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꿀벌 '8자 댄스'…본능 아니라 학습이었다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3-10 16:16:22
  • -
  • +
  • 인쇄
'8자 춤'은 꿀있는 꽃의 방향과 거리 알려주는 신호
▲'8자 춤'으로 밀원 위치를 전달하는 꿀벌(영상=사이언스)

꿀벌이 동료에게 꿀이 있는 꽃의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는 '8자 춤'(waggle dance)이 유전이 아닌 학습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수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제임스 니에 생물학 교수 연구팀은 꿀벌이 복잡한 행동으로 된 8자 춤을 학습을 통해 배우고 문화적으로 전수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연구결과를 9일(현지시간) 과학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꿀벌은 봉군에서 8자 형태로 움직이며 배 부위를 흔드는 춤을 추는데, 이 춤의 각도와 길이에 밀원식물의 방향과 거리, 질 등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있어 봉군의 생존과 직결된다.

이런 8자 춤은 일반적으로 유전적인 요소가 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완전히 유전적으로 습득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학습으로 보완되는 것인지 불분명했다.

연구팀은 경험 많은 수집벌(꿀을 수집하는 역할의 일벌)과 젊은 벌 사이에서 8자 춤이 전수되는 과정을 분석하기 위해 다른 벌이 8자 춤을 추는 것을 보지 못한 같은 시기에 태어난 젊은 벌들로 봉군을 구성한 뒤 이들이 나중에 어떻게 8자 춤을 추는지를 관찰했다.

꿀벌은 기본적으로 태어나서 일정한 시기에 도달하면 8자 춤을 추지만, 항상 경험 많은 선배벌이 추는 춤을 본 뒤에야 첫 춤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 경험 많은 벌을 보고 춤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젊은 벌들은 부화 1~2주 만에 본능적으로 8자 춤을 추기 시작했지만, 무질서하고 밀원식물의 거리와 방향 등 담겨져 있는 정보에 오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험 많은 벌이 8자춤을 추는 것을 볼 수 있었던 봉군의 젊은 벌들은 이런 문제없이 완벽한 8자 춤을 출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인간이 언어발달 초기에 언어를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꿀벌도 생후 38일 이전에 사회적 신호를 습득하고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시기에 바른 8자 춤을 학습하지 못한 꿀벌은 나중에 다른 꿀벌이 추는 춤을 보고 연습해 방향과 관련한 정보는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지만 거리에 관한 정보는 개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중요한 초기 학습단계에서 다른 벌들이 추는 8자 춤을 보지 못한 벌들 사이에 평생 유지되는 그들만의 '방언'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호박벌의 사회적 학습 능력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놓은 영국 퀸메리 런던대학 라즈 치트카 교수는 논평을 통해 "이번 결과는 (동물의) 복잡한 행동이 전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증가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진행하면서 농약 등과 같은 외부적 위협이 벌들의 초기 학습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니에 교수는 "여러 논문과 연구를 통해 농약, 기생충 등이 벌의 인지와 학습 능력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온 만큼 의사소통 기술을 학습하고 봉군 내에서 이를 다음 세대로 전수하는 능력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성重 사망사고에 사과…반복된 인명사고에 비판 잇따라

삼성중공업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공식 사과와 함께 사고 선박에 대한 전면 작업중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 "속도감 있는 실행으로 판을 바꾸자"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가 "위기 속에 더 큰 기회가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도약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하면서 신년 아젠다로 5대

이재용 삼성 회장이 귀국 1주일만에 달려간 곳

주식시장에서 '11만전자'를 회복한 2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사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생산현장으로 달려갔다.삼성전자는 이날 이재용 회장이 경

오리온 3세 경영 본격화...담서원 1년만에 부사장 승진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씨가 입사 4년 5개월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승계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오리온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美 쿠팡 주주가 집단소송 제기..."정보유출 공시의무 위반"

3000만명이 넘는 회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상대로 미국의 주주가 미국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내에는 쿠팡 소비자가 거의 없기에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기후/환경

+

유럽 교회의 오르간 조율기록이 기후온난화 추적 데이터?

유럽의 각 교회에서 오르간을 조율할 당시 기록된 기온이 기후온난화를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자료가 되고 있다.영국 노팅엄 트렌트

AI로 도로살얼음까지 예보...정부 '4차 기후위기 대응대책' 확정

겨울철 '도로위 암살자'로 불리는 살얼음(블랙아이스)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12시간전에 예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취약계층이 폭염과 한파로

그린란드 쓰나미 원인 밝혀졌다…"해저지진 아닌 빙하붕괴"

그린란드에서 발생한 대규모 쓰나미가 해저 지진 때문이 아니라 빙하 붕괴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22일(현지시간) 스페인 환경&

美트리는 전기료 천만원...英트리는 재생에너지 전력

영국은 올해 크리스마스가 전력부문에서 역대 가장 낮은 탄소배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20일(현지시간) 가디언이 영국 전력망 운영을 분석한

기후부, 에너지시스템 AI전환 추진…'기후·에너지 DX·AX 전담반' 출범

정부가 에너지시스템 분야의 인공지능(AI) 전환을 본격 추진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

기후부, 환경 연구개발 현장 중심 전환…탄소중립·순환경제 기술 발굴

환경 연구개발이 산업 현장과 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2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3차 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