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미국 곳곳의 해변이 조금씩 바다에 잠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6세기 로마법에 뿌리를 둔 '공공신탁' 개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해변은 바닷물이 높아질수록 육지 쪽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며 형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해변가에 집을 지키기 위해 방벽이나 바위 등을 설치하면 해변이 육지 쪽으로 이동할 공간이 없어, 결국 모래사장은 바다 아래로 사라진다. 이를 '해안 압착(coastal squeeze)'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런 해변이 대부분 '공공의 땅'이라는 점이다. 6세기경 로마제국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정립한 법에 따라, 바다와 해변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모두의 자산이라는 원칙이 미국 대부분의 주에도 적용된다. 실제로 로드아일랜드주 헌법에는 해변에서 걷고, 낚시하고, 수영할 수 있는 권리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해변가 방벽이 늘면서 모래사장이 조성돼 있는 해변 자체가 사라지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공공재인 해변을 보존할 것인지, 사유재산인 해변가 주택을 지킬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환경단체와 주민, 정부간 법적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한 부부가 허가없이 집 앞에 방벽을 설치했다가 28만9000달러(약 4억)의 벌금을 부과받자, 주정부와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산불 피해 주택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과거에 설치된 방벽이 현재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다시 지으면 안된다고 안내해 논란이 일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결국 재건을 돕기 위해 환경심사를 면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환경단체들은 "공공 해변을 해치는 행위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2028년 올림픽 서핑 경기가 예정된 캘리포니아 트레스틀스 해변도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인근 철도 방호공사를 위해 방벽이 설치될 경우, 파도가 변화해 해변이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시간대 도시계획학부 리처드 노턴 교수는 "해변가 집을 지킬 것인가, 해변 자체를 지킬 것인가. 둘 다 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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