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냐, 조류보호냐...독일, AI충돌방지 도입 놓고 '갈등'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9-22 08:50:02
  • -
  • +
  • 인쇄
▲독일에서 130쌍밖에 남지않은 야생독수리 '작은점무늬수리' (사진=위키백과)


독일에서 새들이 풍력터빈에 부딪혀 죽는 것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독일 정부가 환경보호법 개정을 앞두고 AI '충돌방지시스템(anti-collision systems)' 도입을 추진하자, 독일풍력에너지협회(BWE) 등이 거세게 반발하며 소송까지 불사할 기세다. 이에 독일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높일 것인지, 새를 구할 것인지를 놓고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재 독일 정부는 육상 풍력발전소를 대규모로 확장하고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던 독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에너지대란을 겪기 시작했다. 이에 독일 정부는 향후 8년간 국가전력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아래 국토의 2%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독일은 2030년까지 1만6000개에 달하는 풍력터빈을 전 국토에 세워야 한다.

문제는 풍력터빈을 설치하는 구역이 야생독수리 '작은점무늬수리' 활동지와 겹친다는 점이다. 작은점무늬수리는 전세계적으로 4만~6만마리가 살고 있지만 독일에서는 1990년대 이후 산림과 습지대가 줄어들면서 개체수가 4분의1로 급감해 현재 130쌍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다. 

작은점무늬수리는 비행하면서 사냥할 때 먹잇감에만 시선을 고정한다. 그러다보니 작은점무늬수리는 수직으로 높게 서 있는 풍력터빈을 인식하지 못하고 부딪혀 죽는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풍력터빈에 부딪혀 죽은 작은점무늬수리는 8마리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작은점무늬수리 활동지에 풍력터빈이 설치되면 희생되는 개체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 아이덴티플라이트(IdentiFlight)가 개발한 AI충돌방지시스템. 특정조류 이미지 수십만장을 입력하면 학습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풍력터빈에 접근하는 조류를 인식해 터빈에 경고를 보낸다. (사진=아이덴티플라이트)


이에 독일 정부는 풍력터빈에 이 야생독수리들이 부딪혀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AI '충돌방지시스템'(anti-collision systems)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미국 아이덴티플라이트(IdentiFlight)가 개발한 신경망네트워크다.

이 시스템은 특정 조류의 이미지 수십만장을 입력하면 이를 학습한 알고리즘이 특정조류가 접근하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10m 높이에 위치한 카메라가 작은점무늬수리가 접근하는 것을 미리 감지하는 것이다. 작은점무늬수리 접근이 감지되면 풍력터빈은 20~40초 이내에 회전율을 1분당 2회 이하로 늦춰 새가 천천히 움직이는 풍력 날개 사이를 안전하게 통과하도록 만든다. 카메라의 인식거리는 최대 750m다. 

아이덴티플라이트는 지난 3년간 독일 6개 지역에서 이 충돌방지시스템을 시험가동했다. 첫 시험대상이었던 붉은솔개의 인식율은 90% 이상이었다는 게 아이덴티플라이트의 설명이다. 안개가 끼거나 비나 눈이 오면 인식효율이 떨어질 수 있지만 해당 업체는 이런 날씨는 맹금류 역시 가시성이 떨어져 사냥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시스템은 2023년 검증을 거쳐 승인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관련 법안 도입을 앞두고 독일풍력에너지협회(BWE) 등이 거세게 반대하면서 법정소송까지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템상 작은점무늬수리 번식기 내내 터빈을 꺼야 하는 셈인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측은 에너지생산 감소폭이 4~8%에 이를 경우 로터블레이드를 정지상태로 유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렇게 시스템을 설치해도 업체 측에서 추가로 조류보호조치를 취해야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연보호담당자는 "이 시스템이 터빈건설업체에 도움이 아닌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변호사는 "관련 법안이 유럽 환경법을 위반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울프람 엑스트헬름(Wolfram Axthelm) BWE협회장은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환경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 풍력발전소를 건설할지, 모든 새를 구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농심 조용철 부사장,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

농심은 조용철(63)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12월 1일부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21일 밝혔다.신임 조용철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

KT, 악성코드 감염 알고도 '미보고'…"심각성 인지 못했다"

KT가 지난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악성코드 'BPF도어'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당국은 물론 대표이사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은폐한 사실

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쇄신보다 '안정'에 방점

삼성전자 조직이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 '두톱' 체제로 강화된다.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을 유임하고, 모바일(MX)·

대한항공, 삼성E&A와 손잡고 美SAF 시장에 진출한다

대한항공이 삼성E&A와 손잡고 미국발(發)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시장에 진출한다.대한항공과 삼성E&A는 이를 위해 지난 20일 오후

[ESG;스코어] 스코프2에서 멈춘 금융사들…공시품질 '신한 1위·KB 2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 기후공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최하위로 나타났다.20일 뉴스트리는 신한·KB·하나·우리

수퍼빈·아로마티카·커뮤니코, 순환경제 모델 구축 '맞손'

AI 기후테크 기업 수퍼빈과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교육혁신 비영리단체 커뮤니코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체계 구

기후/환경

+

[COP30] 하루 늦게 나온 '합의문'...화석연료 빠진 '반쪽짜리'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최종 합의문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이 빠져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고있다.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COP30

전쟁 복구에 탄소시장 도입?…우크라 재건에 기후금융 활용 논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 탄소시장과 기후금융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2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Atlant

인제군 산불 17시간만에 꺼졌다...산림 36ha '잿더미'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17시간만에 진화됐다.21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동이 트자마자 소방헬기 29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한 결과

亞 탄소시장,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는 새 투자 무대로 급부상

아시아 탄소시장이 국가별 규칙이 제각각인 초기단계에서 벗어나 국제자본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20일(현지시간) 기후

"해양 CCUS는 검증안된 기술...성능·영향 모니터링해야"

해양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은 적절한 모니터링과 검증없이 성급히 도입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20일(현지시간) 유럽 해양위원

2100년 美 5500개 유독시설 해안 침수로 위기 직면

2100년에 이르면 미국의 5500개 유독시설들이 해안 침수로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유독성 폐기물 저장소나 석유·가스 저장시설, 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