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식량공급망 '위태'..."지속가능한 농업전환시 10조달러 경제이익"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1-30 15:22:04
  • -
  • +
  • 인쇄

지속가능한 국제 식량공급망으로의 전환이 기후위기와 공공보건 개선에 기여할 뿐 아니라 연간 최대 10조달러(약 1경3306조원)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9일(현지시간) 식량시스템 경제위원회(FSEC)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며 "기존 국제 식량망이 창출한 가치보다 환경 및 의료비용 등으로 인해 파괴한 가치가 더 많으며, 사실상 미래의 자원을 가져다 현재의 이익을 취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구 저자 중 1명인 요한 락스트롬(Johan Rockström)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otsdam Institute for Climate Impact Research) 연구원은 "국제 식량공급망은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손에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FSEC는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은행(World Bank) 등 주요 국제기구·기후 연구기관 소속 전문가들이 세계 식량 문제를 논의하고자 만든 연합체다.

FSEC 연구진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우선 기후변화, 보건, 영양, 천연자원을 포함한 '식량비용'을 15조달러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유엔식량농업기구(United Nations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가 2020년 잠재 농식품 비용이 10조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한 것을 기반으로 했다. 이어 연구진은 '식량비용'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예측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이 예측모델을 토대로 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식량망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이번 세기말까지 2.7℃의 온난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식량불안은 의료시스템에도 부담을 준다. 현재의 식량공급 방식으로는 2050년까지 6억4000만명이 영양 불안에 시달릴 것이며,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비만은 70% 증가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지금의 식량망은 생물다양성 감소의 주요 원인이며 담수 고갈의 70%가 식품생산으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한 니콜라스 스턴(Nicholas Stern) 런던 정경대학 그랜덤 기후변화 및 환경연구소(Climate Change and the Environment at the London School of Economics) 소장은 "오늘날 식량경제학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며 "소위 '식량비용'은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지구를 황폐화시키는 동시에 전세계적인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스턴은 "식량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이제는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FSEC는 "식량망을 재조정하는 것은 정치·금전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막대한 경제적, 복지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FSEC는 식량망 전환에 드는 비용을 전세계 총생산(GDP)의 0.2%~0.4% 사이로 추산했다.

연구에 참여한 스티븐 로드(Steven Lord)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환경변화연구소 박사는 "이 분석은 식량망 혁신에 따른 지역 및 국제경제 기회를 처음으로 수치화한 것"이라며 "물론 쉽지는 않지만 전세계적으로 볼 때 이러한 변화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상당한 경제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식량망 재조정의 방법으로 "비료, 살충제, 산림 벌채에 의존하는 대규모 단일 경작에서 벗어나 소규모 다품종으로 농업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야생동물을 위한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고 농장을 탄소흡수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소규모 농가에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식량 불안이 줄어들면 2050년까지 영양실조가 대폭 완화돼 조기 사망자수가 1억7400만명 감소하고 추가로 4억명의 농업 종사자가 충분한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지구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 이하로 제한하고 농업에서 발생하는 질소 유출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FSEC는 식량공급망 개선에 이어 "채식위주 식단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FSEC는 "가령 브라질 소고기 산업과 이와 관련된 산림 벌채는 현재 일본의 모든 자동차, 공장, 에어컨, 전기기기 및 기타 배출원보다 더 큰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있다"며 채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락스트롬 연구원은 "숨겨진 건강 및 환경 비용이 육류 가격에 포함된다면 쇠고기와 대부분의 다른 육류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환에 따른 식량비용 상승은 아직도 과제로 남아있다. 현재의 대규모 농업이 식량가격을 낮춘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락스트롬 연구원은 "각국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중요하게 받아들여 사회의 빈곤층을 지원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휘발유 가격인상에 항의했던 노란조끼 시위와 같은 사회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Christiana Figueres) 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차장은 "이번 연구는 2040년까지 식량망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보여준다"며 "지구와 인류의 더 건강한 미래를 보장하고자 하는 모든 정책 입안자가 참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탄소배출' 투자기준으로 부상...'탄소 스마트투자' 시장 커진다

탄소배출 리스크를 투자판단의 핵심변수로 반영하는 '탄소 스마트투자'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17일(현지시간) 글로벌

현대차 기술인력 대거 승진·발탁...R&D본부장에 만프레드 하러

현대자동차의 제품경쟁력을 책임질 수장으로 정준철 부사장과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이 각각 제조부문장과 R&D본부장 사장으로 승진됐다.현대자동

KT 신임 대표이사 박윤영 후보 확정...내년 주총에서 의결

KT 신임 대표로 박윤영 후보가 확정됐다.KT 이사회는 지난 16일 박윤영 후보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이날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박윤영 전

'삼성가전' 전기료 공짜거나 할인...삼성전자 대상국가 확대

영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절전을 넘어 전기요금 할인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삼성전자는 이탈리아 최대 규

[ESG;스코어]서울 25개 자치구...탄소감축 1위는 '성동구' 꼴찌는?

서울 성동구가 지난해 온실가스를 2370톤 줄이며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감축 성과를 기록한 반면, 강남구는 388톤을 감축하는데 그치면서 꼴찌

대·중견 상장사 58.3% '협력사 ESG평가 계약시 반영'

국내 상장 대·중견기업 58.3%는 공급망 ESG 관리를 위해 협력사의 ESG 평가결과를 계약시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소기업중앙회가 올 3분기까지

기후/환경

+

"재생에너지 가짜뉴스 검증"…팩트체크 플랫폼 '리팩트' 출범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정보의 진위를 검증할 수 있는 팩트체크 플랫폼 '리팩트'(RE:FACT)가 출범했다.에너지전환포럼과 기후미디어허브는 18일 서울 종로

기상예보 어쩌려고?...美 백악관 "대기연구센터 해체 예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부가 국립대기연구센터(NCAR)를 해체하려는 움직임이다.17일(현지시간)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자신의 X(

기상청 "내년 9월부터 재생에너지 맞춤형 '햇빛·바람' 정보 제공"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을 위해 기상청이 내년 9월부터 일사량과 풍속 예측정보까지 제공한다. 기상청은 '과학 기반의 기후위기 대응, 국민 안전을 지

'전력배출계수' 1년마다 공표된다...2023년도 '0.4173톤' 확정

2023년 전력배출계수는 1메가와트시(MWh)당 0.4173톤(tCO2eq)으로 공표됐다. 18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월부터 '전력배출계수' 갱신 주기를 3년에서 1년으로

150개국 참여한 '국제메탄서약'...메탄규제 국가 달랑 3곳

지난 2022년 전세계 150개국이 2030년까지 메탄 배출을 30% 감축하는 '국제메탄서약'을 했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보인다.18일 본지

트럼프의 '청정에너지 보조금 삭감' 美감사국이 감사 착수

트럼프 행정부가 실시한 청정에너지 보조금 삭감이 적법했는지 감사를 받는다.미국 에너지부 감사국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결정한 약 80억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