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에 달라붙어 물속에서 생존하는 바이러스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6-29 08:00:02
  • -
  • +
  • 인쇄
英스털링대학 연구진, 전염성 3일 존속 확인
폐수처리장에서 바다까지 이동하는데 '3일'


바이러스가 물속 미세플라스틱에 붙어 3일간 전염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스털링대학 연구진은 로타바이러스 등 설사와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장내 바이러스가 길이 5mm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에 달라붙어 물속에서 생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이 상태의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남아있어 건강에도 잠재적인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리처드 퀼리엄(Richard Quilliam) 스털링대학 연구책임자는 "미세플라스틱은 바이러스가 부착되면 수중에서 3일, 혹은 그 이상 바이러스를 생존시키고 전염성을 유지시켰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3일은 폐수처리장에서 공공해변까지 이동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연구진은 독감바이러스처럼 지질막으로 둘러싸인 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나 노로바이러스처럼 막이 없는 바이러스 두 가지 유형을 실험했다. 그 결과, 막이 있는 바이러스는 막이 빠르게 용해되면서 사멸하지만 막이 없는 바이러스는 미세플라스틱에 들러붙어 생존했다. 퀼리엄 교수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환경의 자연표면에도 붙을 수 있지만 플라스틱오염에 붙을 경우 자연물질보다 훨씬 오래 지속된다.

이번 연구는 물속에서 바이러스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최초로 밝힌 것이다. 퀄리엄 교수는 바이러스가 미세플라스틱에 들러붙는 현상을 가리켜 '히치하이킹'이라고 표현했다.

퀼리엄 교수는 표준적인 실험실 연구법을 통해 바이러스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연구하고, 물속 미세플라스틱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의 전염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병원체를 이동시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폐수처리시설이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낼 수 없다는 것이다. 퀼리엄 교수는 "폐수처리장이 모든 노력을 동원해 하수폐기물을 정화해도 미세플라스틱은 걸러지지 않고 강을 따라 해변까지 흘러들어간다"고 지적했다.

폐수처리장에서 해변으로 유입된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은 크기가 매우 작아 수영하는 사람들이 삼킬 위험이 있다. 퀼리엄 교수는 "해변에 떠밀려오는 렌틸콩 크기의 밝은 색 플라스틱 알갱이는 아이들이 주워서 입에 넣을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소량이라도 바이러스를 섭취하게 될 경우 건강에 유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세플라스틱 자체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병원체를 전달하는 매개가 되어 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실험은 3일에 그쳤지만, 연구진은 향후 바이러스가 얼마나 오랫동안 전염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추가로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퀼리엄 교수의 연구팀은 해변에 버려진 물티슈와 면봉의 대변 박테리아 수치가 건강상 위험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2019년 스코틀랜드 해변의 플라스틱 알갱이에서 하수박테리아의 '히치하이킹' 현상을 처음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자연환경연구위원회(Natural Environment Research Council)가 후원한 185만파운드 규모의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연구결과는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학술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