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쓰레기 한해 240만톤..."누군가는 재활용해야죠"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4-22 14:27:48
  • -
  • +
  • 인쇄
트루, 국내 유일하게 폐장난감 리사이클·업사이클
"플라스틱 폐장난감 재활용하도록 제도마련 해야"

▲ 박준성 트루 사무총장은 "플라스틱 장난감도 재활용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장난감들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어린이들이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재질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버려지는 장난감에 대해서는 별다른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다.

너무 쉽게 사고, 너무 쉽게 버린다. 이렇게 버려지는 장난감은 한해 240만톤에 달한다. 버려지는 장난감이 재활용되는 비율은 제로다. 91% 이상이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이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이 유발되고 있지만 재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보니 폐기되는 것이다.

비영리 환경단체 사단법인 트루(TRU)가 장난감 재활용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트루'라는 이름도 '토이 리사이클 유니온'(Toy Recycle Union)의 약자다. 트루의 박준성 사무총장은 "장난감들은 복합플라스틱 폐기물로 분류되는데 사실 약 50~70%는 재사용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장난감들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대부분 버려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수거한 폐장난감을 분해하고 분쇄해 재활용하는 일을 하면서, 폐장난감을 활용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환경교육도 병행하고 있는 트루를 기자가 직접 찾아가봤다.

▲ 트루 사무실에 쌓여있는 폐장난감들. 폐장난감의 90% 이상은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이다.


◇ "폐장난감도 재활용할 수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트루 건물에 들어서자, 계단 벽면에 어린이들이 폐장난감으로 다시 만든 장난감들이 빼곡히 장식돼 있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장난감 판매 매장에 온 것처럼 사방이 장난감으로 빼곡했다. 형형색색의 장난감들 사이를 비집고 안으로 들어서니, 더 많은 폐장난감들이 쌓여있다. 어릴 때 갖고 놀던 건담, 인형의 집, 장난감 자동차들도 보였다. 

박준성 총장은 "장난감 업체에서 폐기처분 직전의 제품들을 받아오거나 가정에서 수거한 장난감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2년간 트루가 장난감 업체로부터 제공받은 폐장난감은 12만여개에 달한다. 무게로 치면 약 3만6000kg에 이른다. 가정에서 수거된 장난감도 150건으로, 약 2750kg이다. 박 총장은 "사실 트루가 수거한 장난감은 이보다 더 많다고 보면 된다"면서 "이 많은 장난감들이 폐기처분될 뻔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장난감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지만 재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분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 총장은 "장난감 1kg을 분해하는데 30분이 걸리는데 전자제품 하나를 분해하는 시간과 맞먹는다"면서 "이렇게 시간을 들여 분해한 것을 팔아봐야 고작 40~50원 정도 받는다"고 했다. 진땀을 흘리며 하루종일 분해해봤자 1만원도 벌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폐장난감들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에너지원으로 쓰이거나 소각·매립된다. 소각하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발생하고, 매립하면 자연분해되는데 500년 이상 걸리니 이 역시 환경오염원이 되고 있다. 박 총장은 "장난감을 매립하면 분해하는데도 오래걸리지만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발생시킨다"면서 "이런 골치아픈 문제를 누군가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해 장난감 재활용을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루는 수거한 장난감 절반 정도를 '트루스토어' 등에서 싸게 재판매하거나 기부한다. 나머지 장난감들은 분해해서 플라스틱 재질별로 분류한다. 폴리프로필렌(PP),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아크릴로나이트릴(ABS), 폴리스티렌(PS) 등 5종류로 나눈다. PS의 경우는 독성물질이 있어 재활용 수요가 없지만 PP와 PE는 재활용품 수요가 높기 때문에 작은 크기의 플레이크(flake)로 분쇄한다. 이 플레이크는 재생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업체나 청년활동가들에게 제공한다. 

