사업기간 6.5년으로 줄인다

정부가 2030년까지 해상풍력을 10.5기가와트(GW) 확충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육상풍력을 2030년까지 6GW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발전

[내일날씨] 이번엔 출근길 눈·비...도로 살얼음 '조심'

목요일인 11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눈 또는 비가 내리겠다.10일 기상청에 따르면 11일 오전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고, 경기 동부와 강원도,

자연을 갉아먹는 인류..."매시간 50억달러씩 환경훼손"

국제연합(UN)이 전세계가 환경훼손으로 매시간마다 50억달러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9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환경계획(UNEP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