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론의 넷제로는 쓰레기"...꼼수 딱 걸린 美석유재벌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5-25 15:32:20
  • -
  • +
  • 인쇄


미국의 석유 대기업 셰브론(CHEVRON)의 탄소중립 계획이 엉망친창일 뿐만 아니라 '그린워싱'을 일삼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셰브론의 예상 탄소배출량은 364개 석탄화력발전소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다.

기업감시 시민단체인 국제기업책임(CAI:Corporate Accountability International)은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셰브론이 탄소 시장에서 구매해서 넷제로 목표에 포함시킨 탄소 상쇄의 93%가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이는 쓸모없는 쓰레기에 가깝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CAI의 레이첼 로즈 잭슨(Rachel Rose Jackson)은 "셰브론의 쓰레기 기후행동 의제는 파괴적이고 무모하다"며 "하루빨리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하는 기후과학에 비춰볼 때 더욱 그러하다"고 말했다. 

셰브론의 탄소중립 계획은 석유와 가스의 생산·운송에서 발생하는 '업스트림' 배출량의 10%만 상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계획에는 셰브론의 화석연료로 가정과 공장을 난방하고 자동차를 구동하는 등의 다운스트림(최종 사용배출량)이 완전히 배제돼 있다.

원유의 탐사하고 생산하는 단계를 '업스트림'이라고 하고, 이후 단계를 '다운스트림'이라고 하는데 셰브론은 업스트림 단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상쇄하는 것마저 전적으로 탄소배출권에 의존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기업들은 할당받은 배출량에서 남거나 부족한 부분을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다. 따라서 탄소배출권은 근본적으로 탄소중립에 기여하지 못한다. 

셰브론은 2020년~2022년까지 3년동안 580만톤의 탄소배출권을 사용했다. 셰브론이 구매한 탄소배출권은 주로 베라(Verra)가 중계 및 인증하는 아마존 열대우림 상쇄 배출권이다. 그런데 가디언 등 외신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베라의 탄소배출권 90% 이상은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탄소배출권이 산림이나 농장 또는 수력발전댐을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 계획과 연계돼 있으면 가치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런데 셰브론이 구매한 탄소배출권의 상당수는 산림, 농장 또는 대형댐에서 사들인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셰브론 탄소배출권의 거의 절반은 쓸모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와 환경에 오히려 피해를 준다고 일갈했다. 셰브론에게 탄소배출권을 판매한 곳들의 대부분은 기후 취약국가에 위치해 있다. 

셰브론이 2020년~2022년까지 구매한 탄소배출권의 약 절반가량은 수력발전댐과 관련이 있다. 대형 댐의 배출권은 신규 또는 추가 배출량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을 뿐더러 토지분쟁이나 빈곤증가, 환경피해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그러다보니 셰브론의 탄소중립 계획은 사실상 '탄소 발생계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콜롬비아 환경단체 센샛(Censat) 등 현지 환경단체에 따르면 셰브론은 기후위기에 취약한 국가 중 하나인 콜롬비아에서 화석연료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으며, 카리브해에서 두 개의 주요 해양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더구나 셰브론은 석유사업 확장뿐만 아니라 이를 감추기 위한 그린워싱에도 막대한 로비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셰브론은 2030년말까지 석유사업 확장에 574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쏟아부은 로비 자금만 해도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은 대부분 기후책임과 배출감축 활동을 강화하거나 탄소상쇄와 탄소포집 및 저장(CCS)을 촉진하는 150개 이상의 법안이나 의제에 반대하는데 사용됐다.

