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800km 주행하는 배터리 개발..."전기차 시장 판도 바뀔 것"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1-14 15:16:09
  • -
  • +
  • 인쇄
SK이노 지원으로 KAIST와 美조지아공대 공동개발
신축성있는 알라스토머 고체전해질 원천기술 확보
▲조지아공대의 이승우 교수(왼쪽)와 마이클 리가 '전고체 리튬메탈 배터리'에 들어가는 고분자 고체전해질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조지아공과대학) 


한번 충전으로 8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용 '전고체 리튬메탈배터리'(all solid state Li-metal battery)가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범준 교수 연구팀과 미국 조지아공대 이승우 교수팀은 고무처럼 신축성이 탁월한 합성수지인 '엘라스토머' 형태의 고분자 고체전해질을 이용해 '전고체 리튬메탈배터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Li-ion battery)는 액체 전해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불안정성이 커서 작은 손상에도 전해액 누출로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전기자동차의 안전성을 위해서 안전하면서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배터리 개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연구진은 탄성이 있는 플라스틱 소재인 엘라스토머 내에 리튬 이온전도도가 매우 높은 플라스틱 결정 물질을 3차원으로 연결해 '엘라스토머 고분자 고체전해질'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전고체 리튬메탈배터리를 만들었더니 에너지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1㎏당 410와트시(Wh)에 달했다. 현재 주로 쓰이는 고분자 전해질인 폴리에틸렌 옥사이드(PEO)를 기반으로 한 전지의 에너지밀도는 1㎏당 280Wh다.

'전고체 리튬메탈배터리'(all solid state Li-metal battery)는 리튬메탈의 음극과 양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화재 위험성이 높은 액체 대신 고체로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밀도가 높아 대용량 충전이 가능하고, 화재 위험성도 줄어들었다.

이승우 교수는 "관련 산업계는 무기 고체전해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이는 제조하기 어렵고 비싸며, 환경친화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에 개발한 고체 고분자 전해질은 제조비용이 낮고 독성이 없는데다 고무처럼 부드러운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엘라스토머 고분자 고체전해질은 저온에서 간단한 중합공정을 이용해 만들 수 있다.

김범준 카이스트 교수는 "엘라스토머 고체전해질의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며 "기존 고체전해질이 가진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데다 제조 공정이 매우 간단해 전고체전지 전해질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무처럼 신축성이 탁월한 엘라스토머 고체 고분자전해질 (사진=조지아공과대학)


탄성이 뛰어난 합성수지인 엘라스토머는 이전에도 웨어러블 전자제품이나 소프트 로보틱스 등 첨단제품에 널리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이번에 엘라스토머 소재로 개발된 이 배터리는 이온 전도성과 안전성 면에서 더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배터리 기술의 핵심은 견고한 엘라스토머 내부에 플라스틱 결정물질을 3차원으로 상호연결해 형성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야 리튬 덴드라이트 성장을 방지하고 이온을 더 빠르게 이동시켜 실온에서도 고체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독특한 구조 덕분에 엘라스토머 리튬메탈배터리는 이온 전도성이 높을 뿐 아니라 안전성이 크게 우수해졌다.

마이클 리 조지아공대 기계공학대학원 연구원은 "이온 전도율이 높으면 동시에 더 많은 이온을 움직일 수 있다"며 "이런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구진은 이온 전도성을 향상시켜 배터리 지속시간을 늘리고 충전시간을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 배터리 성능과 주기시간은 2배까지 향상됐다.

오는 2023년까지 연간 21.5GWh 규모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생산할 EV배터리공장을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할 계획인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추가적인 전해질 소재를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팀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최경환 SK이노베이션 차세대배터리연구소장은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와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배터리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SK이노베이션과 이승우 교수가 공동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로 앞으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12일(현지시간)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한카드, 개인정보 19만건 '술술'…유출사실 3년간 몰랐다

신한카드에서 가맹점 대표자의 휴대폰번호 등 19만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외부 해킹이 아닌 내부 직원에 의한 유출인

삼성重 사망사고에 사과…반복된 인명사고에 비판 잇따라

삼성중공업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공식 사과와 함께 사고 선박에 대한 전면 작업중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 "속도감 있는 실행으로 판을 바꾸자"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가 "위기 속에 더 큰 기회가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도약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하면서 신년 아젠다로 5대

이재용 삼성 회장이 귀국 1주일만에 달려간 곳

주식시장에서 '11만전자'를 회복한 2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사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생산현장으로 달려갔다.삼성전자는 이날 이재용 회장이 경

오리온 3세 경영 본격화...담서원 1년만에 부사장 승진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씨가 입사 4년 5개월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승계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오리온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美 쿠팡 주주가 집단소송 제기..."정보유출 공시의무 위반"

3000만명이 넘는 회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상대로 미국의 주주가 미국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내에는 쿠팡 소비자가 거의 없기에

기후/환경

+

유럽 교회의 오르간 조율기록이 기후온난화 추적 데이터?

유럽의 각 교회에서 오르간을 조율할 당시 기록된 기온이 기후온난화를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자료가 되고 있다.영국 노팅엄 트렌트

AI로 도로살얼음까지 예보...정부 '4차 기후위기 대응대책' 확정

겨울철 '도로위 암살자'로 불리는 살얼음(블랙아이스)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12시간전에 예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취약계층이 폭염과 한파로

그린란드 쓰나미 원인 밝혀졌다…"해저지진 아닌 빙하붕괴"

그린란드에서 발생한 대규모 쓰나미가 해저 지진 때문이 아니라 빙하 붕괴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22일(현지시간) 스페인 환경&

美트리는 전기료 천만원...英트리는 재생에너지 전력

영국은 올해 크리스마스가 전력부문에서 역대 가장 낮은 탄소배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20일(현지시간) 가디언이 영국 전력망 운영을 분석한

기후부, 에너지시스템 AI전환 추진…'기후·에너지 DX·AX 전담반' 출범

정부가 에너지시스템 분야의 인공지능(AI) 전환을 본격 추진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

기후부, 환경 연구개발 현장 중심 전환…탄소중립·순환경제 기술 발굴

환경 연구개발이 산업 현장과 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2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3차 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