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만 늘리고 실질적 관리방안 없어"
환경부가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선언한 국토 30%가 대부분 무늬만 보호지역인 '페이퍼 파크'(paper park)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 2일 환경부는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을 세우고, 보호지역을 국토의 3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캐나다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에 발맞추기 위함이다.
GBF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지·해안·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관리하고, 이미 황폐해진 땅과 바다의 30%를 복원한다는 '30x30'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대응에 있어 생물다양성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자연은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 기능하며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54%를 저감했다.
이에 유엔은 2022년부터 향후 10년을 '상처받은 지구치료기간'(UN Decade on Ecosystem Restoration)으로 정해 우리나라 면적의 35배를 생태적으로 복원하고, 13~26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환경부도 이같은 국제적인 추세를 좇아 보호지역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KDPA(한국보호지역 통합DB관리 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육상 보호지역은 국토면적 대비 27.81%, 해양 보호지역은 3.32%다. 문제는 보호지역의 지정은 환경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문화재청, 국토교통부 등 5개 부처 소관이기 때문에 중복 지정되는 경우도 많아 중복면적을 제외하면 수치가 더 내려간다는 점이다.
중복면적을 제외하면 국내 육상 보호지역은 17.3%, 해양 보호지역은 2.13%에 불과하다. 특히 해양 보호지역 면적은 2010년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에서 각국이 육지 면적의 17%, 바다 면적의 10%를 보호구역으로 넓히기로 한 목표에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또 중복면적이 많아지면 관리목적과 방향, 행위제한 등의 상충으로 보호지역 지정의 목적한 바를 달성하기 어렵게 한다.
이에 따라 보호지역과 각 부처가 갖는 특성과 그에 따른 독립성은 인정하되 전체적인 관리에 있어서만큼은 통합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질적 관리 주체인 환경부가 도리어 보호지역에 해를 끼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례로 보호지역 면적의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지정목적에 맞게 보호지역이 관리되는 것이지만, 환경부 관리 보호지역 가운데 2번째로 넓은 보호지역인 '특별대책지역'은 지정목적이 여타 보호지역과 상이하다. 특별대책지역은 생물다양성 차원에서 특별한 보호를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니더라도 환경기준을 자주 초과하는 경우 지정 고시하는 지역인 반면 보호지역은 생물다양성 증진을 목적으로 특별한 보호와 관리를 필요로 하는 곳이 지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데이터 정합성이 흐려지고, 육상 보호지역 17%라는 수치마저 보여주기식으로 억지로 끼워맞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환경부가 강원도 양양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사업자에게 유리한 확약서를 써준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지난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제출받은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사업 재보완서 반영 비교표'에 따르면 강원 양양군이 환경부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에 기존 보완서보다 환경훼손 우려가 더 큰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보호지역인 설악산은 1965년 천연기념물 제171호(천연보호구역/문화재청), 1980년에 국립공원(환경부), 2003년 백두대간보호지역(산림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산림청) 등 5개의 보호지역으로 중첩지정됐다. 그만큼 보존 가치가 높다는 의미이지만 연간 300만명이 방문하는 관광시설로 이용되며 이미 지속적인 훼손 압력에 노출돼 있다.
이밖에도 환경부는 지난달 31일 흑산공항 건설을 위해 예정 터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 예리 일대 0.675㎢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했다. 흑산도는 한반도에서 동남아 국가로 이동하는 철새의 중간 기착지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2일 논평을 통해 "환경부의 이번 결정은 매우 저급스럽고, 폭력적"이라며 환경부가 본연의 책무를 져버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기후위기 시대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면서 최후의 보루가 바로 보호구역"이라면서 "설악산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선례가 되면서 이를 신호탄으로 지리산, 한라산 등 다른 국립공원이 다 무너져내릴 것이고, 모두 유명무실한 '페이퍼 파크'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못할망정 편의에 맞게 보호지역을 해제하면서 오히려 국토교통부나 산업자원통상부와 같은 개발부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바뀌어도 환경부 본연의 자세나 기능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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