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플라스틱 청정지역이 없다'...극지방 이어 알프스에서도 검출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2-03 16:32:27
  • -
  • +
  • 인쇄
알프스 정상, 1mL당 나노플라스틱 평균농도 46.5ng
나노플라스틱, 대서양 인근서 바람타고 2000km 이동



그린란드 만년설과 남극의 빙핵뿐 아니라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알프스에서도 나노플라스틱이 발견되면서 지구상에는 플라스틱 청정지역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과학계에 따르면 스위스 연방재료과학·기술실험실(EMPA)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Utrecht) 대학교, 오스트리아 기상·지구물리학 중앙연구소 소속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알프스에 쌓인 눈에 다량의 나노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게재했다. 나노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이 나노미터 크기로 쪼개진 것으로, 1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 크기다. 

연구팀은 2017년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40여일간 오스트리아 남부의 호에 타우에른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기상·지구물리학 중앙 연구소 관측소 인근에서 매일 오전 8시에 쌓인 눈의 표면을 분리한 뒤 이를 녹여 분석했다. 이 관측소는 사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외진곳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1886년 세워진 이 관측소에서 주로 나노플라스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연구팀은 채취한 눈 샘플을 분석한 결과 1mL당 나노플라스틱의 평균농도가 46.5ng(나노그램)에 달했다. 이 수치를 기반으로 추정한 결과, 이 지역의 1년간 나노플라스틱 침적률은 1km2당 42kg였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파악된 수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나노플라스틱은 합성섬유로 만든 옷에서도 배출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눈을 모을 때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실험실에서도 연구원이 눈 샘플을 개봉할 때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등 정확한 검사결과를 위해 다양한 변수들을 통제했다. 또 분광기로 나노플라스틱 입자를 세는 과정에서 수집된 눈의 오염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까지 개발했다. 

눈 샘플에서 검출된 나노플라스틱의 종류는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등이 주를 이뤘다. PP와 PET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라스틱 소재들이다.

또 연구팀은 나노플라스틱 입자가 2000km까지 이동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팀은 유럽의 바람과 날씨 데이터를 통해 각각의 나노플라스틱의 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호헤르 소넨블릭산 정상에서 검출된 나노플라스틱 입자의 약 30%는 주로 반경 200km에 있는 도시에서 유입됐고, 10%는 2000km 떨어진 대서양 인근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것으로 추정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 연구진은 그린란드 만년설과 남극의 빙핵에서도 나노플라스틱을 검출한 바 있다. 특히 그린란드 빙하에서 발견된 나노플라스틱은 50년전 자동차 타이어 성분으로 드러나면서 플라스틱 오염이 오랜세월에 걸쳐 극지방까지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린란드에서 발견된 나노플라스틱 입자도 일회용 비닐봉지와 포장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PE)이 절반을 차지했다. 25%는 자동차 타이어 분진이고, 20%는 음료수 병 및 의류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였다. 남극에서 발견된 나노플라스틱도 PE가 절반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식품용기와 파이프에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이 많았다.

현재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8억3000만톤으로 추정된다. 그 중에서 약 76%인 6억3000만톤은 재활용되지 않고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마구 버려지는 플라스틱에서 파생된 나노플라스틱은 북아메리카 및 아시아에서 바람을 타고 그린란드까지 날아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남극 맥머도 사운드의 해빙에서 발견된 나노플라스틱은 해류에 의해 운반됐을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플라스틱 오염 수준이 인류를 위협할 정도로 만연해졌다고 보고 있다. 이미 미세플라스틱은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부터 바다 깊은 곳까지 발견됐으며 사람들은 미세플라스틱을 흡입하고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세포에 손상을 입힌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극지방과 알프스 정상에서 나노플라스틱 연구를 이끌었던 위트레흐트대학의 두샨 마테리치(Dusan Materic) 교수는 "나노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며 "인간이 나노플라스틱에 노출되면 세포독성과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GC인삼공사, 가족친화·여가친화 '인증획득'

KGC인삼공사는 성평등가족부가 주관하는 가족친화인증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여가친화인증을 획득했다고 15일 밝혔다.가족친화인증제도는 일

LS전선, 美에 영구자석 공장 세운다..."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LS전선이 미국 내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Chesapeake)시에 투자 후보지를 선정하고 사업타당성을

한국거래소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 1년 연장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수수료 면제가 1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정부의 녹색채권 활성화 정책 지원을 위해 '한

셀트리온제약 'ESG위원회' 신설..."위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

셀트리온제약은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돌입했다고 11일 밝혔다.ESG위원회는 ESG 경영을 총괄하는

kt ds '2025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상' 종합대상 수상

KT그룹 IT서비스 전문기업 kt ds가 한국HRD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 대상'에서 최고등급인 '종합대상'을 받았다고 11일 밝혔다.대한민국

SPC, 음성에 '안전 스마트공장' 짓는다..."인명사고 근절"

SPC그룹은 생산시설에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3000억원을 들여 충청북도 음성군에 '안전 스마트 신공장'을 짓는다고 11일 밝혔다.'안전 스마트 신공

기후/환경

+

항공기 이·착륙시 기내 '초미세먼지' 농도 기준치 2배로 '급증'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기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시테대학 연구팀은 파리의 샤

중국 '탄소가격' 오르기 시작했다… 철강·시멘트까지 ETS 확대

세계 최대 탄소시장인 중국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철강·시멘트 등 고배출 산업을 포함한 배출권거래제가 본격 시험대에 올

또 미뤄진 '플라스틱 국제협약'… 이번 환경총회서도 합의 실패

플라스틱 오염종식을 위한 '플라스틱 국제협약'에 대한 전세계 합의가 제7차 유엔환경총회에서도 불발됐다. 이번에도 국가간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면

LS전선, 美에 영구자석 공장 세운다..."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LS전선이 미국 내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Chesapeake)시에 투자 후보지를 선정하고 사업타당성을

美 워싱턴주 유례없는 폭우...'대기의 강'으로 대홍수

미국 서북부 워싱턴주에 기록적인 폭우가 며칠씩 내리면서 홍수가 일어났다. 이 홍수로 주택이 유실되고 주민 수만 명이 대피했다.워싱턴주 스캐짓 카

북극곰 온난화로 위협받자…생존 위해 'DNA' 바꾼다

지구온난화로 생존이 위협받는 북극곰의 유전자에서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됐다.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팀은 기온이 오를수록 그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