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투명페트vs투명페트병'...함께 버리면 안된다고?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2-03-11 18:32:43
  • -
  • +
  • 인쇄
투명페트 재질도 용도에 따르 종류 천차만별
다른 재질 함께 섞이면 고품질 재활용 방해돼


아파트에 사는 A씨는 분리배출을 위해 플라스틱에 붙어있는 라벨을 일일이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분류한다. 특히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는 '페트' 표시가 돼 있는 투명 플라스틱은 항상 따로 모아서 배출한다. A씨는 자신의 행동으로 재활용률이 높아진다 생각하니 뿌듯했다. 그런데 얼마 후 자신이 한 분리배출이 오히려 고품질 플라스틱 재활용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황당했다.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가 시행된지 15개월이 지났다. 처음엔 귀찮다는 이유로 그냥 버렸지만 지금은 페트병을 헹구고 라벨까지 떼서 버리는 사람들이 늘었다.

투명 페트병만 따로 모으는 이유는 플라스틱을 고품질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다. 페트(PET)는 고품질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이지만 색이 들어갔거나 라벨, 접착제 등 이물질이 붙어있으면 품질이 떨어진다. 그래서 '투명 페트병'만 따로 모으는 제도를 2020년 12월 25일부터 아파트에서 시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25일부터는 단독주택에서도 분리배출하도록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민간 선별장에 들어온 투명 페트병이 2020년 12월 461톤에서 2021년 11월 1233톤으로 늘었다"며 "이에 따라 투명 페트병을 비롯한 국내 고품질 플라스틱 재생원료 생산량은 같은 기간 약 2.2배 늘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투명 페트병' 수거함에 투명페트 재질의 플라스틱을 버리면 안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마트에서 과일이나 채소를 담은 투명페트는 분명 '페트'로 표시돼 있지만 생수를 담은 투명 페트병과 다르다고 한다. 

▲분리배출된 투명 페트병, 대부분 라벨까지 제거돼 있다.


◇ 'PET'는 한 종류가 아니다


'PET'라고 하면 대부분 페트병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페트의 종류는 의외로 다양하다. 페트병을 만드는 재질도 있고,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컵에 쓰이는 페트 재질도 있다. 식품 포장재나 세제통, 심지어 필름도 페트로 만든다. 색이 입혀진 것도 있지만 대부분 투명한 재질이다. 눈으로 보면 다 같은 재질처럼 보이지만 각 용도에 따라 재질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투명 페트병'에 한정해서 분리배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페트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halate, PET)의 약자로, 탄소중합체로 이뤄진 고분자 물질이다. 투명도, 물성(경도) 등을 조절하기 위해 분자량을 늘리거나 줄이기 때문에 화학적으로 같은 페트 재질이지만 종류가 구별돼 있는 것이다. 같은 밀가루라도 분맥법에 따라 강력분이나 소맥분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과 같다.

모든 페트 재질은 재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종류가 서로 다른 재질이 섞이면 고품질 재활용을 할 수가 없다. 일정한 성질을 갖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카페의 페트컵을 고품질 재활용하고 싶으면 동일한 용도의 컵만 모아야 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따로 배출해야 하는 투명페트병의 종류를 명확하게 홍보해야 한다"며 "투명한 페트재질이면 모두 투명 페트병에 배출하면 되는줄 아는 소비자가 아직도 많기 때문에 정확한 기준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페트 재질 가운데 '투명 페트병'만 분리배출하는 이유도 소비자들이 헛갈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육안으로 페트 재질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카페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도 'PET·PP·PS' 등 다양한 재질이 사용된다. 그러나 모두 투명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같은 재질이라고 착각한다. 게다가 일부 플라스틱은 복합재질로 돼 있어서 분리배출을 더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음료나 생수를 담는 '페트병'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단일 재질을 사용한다. 투명재질이므로 이물질 여부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페트병'이 다른 페트 재질에 비해 세척도 쉽다.

환경부는 "이물질이 묻어있으면 고품질 재활용에 방해가 된다"며 "음료나 생수는 물로 간단히 세척할 수 있지만 간장, 식초같은 양념이나 세제 등을 보관했던 용기는 기름 성분이 남아 있어 깨끗하게 세척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페트병은 라벨을 떼고 이물질을 제거해 배출하면 입구 부분의 뚜껑만 제거해 쉽게 재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념류, 식용유, 식품 포장 용기 등은 투명한 PET지만 일반 플라스틱으로 버려진다.(사진=서울특별시)


◇ 다른 플라스틱도 '페트병'처럼


소비자들이 분리배출하는데 헷갈리지 않도록 '페트' 마크를 재질별로 구별할 수는 없을까?

아쉽게도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화학적 표기는 모두 같은 'PET'이고, 용도에 따른 미세한 차이에 의해 수많은 재질로 나뉘어지기 때문에 이를 구별하는 마크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동엽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분리배출에 대해 시민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혼란이 가중되고 참여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성공적으로 시행될 수 있었던 건 페트병이 PET로 된 단일 소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플라스틱 제품들도 페트병처럼 용도에 적합한 소재로 단일화한다면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CC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 11년 연속 수상

KCC가 '2025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에서 지속가능성보고서상(KRCA) 제조 부문 우수보고서로 선정되며 11년 연속 수상했다고 4일 밝혔다.대한민국 지속

하나금융 'ESG스타트업' 15곳 선정...후속투자도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25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후속투자에 나섰다.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동대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 4명으로 좁혀졌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고 2일

기후/환경

+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 50MW 태양광설비 구축한다

기아가 RE100 달성에 속도를 내기 위해 오토랜드 화성에 50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발전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이를 위해 기아는 경기도 화성시에

폭염과 폭우에 시달린 올가을...육지와 바다 기온 '역대 2위'

올가을 평균기온이 지난해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4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가을 기후특성 분석결과에 따르면, 올 9~11월 평균기온은 16.1℃를 기

폐허가 된 동남아 일대...'대홍수·산사태'로 사망자 '눈덩이'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 일대가 폭우로 발생한 대홍수와 산사태로 폐허로 변했다. 사망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4일(현지시간) AP

[날씨] 수도권 '퇴근길' 눈 온다...첫눈부터 '펑펑'

오늘 퇴근길에 눈을 맞을 수도 있다. 4일 오후 6시경 수도권에 눈이 시간당 1∼3㎝씩 거세게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다.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발해만 쪽

2040년 '플라스틱 오염' 2배 증가...그런데 97% 줄이는게 가능하다고?

반환·재사용 제도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을 2040년까지 97%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3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사립재단 '퓨

"집값 떨어져"...美 부동산 기후위험 데이터 비공개로 전환

미국 최대 부동산 매물사이트인 질로우(Zillow)가 부동산의 기후위기 노출 위험도를 공개하는 기능을 삭제했다고 최근 가디언이 보도했다. 집값이 떨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