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아마존 삼림벌채…코카재배 아닌 목축?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2-22 08:50:02
  • -
  • +
  • 인쇄
'마약과의 전쟁' 40년간 열대우림 삼켜
"코카재배 면적은 목축업의 1/60 불과"

콜롬비아 아마존 삼림벌채의 주원인이 소 목축인 것으로 밝혀졌다.

2월 초 코카인이 지난 40년간 콜롬비아 아마존을 파괴한 주범으로 지목돼왔으나, 코카인이 아닌 가축사육이 그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18년 기준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 재배를 목적으로 개간된 산림면적이 목축에 사용된 것의 1/6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목축용 개간지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300만 헥타르 이상, 그에 비해 코카 재배용 개간지는 4만5000헥타르에 불과해 코카의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를 이끈 파울로 무리요-산도발 콜롬비아 톨리마대학 교수는 "코카가 삼림벌채의 원인이라는 이야기를 근절하고 싶다"고 밝혔다.

삼림벌채는 2016년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무기를 내려놓으면서 급증했다. 2017년 삼림벌채 면적은 21만9973헥타르, 전년 대비 23%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이반 두케 콜롬비아 전 대통령은 코카재배로 인한 환경파괴를 코카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군사적 탄압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했다. 2015년 글리포세이트 제초제가 금지되자 두케 정부는 코카작물에 글리포세이트를 살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헬리콥터와 무장병력을 아마존 열대우림에 투입해 코카 농민들을 탄압했다.

안젤리카 로하스 콜롬비아 환경싱크탱크 '환경보전 및 지속가능발전재단' 연락담당자는 이전 정부가 코카 농부들을 억압하고자 환경을 잘못된 명분으로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정작 삼림벌채를 막는 데는 관심이 없었고 진정한 정치적 목표인 코카 제거에 더 혈안이 돼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구진은 콜롬비아의 "마약과의 전쟁"이 수십억 달러를 들이고 생명까지 희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코카 생산을 중단시키는 데 실패했으며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무리요 교수는 농부를 탄압해봤자 숲 속으로 불과 몇 킬로미터 더 깊이 들어가 새 경작지를 일굴 뿐이라며 "마약과의 전쟁은 40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코카 재배는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정부가 코카 농부들과 두더지잡기 게임을 벌이는 사이 삼림벌채의 주범인 목축업이 열대우림을 삼켰다. 연구진은 콜롬비아 토지규제의 결함이 열대우림을 척박한 목초지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카를로스 데비아 콜롬비아 자베리아나대학 산림토목기술자는 "토지소유자가 권리를 인정받으려면 소유지의 75%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데, 목장규제가 없는 탓에 농부 입장에서는 작물을 재배하는 것보다 소를 풀어두는 일이 훨씬 쉽다"고 설명했다. 가령 소는 100헥타르의 땅에 10마리만 풀어놔도 되는 반면 감자나 옥수수는 1헥타르만 소유해도 1년간 중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땅이 없는 농부들 또한 열대우림을 수 헥타르씩 개간해 범죄조직원들에게 불법 판매하기도 한다. 이렇게 거래된 숲들은 결국 메마른 목초지로 변모한다.

이에 지난해 8월 취임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실패한 콜롬비아의 마약퇴치전략을 180도 전환한 것을 제안했다. 그는 강제적인 코카근절에서 초점을 돌려 농부들에게 수백만 헥타르의 토지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트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마약사용을 줄이는 일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며 여기에는 전쟁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브라질, COP30 앞두고 '열대우림 보전기금' 출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열대우림 보전 주도에 나선다.6일(현지시간) COP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기후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KT "고객보호조치에 총력…펨토셀 관리체계 대폭 강화"

KT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서버가 감염된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서 드러나자, KT는 "네트워크 안전 확보와 고객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KT, 서버 43대 해킹 알고도 '은폐'…펨토셀 관리체계도 '부실'

KT가 43대의 서버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6일 정부

KCC글라스, 국내 최초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출시

KCC글라스가 국내 최초로 조류충돌 방지기능을 갖춘 유리 '세이버즈(SAVIRDS)'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세이버즈는 특수 '샌드블라스팅(Sand Blasting)' 기법

기후/환경

+

강수량 600㎜·풍속 220㎞ '괴물태풍'...'갈매기'에 베트남 쑥대밭

태풍 '갈매기'가 필리핀에서 최소 323명의 사망·실종자를 내고 베트남까지 휩쓸고 있다.7일(현지시간) AFP·AP·로이터 통신과 관영 베트남

기후변화로 사하라 사막 초원되나?…"21세기말 강수량 75% 는다"

기후변화로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사하라 사막 강수량이 2100년에는 2배에 달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일리노이 시카고대학(UIC) 연구팀이 21세

"NDC 60%는 실현 가능...50~53%는 탄소중립과 불일치"

정부가 제시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가운데 60% 감축안만이 2050년 탄소중립과 정합하며 실현 가능한 경로라는 분석이 나왔다.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중국 에너지 전환 속도내지만..탄소배출 정점 더 늦어져

중국의 탄소배출 정점이 당초 예상했던 2030년 이전보다 늦은 2030년대 초반에 찍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6일(현지시간) 알자지라는 국제 에너지&

HSBC, 석유·가스 감축 '속도조절'…'2050 탄소중립' 그대로

HSBC가 석유·가스 등 고배출 산업에 대한 2030년 감축 목표를 완화하고,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장기 목표만 유지하기로 했다.6일(현지시간) HSBC는 공

기후위기 속 맥주의 생존법… 칼스버그 ‘열에도 강한 보리 유전자’ 발견

덴마크 맥주기업 칼스버그(Carlsberg)가 기후변화에도 견디는 '내열(耐熱) 보리 유전자'를 발견했다.6일(현지시간) 칼스버그연구소는 "보리 유전체에서 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