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좋은 개살구'된 COP26..."기후정상회담은 홍보행사로 변질됐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1-11-08 15:21:44
  • -
  • +
  • 인쇄
COP26 역대 ‘가장 배타적인’ 기후정상회담
접근성 부족, 장애인 배제, 남반부 국가 불참
그레타 툰베리 '기후회담, 홍보행사로 변질'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기후변화 행동 촉구 시위 (사진=연합뉴스)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기후정상회담이 '빛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다. 기후운동가와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선 '역대 가장 배타적인 회담'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COP26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후회담이자 외교회담 중 하나로, 11월 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전세계 정상들은 삼림벌채 중단, 2030년 메탄배출 30% 감축, 단계적 석탄발전 중단 등을 합의했지만 지구온난화의 임계값인 1.5℃ 목표 시점을 합의하지 못하면서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후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방안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라고 거듭 강조해 왔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저탄소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2050 탄소중립'에 대해 입장차이를 보임에 따라 지구 상승기온을 1.5℃로 제한할 가능성은 급격히 희박해졌다.

이를 두고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COP26 기후정상회담은 '실패'라고 평가했다. 툰베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COP26을 "북반구 국가의 그린워싱 축제"라고 비유하며 유엔 회담이 일종의 홍보행사로 변질됐다고 비난했다. 그는 "COP는 지도자들이 아름다운 연설을 하고 멋진 공약과 목표를 발표하는 홍보행사가 됐다"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2주간의 사업 축하행사"라고 비꼬았다.

9월초 1500개 이상의 환경운동단체들로 구성된 세계연합 '기후행동 네트워크(The Climate Action Network)'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안전하고 포괄적인 행사를 전개하기 힘들다며 연기를 촉구했다. 패트리샤 에스피노사 유엔 기후부장관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번 정상회담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행사 개최국인 영국이 이를 밀어붙이면서 세계 정상들은 기차가 아닌 비행기로 이동했으며, 행사장 곳곳에서도 탄소저감을 위한 노력이 거의 엿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사드 레만 COP26 연합 대변인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악의 계획, 최악의 조직 그리고 가장 비효율적인 COP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COP26 연합은 영국에 본부를 둔 단체로 원주민 공동체, 최전방 활동가 및 남반구 민중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10년 넘게 유엔 기후회담에 참석해왔다고 밝힌 레만 대변인은 남반구 대표 참가국 중 3분의 1만 COP26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나머지 국가는 코비드19로 인한 제약이나 저렴한 숙박시설 부족, 회의장에의 접근 제한으로 회담에 참석할 수 없었다. 참석한 일부 시민사회단체도 협상에서 배제됐다.

행사 개막일에는 참석자들이 회담장인 글래스고의 SEC 복합단지로 몰리면서 일대 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청소년 기후운동가인 알렉산드리아 빌라세노르는 "배타적인 디스토피아 지옥 풍경"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참석자는 2만명인데 입구는 단 하나"라며 "모든 사람이 한 줄로 서서 보안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에 2일동안 4시간씩 줄을 섰다"고 했다. 게다가 시민사회단체와 NGO 참관인들은 협상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별도의 방에서 온라인으로 본회의를 참관해야 했다.

또 COP26 현장에 수화 통역사가 없고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해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COP26 정상회담 장소가 휠체어 입장이 불가능해 카린 알하라르 이스라엘 에너지부 장관은 참석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그는 UN이 장애인 접근성의 중요성을 홍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행사는 장애인을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 '지구 국제친구들(Friends of the Earth International)'의 기후정의 및 에너지 공동 규제자 디프티 바트나가르는 "기후영향의 최전선에 놓인 사람들이 글래스고의 거리나 COP의 홀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데 어떻게 COP26의 결과가 공정하고 합법적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경우 자신의 거주지인 모잠비크에서 글래스고까지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툰베리는 "COP26이 실패라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며 "애초에 위기를 초래했던 방식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툰베리는 지난 1일에도 "COP 안에는 우리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척하는 정치인들과 권력자들만 있다"면서 "변화는 저 안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저것은 리더십이 아니다. 이것이 리더십이고, 리더십의 모습"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툰베리는 지난 9월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스포클라이메이트(Youth4Climate) 정상회담에서도 "2050년까지 넷제로니, 기후중립이니, 이것이 우리의 지도자들로부터 듣는 전부다"라며 "듣기 좋은 말이지만 지금껏 행동으로 이어진 것은 없다. 우리의 희망과 꿈은 이들의 허울뿐인 말과 공약에 질식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낡은 옷, 포인트로 바꾸세요"...현대百 '바이백' 서비스 시행

현대백화점이 중고패션 보상프로그램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도입한다. 가지고 있는 의류를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KCC글라스 '2024-25 ESG보고서' 발간...KPI와 연계

KCC글라스가 지속가능경영 성과와 성장전략을 담은 '2024/25 ESG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올해 다섯번째로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ESG 전략목표와

[최남수의 ESG풍향계] 글로벌 기업들 '지속가능 공시' 적극적인 이유

이재명 정부는 ESG 정책에 대해 전향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이는 정책은 지속가능성 공시다. 윤석

SK케미칼 '2024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발간..."5대 과제 평가 담아"

SK케미칼이 1년간의 ESG성과와 향후 전략을 담은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공시 기준으로 통용되는 △

정부 '위약금 면제' 수용한 SKT..."정보보호에 7000억 투자" 결정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SKT는 침해사고 발생전인 4월 18일 기

기후/환경

+

또 물에 잠긴 파키스탄...폭우에 빙하 녹은 물까지 덮쳤다

몬순(우기)를 맞은 파키스탄에 이상고온으로 빙하까지 녹아내리면서 홍수가 발생해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NDMA)은 1

40℃로 치솟는 英..."이 추세면 2070년대 폭염 사망자 3만명" 경고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2070년대에 연간 3만명 넘는 사람들이 폭염에 의해 사망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10일(현지시간)

李대통령 한마디에 지자체들 발빠르게 폭염대책 마련

폭염에 취약계층과 농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해달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지방자치단체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

서울 지역에 따라 지표면 온도 4.2℃까지 차이...이유는?

서울지역 한낮 최고기온이 35℃를 넘나들고 있는 가운데 서울도 지역에 따라 지표면 온도가 최대 4.2℃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숲의 면

[주말날씨] 백두대간 서쪽은 '찜통더위'...동쪽은 '더위' 꺾여

이번 주말에도 백두대간 서쪽과 내륙은 체감온도가 35℃를 넘나드는 '극한폭염'이 이어지겠다. 곳곳에서 낮동안의 폭염의 영향으로 밤에도 기온이 내

'참치' 늘고 '오징어' 줄고...뜨거워진 동해안 어종 바뀌고 있다

동해안은 전세계 연안에 비해 수온이 3배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탓에 어종도 바뀌고 있다.연일 35℃가 넘는 폭염이 한창인 10일 오후 3시 동해안의 수온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