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자연복원법' 결국 무기한 연기...회원국들 돌아서며 동력상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3-26 11:27:31
  • -
  • +
  • 인쇄
▲지난 20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교외 고속도로에서 농민들이 우크라이나 등 외국산 농산물 수입과 유럽연합(EU) 환경 규제에 항의하는 트랙터, 차량 봉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자연복원법'이 각국을 휩쓸고 있는 농민시위에 떠밀려 25일(현지시간) 승인 표결이 무기한 연기됐다.

2년에 걸쳐 제정된 자연복원법은 EU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법안으로, 각 회원국들이 2030년까지 육지·바다의 20%를 복원하도록 자연복원 목표치를 지정한 최초의 법이다. 자연복원법은 유럽의회 내 우파 정당들의 반대로 폐기될 뻔했다가 지난달 가까스로 유럽의회를 통과해 이날 27개 EU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사회 승인만 받으면 발효될 예정이었다.

당초 이사회 최종 승인 표결은 형식적인 절차로 여겨졌다. 그러나 막판에 헝가리가 법안을 반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되면서 표결 일정이 취소됐다.

영국 가디언은 이미 헝가리를 포함한 8개 회원국이 법안 지지를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헝가리,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은 반대로 돌아섰으며 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 폴란드는 표결에서 기권할 예정이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19개국은 해당 법안에 찬성하고 있다.

이들의 입장은 6월 선거를 앞두고 헝가리를 비롯한 EU 회원국 곳곳에서 농민들이 시위가 계속되면서 변화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작비 급상승에 신음해온 유럽 농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값싼 우크라이나 농산물까지 시장에 유입되면서 생존 한계에 직면했다고 호소해 왔다.

여기에 EU의 각종 환경규제와 관료주의가 성난 농심에 기름을 부으면서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이같은 시위는 EU 시민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쳤고 운송 지연으로 기업들은 수천만달러의 비용을 추가로 떠안아야 했다.

최근 EU는 살충제 규정 강화 법안을 보류하고 농가에 대한 점검과 통제, 휴경 요건을 완화하는 등 농민 시위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 과정에서 친환경 규정이 퇴보했다.

어니코 러이스 헝가리 환경장관은 이번 법안에 대한 입장을 다시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면서 유럽 농업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럽환경위원회는 법안을 무기한 보류하는 것은 2022년 COP15 생물다양성 정상회담에서 앞장섰던 EU의 명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테레사 리베라 스페인 환경장관은 "유럽의 녹색의제 전체를 포기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며 법안 지지를 촉구했다.

EU 순회 의장국을 맡은 벨기에의 알랭 마론 기후장관은 "언제든 마음을 바꾸고 투표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해 법안을 다시 채택 안건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선 후 서울서 수거된 폐현수막 7.3톤...전량 '재활용'

서울시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거된 폐현수막 전량 재활용에 나선다. 선거기간 서울 시내에서 배출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30%에서 100%까지 끌어

하나은행 '간판 및 실내보수' 지원할 소상공인 2000곳 모집

하나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간판 및 실내 보수 등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사업장 환경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간판

경기도, 중소기업 200곳 ESG 진단평가비 '전액 지원'...27일까지 모집

경기도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27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 11∼13일 코엑스 개막

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중소녹색기업의 우수 녹색기술을 교류하고 국내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기후/환경

+

기후변화로 잠수함 탐지 더 어렵다...'음향 그림자' 넓어져

잠수함 탐지의 핵심인 음파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속에서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주요 해역에서 잠수함 탐지 거리 자체가 줄어

영국, 탄소포집에 '2억파운드' 투자... 환경단체 '그린워싱' 비판

영국 정부가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에 2억파운드를 투자한다. 이에 환경단체는 '그린워싱'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에너지부

유골로 '인공 산호초' 조성...탄소도 줄이고 장례문제도 해결

사람이나 반려동물의 유골로 인공 산호초(암초)를 만드는 신개념 장례방식이 영국에서 등장했다.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유골로 암초를 제작해

남아공 겨울인데 물난리...어린이 태운 버스에서 시신 발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홍수로 다리를 건너던 통학버스에서 어린이 4명이 숨지는 등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AFP통신에 따르면, 폭우와 눈으로 남아프

제주 '장맛비' 시작...본격적인 장마는 언제부터?

12일 제주도에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 비는 13~14일 전국에도 내리지만 전국에 장마가 시작됐다고 선언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본격적인 장마는 19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동해...난류어종 방어·전갱이 급증

기후변화로 동해 수온이 오르면서 방어·전갱이 등 난류성 어종이 급증하고 있다.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동해안에서 정치망으로 잡은 어획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