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물폭탄' 장맛비 연례화 가능성
단 며칠 사이에 폭포수처럼 쏟아진 장맛비는 예년의 강수량을 2배 넘기며 50년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주간(6월 25일~7월 16일) 누적 강수량은 전국 평균 511.7㎜를 기록했다. 지난 1973년 전국 단위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예년 누적 강수량은 238.4㎜였다.
통상 장마기간은 31일이다. 역대 장마철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지난 2006년으로, 중부·남부지방 기준 6월 21일에 장마가 시작돼 7월 29일에 종료했다. 당시 전국 평균 강수량은 704㎜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장마가 아직 끝나지도 않은 시점인데 전국 평균 강수량이 511.7㎜에 이르렀다. 19일 오전까지 최대 3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지는 지역이 있고,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장맛비는 관측 사상 역대 최대를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장맛비는 지역별 강수량 편차도 심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비가 가장 많이 내린 지역은 654㎜가 쏟아진 충청이다. 특히 군산은 712㎜가 내렸다. 호남은 614㎜, 영남은 481㎜로 그 뒤를 이었다. 수도권은 420㎜, 강원 지역은 336㎜를 기록했다.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인명과 재산피해도 컸다. 18일 오전 기준 전국적으로 사망·실종자수는 50명에 이른다. 사망과 실종자수가 78명이었던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많다. 사망자는 41명이다. 사망자는 산사태가 발생했던 경북이 19명으로 가장 많고, 오송 지하차도 침수로 참변을 당했던 14명을 포함한 충북이 17명으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그외 충남 4명, 세종 1명이다. 실종자는 산사태가 집중됐던 경북에서 8명이나 발생했다.
공공시설 파괴도 잇따랐다. 폭우에 도로가 사면유실·붕괴된 건수는 157건이고, 도로파손·유실도 60건에 달했다. 토사유출은 131건이며 하천제방유실은 159건에 이른다. 침수된 주택은 274채, 파손된 주택은 46채다. 국가지정문화재에서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39건으로 집계됐다.
농작물 피해규모도 엄청났다. 이번 폭우로 피해를 입은 농경지 2만6933.5헥타르(㏊) 가운데 침수지역은 2만6893.8㏊에 달했다. 낙과 피해지역 39.7㏊까지 합치면 축구장(0.714㏊) 약 3만8000개의 넓이다. 축사 침수로 57만9000마리의 소와 돼지 그리고 닭들이 폐사했다.
문제는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농경지 침수가 집중된 충청권과 호남권에 아직도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경기남부와 강원 중남부내륙·산지, 충청권, 남부지방, 제주도에 호우특보가 발효중이다. 18∼19일 예상강수량은 충청권, 남부지방, 제주도가 100∼200㎜(많은 곳 250㎜ 이상) 내리고, 경기남부와 강원중남부, 울릉도·독도가 30∼100㎜ 예보돼 있다. 서울과 인천, 경기북부는 이보다 비교적 작은 5∼60㎜가 내릴 전망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해와 같은 장맛비가 연례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수자원학회가 발간한 '가능 최대 강수량(PMP) 산정절차 재평가 및 보완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접어들면서 연평균 강수량은 10년마다 16㎜ 늘었다.
50년 뒤 강원 강릉시에서도 연평균 강수량이 1000㎜가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후위기로 2040년에 이르면 장마 피해가 더욱 심해지고, 2070년쯤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면서 탄소배출 저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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