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해야"vs"생태계 파괴"...희귀금속 심해채굴 '갑론을박'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3-29 10:47:03
  • -
  • +
  • 인쇄
청정기술 원료 수요증가로 심해채굴 대두
삼성, 구글 등 '심해채굴 모라토리엄' 서명

심해 희귀금속 채굴이 지구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심해채굴을 놓고 찬반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제해저기구(ISA)가 주재하는 심해채굴규제 합의가 3월 21일부터 4월 1일까지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채굴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오는 7월까지 ISA에서 심해채굴 관련 규정을 제정해야 하는 데 따른 것이다.

2021년 6월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공화국은 심해채굴 후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ISA에 2년 내로 심해채굴규정을 세울 것을 요청했다. 이에 ISA 및 관련 167개 회원국들이 채굴규제 및 승인에 서둘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우루가 해저개발 후원을 결정하면서 머지않아 심해채굴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이대로 가면 올해에서 내년 안에 심해채굴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쟁은 해저에 매장된 망간, 니켈, 코발트 등 희귀금속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희귀금속은 전기차, 풍력 터빈 등 청정기술에 필수인 원료로 전기배터리를 이용한 청정기술이 부상하면서 니켈, 코발트, 구리를 포함한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원자재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채굴업체들은 해저자원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해양학자, 생물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심해채굴이 해저생태계 및 전세계 어류자원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야생동물자선단체 파우나앤플로라(Fauna & Flora)는 28일(현지시간) 심해채굴이 해양생태계에 미칠 위험성을 보고했다. 보고에 따르면 심해채굴을 진행하기에는 아직 이르며 충분한 과학적 연구나 기술 없이 채굴을 이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파우나앤플로라는 2020년 처음으로 해양채굴 관련 우려를 제기했다. 이후 심해채굴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특히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 태평양에 위치한 '클라리온 클리퍼튼 존'(Clarion-Clipperton Zone)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곳의 해저는 니켈, 구리, 코발트 및 망간이 풍부한 다금속 결절로 덮여있는 동시에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이곳에서 발견된 종의 70~90%가 과학계에서 밝혀지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종이며 이 중 일부는 해당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다.

이곳을 채굴하기 시작하면 이들 생물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번 사라진 생물다양성은 복원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사이언스지에서는 클라리온 클리퍼튼 존의 채굴로 발생하는 소음공해가 수백 km 떨어진 해양생물들에게까지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심해생물은 수백만 년 동안 어둡고 조용한 곳에 적응해 왔다. 일부 심해종은 포식자를 피하거나 짝과 먹이를 찾기 위해 진동이나 소음 감지에 의존하는데 채굴로 빛 공해·소음공해가 일어나면 이들 생물의 생존에 큰 해를 입힐 수 있다.

게다가 해저에는 탄소가 대규모 매장돼있어 이를 채굴할 경우 저장돼있던 탄소가 방출돼 기후변화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보고서는 채굴로 파낸 해저 퇴적물이 주요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다른 생태계를 질식시키거나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피 벤보우(Sophie Benbow) 파우나앤플로라 이사는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해저 지역이 75% 이상이고 탐사된 심해는 1% 미만"이라며 "바다는 지구의 기본 기능과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해 해양생물뿐만 아니라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캐서린 웰러(Catherine Weller) 파우나앤플로라 국제정책담당관은 "우리는 심해저보다 달 표면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심해에 입힌 피해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듯 심해채굴이 해생물다양성과 생태계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희귀금속의 수요 증가로 인해 일각에서는 심해채굴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심해채굴이 진행되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라며 이러한 움직임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채굴업체들은 대체에너지 부문에 공급할 육상자원이 부족해 심해자원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측은 육상자원 채굴이 생태계에 해롭다는 점을 들어 심해채굴을 옹호했다.

하지만 웰러는 "업계는 심해채굴을 새 개척지로 제시하지만 실상 추가 개척에 지나지 않으며 이들 중 어느 누구도 해저채굴을 시작하면 육지채굴을 안 한다고는 하지 않는다"고 일침했다. 디바 아몬(Diva Amon) 심해관리이니셔티브(DOSI) 대표도 "심해채굴이 시작된다 해서 육상채굴이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또 아몬 대표는 배터리기술의 발전이 희귀금속 의존도가 큰 현재 기술에 대안을 줄 수 있으니 채굴 결정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1년 9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회원국들은 여러 요건이 충족될 때까지 심해채굴 모라토리엄(중단)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독일, 피지, 팔라우, 사모아 등 약 12개국의 지도자들이 심해채굴중단을 추진하고 있으며 삼성, 구글, BMW, 폭스바겐을 포함한 기업들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웰러는 "올해는 중요한 해"임을 강조하며 "새롭게 합의된 UN 공해 조약은 해양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분명한 세계적 인식을 의미하지만 심해채굴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여전히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LG화학도 사업재편안 제출...석화업계 구조조정 밑그림 완성

LG화학이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 제출시한을 열흘가량 남겨놓고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계획안을 제출한 것

KCC글라스, KCGS ESG 평가서 3년 연속 '통합A'

KCC글라스가 한국ESG기준원(이하 KCGS)이 발표한 '2025년 KCGS ESG 평가 및 등급'에서 3년 연속으로 통합A 등급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HL만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3% 감축"…글로벌 이니셔티브 공식 승인

HL그룹 자동차 부문 계열사 HL만도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식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SBTi

HLB에너지,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

HLB생명과학의 자회사 HLB에너지가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친환경 자원순환시설 '그린에너지파크'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18일 열린 준공식

경기도 자원순환마을, 올해 폐기물 30.6톤 재활용

경기도는 올해 '자원순환마을' 18개를 운영해 폐기물 30.6톤을 재활용했다고 19일 밝혔다.자원순환마을은 주민 공동체의 주도로 마을 내 생활쓰레기 문

올해만 몇 번째야?...포스코이앤씨 또 사망사고에 ESG경영 '무색'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서울 여

기후/환경

+

"매일 사용하는데"…드라이기·에어프라이어 나노미세먼지 '뿜뿜'

드라이어, 토스트기, 에어프라이어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가전제품에서 다량의 나노미세먼지(UFP)가 배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쓰레기산으로 변하는 히말라야...네팔 '등반객 제한' 초강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한 히말라야 산맥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네팔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반객 수를 제한하는 초

올해 AI가 내뿜은 온실가스 8000만톤..."뉴욕시 배출량과 맞먹어"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뉴욕시 전체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주장이 나왔다.18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업체 '디지코노미

27년간 청둥오리 20만마리 사라져...가마우지는 늘었다

국내 청둥오리가 27년에 걸쳐 20만마리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물가마우지는 200여마리에서 무려 3만마리에 가깝게 폭증했다.국립생물자원관

무역센터에 '수열에너지' 도입...에어컨 7000대 대체효과

한국무역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열에너지가 도입된다.한국무역센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단일건물 기준 최대 규모인 7000RT(냉동톤)에 달한다.

[주말날씨] 토요일 또 '비소식'...비 그치면 기온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일본 남쪽 해상에 자리한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온난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경남권부터 비가 내리겠다. 이 지역에서 19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