▲트루는 폐장난감을 분해시켜 플라스틱 재질별로 분류하고, 이를 각각 분쇄시켜 플레이크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 "폐장난감은 어린이 환경교육의 좋은 교재"

애써 분해하고 분쇄한 플레이크도 헐값에 판매된다. 그래서 트루는 '장난감학교 쓸모'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폐장난감으로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버려진 장난감을 분해하면서 플라스틱의 문제를 인식하게 되고, 분해한 장난감 조각으로 자신만의 장난감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과천 어린이집, 군산 푸른솔 초등학교, 경기도 화정고등학교, 오산중학교, 성남육아종합지원센터 등 그동안 '쓸모' 프로그램에 참여한 곳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박 총장은 "주로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에 '쓸모' 강사를 파견해 환경교육을 하고 있다"면서 "2010년부터 13년동안 쓸모 프로그램을 거쳐간 사람들은 대략 40만명쯤 된다"고 말했다. 현재 '쓸모' 강사는 약 20명이다. 

트루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박 총장은 "어른도 장난감 조각을 분해하면서 재밌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천개의 장난감 조각들을 펼쳐놓고 또다른 장난감을 만들면서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들도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여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재밌게 놀면서 환경문제를 친근하게 접하기 때문에 어른·아이 없이 자연스럽게 교육에 참여하게 된다"고 했다.

박 총장은 "기업·정부에서 폐장난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며 "장난감 제조사들이 생산하는 장난감을 책임지는 생산자책임제도(EPR)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거리에서 퇴출당하는 '항공·크루즈·내연차' 광고들...왜?

공공장소에서 크루즈와 항공, 내연기관차 등 탄소배출이 많은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를 금지하는 도시들이 늘어나고 있다.네덜란드는 수도 암스테르담

'기업 자사주 의무 소각'...3차 상법 개정안 법안심사소위 통과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이번 개정안은 기업

정관장 핵심거점 KGC인삼공사 부여공장 '녹색기업'에 선정

국내 최대 홍삼 제조공장인 KGC인삼공사 부여공장이 '녹색기업'으로 인정받았다.KGC인삼공사는 충청남도 부여군에 위치한 부여공장이 금강유역환경청

쿠팡·쿠팡이츠, 진주 전통시장에 친환경 포장용기 11만개 지원

쿠팡과 쿠팡이츠서비스(CES)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경남 진주중앙시장에 친환경 포장용기 11만여개를 지원한다고 13일 밝혔다.이번 지원은 전통시

국내 기업 중 ESG평가 'S등급' 없어...삼성전자가 종합 1위

국내 시가총액 250대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가 ESG 평가 종합 1위를 차지했다.13일 ESG행복경제연구소는 지난해 기업들이 공개한 ESG 관련 정보를 분석한 결

정부 'EU 탄소세' 기업대응 올해 15개 사업 지원한다

올해부터 시행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국내 기업들이 원활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본격 지원에 나선다.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

기후/환경

+

'기후피해' 석유기업이 책임지려나?…美 대법원 심리 착수

미국 대법원이 대형 석유기업의 기후책임을 둘러싼 소송을 본격 심리한다.2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콜로라도주 볼더시가 제기한

밀라노 동계올림픽 100% 재생에너지 사용...그러나 드러난 한계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탄소감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렸지만 실질적으로 큰 감축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

공기에서 물 추출하는 장치 개발...물 부족 해결되나?

건조한 사막 공기에서도 물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202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오마르 무와네스 야기(Omar M. Yaghi)

기후변화로 스키장 '위기'...저지대 '눈부족' 고지대 '눈사태'

기후변화로 스키장들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저지대 스키장은 적설량 부족으로 문을 닫는 반면 고지대 스키장은 눈사태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22일(

MS '재생전력 100%' 달성…AI 수요급증이 새로운 변수

마이크로소프트(MS)가 100% 재생전력 목표를 달성했다.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MS는 2025년까지 사용 전력 전부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

美 동부 또 '눈폭풍' 덮친다...5400만명 영향권에 '초비상'

1월말 강력한 눈폭풍으로 역대급 피해를 낳았던 미국 동부지역에 또다시 눈폭풍이 예고되면서 비상이 걸렸다.미국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22일(현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