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강물이 녹슬었다고?...주황색으로 변한 알래스카 강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5-23 16: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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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동토층 녹아 산성 무기물질 스며든 탓
레몬즙보다 더한 산도...토종어류 2종 멸종
▲주황빛으로 변한 미국 알래스카주 쿠고로루크강 지류 (사진=미국 지질조사국)


수정처럼 맑은 물과 수려한 경관으로 유명한 알래스카의 강물이 녹슨철과 같은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그런데 이 기현상은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 북극생태학자 조너선 오도넬 연구팀은 최근 미국 알래스카주 북부 브룩스산맥 일대의 물줄기들 곳곳이 주황색으로 변한 원인이 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각종 무기물질이 섞여들어가 산화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2018년부터 관측되기 시작한 이 현상은 우주에서 위성사진으로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다. 현재 이 현상은 75개 지점에서 확인되고 있다. 연구팀은 처음에 광산 주변 강물이 산화돼 나타나는 '산성광산배수'(AMD) 현상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강물이 변색된 지역은 광산도 없고 헬기로도 접근하기 어려운 먼 곳에 있다는 점, 또 주로 7~8월 여름철에 발생하는 계절적 현상이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이는 영구동토층 해빙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알래스카주의 80%는 2년 이상 녹지 않고 항상 얼어붙어 있는 영구동토층으로 덮여있다. 알래스카와 인접한 북극은 최근 햇빛을 반사시키던 하얀 눈과 빙하가 녹으면서 검은 바다가 그대로 열을 흡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극의 온난화는 다른 지역보다 4배 이상 빨리 진행되고 있다. 이 여파로 알래스카주 역시 여름철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암석과 흙덩어리 사이에 켜켜이 쌓인 얼음이 녹으면서 영구동토층은 진흙처럼 풀어져 그동안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던 아연, 구리, 카드뮴, 철 등 무기물질들이 공기와 접촉하면서 산화하고 있다. 이 무기물질들이 그대로 강물에 녹아들면서 강물의 산성도가 높아져 오렌지 색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이 변색된 강물의 시료를 모아 산성이나 염기성을 나타내는 PH농도로 분석한 결과, PH농도가 2.3에 이르는 시료도 있었다. 통상 강물은 중성인 PH 6.5~8의 중성을 띠고, 산성비가 PH4.3, 레몬즙이 PH2.6 정도를 띠는데 이보다도 더 심한 산성도를 보인 것이다.

강물 산성화로 생태계는 이미 피해를 입고 있다. 연구팀이 처음 강물 변색 현상을 포착한 2018년부터 1년도 채 지나기 전에 알래스카주 코북밸리국립공원 내 아킬리크강 지류에서는 토종어류 2종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에 따라 이 강물을 식수원으로 활용하고 물고기를 잡아 생업을 하는 원주민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류에서 발생한 변색현상은 하류로 가면서 피해를 더 키우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교(UC 데이비스) 조교수 브렛 폴린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강물이 주황색으로 변할 때 대형 무척추동물을 포함해 먹이사슬의 근간을 이루는 강바닥의 미생물막(biofilm)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며 "어류의 서식지를 뒤바꿔놓을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지구와 환경'(Nature Communications: Earth and Environment) 20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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