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으면 돈이 안된다?...대형화되는 전기차들 "우려스럽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5-06 08:38:00
  • -
  • +
  • 인쇄
GM 쉐보레 볼트 단종 선언 "대형차에 집중"
대형일수록 배터리 수요크고 탄소배출 높아

전기자동차가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형 전기차가 중준형과 소형에 비해 기후위기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제너럴 모터스 (General Motors)는 자사 중소형 전기차 모델 '쉐보레 볼트'(CHEVROLET BOLT EV)의 단종을 선언했다. 제너럴 모터스는 2025년까지 미국에서 10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했음에도 이같은 결정을 단행한 것이다.

대신 제너럴 모터스는 "기존 볼트를 대형 픽업트럭인 '실버라도'(Silverado)와 GMC '시에라'(GMC SIERRA) 전동화 버전을 생산할 것"이라며 "저렴한 볼트보다 이들 모델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2016년 출시된 쉐보레 볼트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가장 저렴한 전기차 중 하나다. 미국 소비자들은 해당 전기차를 구매하면 7500달러 상당의 세금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차량 업계 관계자들은 "원래 미국은 대형 다목적차량(SUV)과 픽업 트럭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며 "따라서 미국 내 자동차 업체들도 이런 추세에 맞게 대형차의 전동화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관행은 소비자의 선택폭을 줄여 전기차 보급을 더디게 만들 뿐 아니라 환경에도 되레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 내 전기차의 평균 가격은 가솔린 자동차보다 1만5000달러(약 1987만원)더 비싸다. 가뜩이나 비싼 전기차인데 값이 나가는 대형 모델만 출시되는 것이다. 또한 환경 전문가들은 "대형차에 들어가는 거대한 배터리를 위해 리튬과 코발트같은 희귀 광물을 대량으로 채굴해야 한다"며 더군다나 큰 차체가 구동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시운전을 하기도 한 하머(Hummer)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만 어지간한 소형차와 맞먹는다. 하머에 장착된 배터리는 만원 전기버스를 주행하는데 필요한 리튬의 절반을 소모한다. 또한 미국 에너지효율 경제위원회(American Council for an Energy-Efficient Economy, ACEEE)가 평가하는 '친환경 점수'에서 최악의 전기차로 평가받은 리비안 R1S(Rivian R1S)는 성체 아프리카 코끼리만큼 무겁다. 

ACEEE에 따르면 대형 전기차는 준중형·소형 가솔린 자동차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CEEE는 "구동방식뿐만 아니라 크기도 탄소배출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실제 ACEEE 친환경 점수에 따르면 쉐보레 볼트의 점수는 57점으로 현재 미국 내 시판 중인 자동차 중 가장 친환경적인 차량이다. 반면 실버라도와 GMC 시에라는 47점에 불과하다. 

물론 동급 차량을 놓고 비교했을 때는 전기차가 가솔린차량보다 친환경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문제는 전기차냐 가솔린차냐가 아닌 적절한 크기와 가격의 전기차 모델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의 환경공학자 알리사 켄달(Alissa Kendall)는 "더 작고 저렴한 대안이 없다"며 "나는 배터리가 단종된 구형 포드 C-Max를 대체할 저렴한 자동차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켄달은 "현재 전기차 시장은 거의 전적으로 대형 고급 차량이 장악하고 있다"며 "이는 저소득층 등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ACEEE 수석연구원 피터 위더(Peter Huether)는 "볼트 같은 저렴하고 효율적인 전기차가 사라지고 대형 차량이 증가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ACEEE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대형 전기차 모델을 더 많이 출시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시장분석업체 IHS 마킷 (IHS Markit)은 2025년까지 미국 내 판매되는 모든 차량의 78%가 SUV, 밴, 픽업트럭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켄달은 "그렇다고 가솔린 대형차가 더 좋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며 "다만 적절한 크기의 자동차를 생산하도록 규제와 인센티브를 통해 차량업계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기적인 과제는 모든 사람들이 거대한 차량을 운전하지 않고 효율적인 전기차를 보유하는 것"이라며 "더 작고 효율적인 차량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틱톡, 광고 제작과정 탄소배출까지 체크한다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이 송출되는 광고는 물론, 해당 광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측정한다.16일 틱톡에 따르면, 플랫폼 내 광고 캠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기후/환경

+

기후변화에 진드기 번식 증가…"라임병 등 감염 위험 커져"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드기가 적은 미국에서 진드기 개체수와 종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진드기의 확산은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폭우 오는데 '캠핑장' 환불 안된다고?..."기상악화시 환불해야"

기후변화로 폭우·폭설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캠핑객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한국소비자원은 기상악화로 인해 예약한 캠핑장을 취소해도 환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채굴에 인도네시아 환경 '와르르'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때문에 인도네시아 산림이 초토화되고 수질이 오염되고 있다.국제 비영리기구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가

나무가 크면 클수록 좋을까?…"토양기능은 오히려 줄어든다"

나무의 키가 클수록 산림의 문화와 생산 기능은 강화되지만, 토양 기반 생태기능은 오히려 저해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후조절, 재해예방

녹색전환硏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지역 기후정책 발굴

녹색전환연구소가 지역의 기후정책 발굴을 위해 총상금 300만원 규모로 '전국기후정책자랑'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이번 공모전은 살기좋은

알래스카, 사상 첫 폭염주의보…"놀랍게도 기후변화 때문 아냐"

미국 알래스카주가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고온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지만,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경보 체계에 따라 처음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