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해 기후교육은 의무"...美오리건주 10대들이 나섰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3-14 16:13:31
  • -
  • +
  • 인쇄
오리건주 '기후변화교육 의무화' 입법추진
10대들 법안 초안마련에 자문팀으로 참여
▲오리건 전역의 학생들과 주민들이 9일 오리건주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교육위원회에 참석했다.(사진=statesman journal)


미국 오리건주에서 공립학교 교과과정에 기후변화 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10대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오리건주 의회가 추진하는 '상원 법안 854(SB 854)'는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모든 공교육 과정에 기후변화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주 교육단체인 '오리건주 기후교육자(OECE)'가 초안을 마련하고, 주 전역의 고등학생들이 법안자문팀으로 참여했다. 참여한 학생들은 법안의 내용을 검토하고 다른 학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역할을 했다. 

오리건주 10대 학생들은 지난 9일(현지시간) 오리건주 상원 교육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후교육 의무화' 입법 청문회에 참석해 기후교육 의무화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이 자리에서 가브리엘 버크(Gabriel Burke) 처칠고등학교 학생은 "기후변화가 젊은 세대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학교밖에서 배웠다"며 "우리 세대는 생존을 위해 어릴 때부터 기후변화를 배울 필요가 있고, 특히 이에 대해 교육하는 일은 기성세대의 도덕적 의무"라고 주장했다.

자문팀에서 법안 초안 작성에 참여하는 에리카 렁(Erika Leung) 링컨고등학교 학생은 "7학년 때 처음으로 기후변화에 대해 배우고 자신의 일상적인 선택이 환경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라면서 폭염이나 산불 등 주변에서 일어나는 기후재앙을 봤다"며 "물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기후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해 여분의 양말을 신거나 옷을 많이 갈아입기가 무서웠다"고 말했다.

로티 로데(Lottie Rohde) 처칠고등학교 학생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가정에서 자랐으며 '너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관련대화가 금지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법안이 자신처럼 지원이 없는 학생들에게 중요하다"며 "기후변화의 교과서적 정의뿐만 아니라 이에 관한 모든 것, 그리고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등학생들이 기후변화를 이야기하기에 너무 어리다는 주장에 대해 법안을 지지하는 학생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법안을 지지하는 제임스 매닝(James Manning) 민주당 상원의원은 "초등학생들조차 기후변화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아동발달수업의 일환으로 일주일에 한 번 초등학교를 방문하는 구쉬 샤이크(Goush Shaik) 사우스유진고등학교 학생은 "초등학교 3학년 학급과 기후변화에 관해 얘기하던 도중 아이들이 온실가스가 무엇인지, 메탄이 무엇인지 등 알려준 것보다 한 단계 더 깊이 이해하는 질문을 했다"며 "올바른 자료나 형식으로 알려주면 아이들은 기꺼이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기 기후교육은 아이들로 하여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문회에 참석한 교사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엇갈렸다. 일부 교사들은 법안을 지지했지만 팬데믹 학습손실을 해결하는 것도 빠듯하다고 반대하는 교사들도 있었다. 오리건주 셔우드에 있는 초등학교 교사 카일러 페이스(Kyler Pace)는 "읽기, 쓰기, 수학, 과학, 사회 과목에 기후변화까지 더하면 결국 교사들만 무거운 짐을 진다"고 호소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교육대학과 예일대 기후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 미국인들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를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는 여전히 기후변화를 정치적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오리건주에서 'SB 854'가 통과되면 모든 학교들은 지역 중심의 기후변화 교육과정을 개발해 2026년 6월까지 오리건주 교육부에 제출해야 한다. 교육과정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정신적 건강 측면들을 두루 다루는 내용이 담겨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법안은 승인에 필요한 교육시간을 명시하지 않았으며 오리건주가 법을 어떻게 집행할지도 불분명하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오리건주는 미국에서 기후변화교육을 의무화한 두번째 주가 된다. 미국에서 최초로 기후변화 지침을 도입한 주는 코네티컷주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의 의원들도 비슷한 법안을 고려하고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하나금융 'ESG스타트업' 15곳 선정...후속투자도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25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후속투자에 나섰다.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동대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 4명으로 좁혀졌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고 2일

[최남수의 ESG풍향계] 조정기간 거친 ESG...내년 향방은?

올 한 해 ESG는 제도적으로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SEC(증

기후/환경

+

2040년 '플라스틱 오염' 2배 증가...그런데 97% 줄이는게 가능하다고?

반환·재사용 제도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을 2040년까지 97%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3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사립재단 '퓨

"집값 떨어져"...美 부동산 기후위험 데이터 비공개로 전환

미국 최대 부동산 매물사이트인 질로우(Zillow)가 부동산의 기후위기 노출 위험도를 공개하는 기능을 삭제했다고 최근 가디언이 보도했다. 집값이 떨어

껌은 '미세플라스틱 폭탄'...플라스틱 성분인데 규제 사각

껌이 플라스틱 성분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때문에 껌을 씹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미세·나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사람잡는 '칠레 연어'...항생제 범벅에 열악한 노동환경까지

칠레의 주요 수출품인 연어가 양식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

'청정호수'인줄 알았는데...50년간 미세플라스틱 쌓였다

인간의 접근이 거의 없어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인도의 호수에서 50년간 미세플라스틱이 차곡차곡 쌓여왔던 것으로 확인됐다.카사라고드와 마니팔 지

[날씨] 첫눈부터 10㎝ '펑펑'...한파에 빙판길 '조심'

올해 첫눈부터 최대 10㎝가 넘는 많은 눈이 쌓이겠다.3일 서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리겠다. 이날 낮부터 밤 사이에는 충남 남부 내륙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