그런데 셰브론은 자사의 기자회견이나 보도자료의 거의 절반을 자사의 친환경 정책을 알리는데 치중했다. 보고서는 "정작 셰브론이 CCS 같은 저탄소 투자에 할당한 지출은 전체의 4분의 1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셰브론은 서호주에 건설한 고르곤 가스 시설을 "세계 최대의 CCS기술이 적용됐다"고 말했지만 정작 가동 후 첫 5년동안 탄소포집은 목표의 50%만 달성했으며 최근에는 되레 온실가스 배출량이 50%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

이에 셰브론은 환경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리치몬드에 위치한 셰브론 정유공장 앞에서는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리치몬드의 천식 발병률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국제환경법센터(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의 화석경제 법률 및 연구매니저인 스티븐 페이트(Steven Feit)는 "상쇄, CCS를 전제로 하고 다운스트림 배출을 제외하는 기후계획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직격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기후과학자 피터 칼머스(Peter Kalmus)는 "기업의 부정직과 방해는 우리가 지구를 잃는 방식"이라며 "이 그린워싱과 부정행위의 역사는 화석연료 산업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가 1.5℃ 이내로 지구온난화 한계점을 유지하고 파국적인 기후붕괴를 피할 수 있으려면 석유, 가스, 석탄 생산을 더이상 확대하면 안된다"며 셰브론과 같은 화석연료 회사들을 비판했다

한편 보고서 발간 이후 셰브론은 성명서를 통해 "이 보고서가 편향돼 있을 뿐만 아니라 저탄소 미래를 향한 자사의 노력을 폄훼했다"고 반박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기업 자연복원 활동 ESG보고서에 활용 가능...法시행령 개정

기업이나 단체가 자연환경 복원사업에 기여하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자연환경보전법'

우리금융 지속가능보고서, 美LACP 뱅킹부문 ESG경영 '대상'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6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세계적인 권위의 '2024/25 LACP 비전 어워드' 뱅킹 부문 대상(Platinum)을 수상했다고 6일 밝혔다. '

[최남수의 ESG풍향계] 'ESG 공시' 이대로는 안된다

지난 5년동안 말만 무성했던 지속가능성(ESG) 공시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열린 제4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ESG 공시

정부의 설익은 '전환금융'…고탄소 배출기업들 '대략난감'

정부가 지난 25일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 확대방안을 발표하며 '전환금융'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정작 전환금융의 구체적 규모와 세부 집행계획을

대한항공 1년새 '운항 탄소배출' 42만톤 줄였다

대한항공의 '운항 탄소배출량'이 1년 사이에 42만톤 줄었다. 42만톤은 승용차 10만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운항 탄소배출'은 항공기 연

LS머트리얼즈, 글로벌 ESG 평가 '실버' 등급 획득

LS머트리얼즈가 글로벌 ESG 평가에서 '실버' 등급을 획득했다고 26일 밝혔다.실버 등급은 전체 평가대상 기업 가운데 상위 1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회사

기후/환경

+

50m 거대 쓰레기산 '와르르'…인니, 매립지 붕괴로 5명 매몰

인도네시아에서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무너지면서 5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1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46개 혁신기업 '한국기후테크협회' 설립...5개 분야 스타트업 합류

녹색산업을 선도할 '한국기후테크협회'가 설립된다. 기후테크 분야 46개 기업들은 '(가칭) 한국기후테크협회' 설립을 위해 지난 2월 기후에너지환경부

홍수로 물바다된 호주 마을...물속에서 악어까지 출몰

기록적인 폭우로 홍수가 발생하면서 강에 서식하던 악어가 마을 주변까지 나타나는 아찔한 상황이 호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9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영상] 하루에 '한달치 폭우'...물바다로 변한 케냐 나이로비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한달치 비가 하루에 모두 내리는 바람에 도시가 물바다로 변했다.9일(현지시간) 현지 기상당국에 따르면 지난 6~7일 나이로비

기후변화로 길어진 알레르기 시즌…꽃가루 기간 최대 41일 증가

기후변화로 식물의 성장 기간이 길어지면서 꽃가루가 날리는 알레르기 시즌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6일(현지시간) 미국 비영리 기

'폭염 직후 가뭄' 기상패턴 40년새 6배 증가...농작물 직격타

폭염 이후 곧바로 가뭄이 이어지는 현상이 최근 수십 년 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최근 중국과학원과 미국 네브래스카대 공동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