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숲 밀어내고 밀원숲 조성?..."생물다양성 훼손은 꿀벌에 악영향"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5-07 09:51:49
  • -
  • +
  • 인쇄
노령림·경제림 관점에 따라 달라
대규모 단일식재 생물다양성 훼손
▲지난해 충북도에 조성된 아까시나무 밀원단지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꿀벌에게 밀원수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멀쩡한 나무를 베어내고 단일종 나무심기를 하면서 숲의 생물다양성을 되레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림청은 해마다 반복되는 꿀벌 집단폐사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꿀벌의 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꿀 생산량이 풍부한 나무 25종을 선정해 매년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유림에 150헥타르(ha) 규모로 '밀원수림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8년간 조림된 밀원숲은 1263ha에 달한다. 축구장 1263개 크기다.

문제는 이 조림사업이 새로운 숲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숲을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밀원수를 식재한다는 점에서 '산림훼손'이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7일 서울환경연합 최진우 생태도시전문위원은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산림청의 밀원숲 조성사업은 멀쩡한 숲을 베어내고 단일종의 나무를 심는 수종갱신사업에 불과하다"면서 "꿀벌을 살린다는 빌미로 벌채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산림청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경제림과 노령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갱신할 때가 된 곳에 밀원수를 우선 심도록 하고 있는 것이지, 멀쩡한 숲을 밀어낸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고 반박했다.

경제림은 벌채를 통해 수피, 목재, 가지 등의 산림자원을 활용할 목적으로 조성하는 인공림을 말한다. 노령림은 벌채할 수 있는 수령에 다다른 오래된 숲을 말한다. 따라서 밀원수 조성이 아니더라도 언제고 베어질 수밖에 없는 나무들이라는 게 산림청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최 전문위원은 "노령림은 벌채가 가능한 최소 나이인 '벌기령'을 넘어선 숲이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늙어서 제기능을 못하는 숲이 아닌, 성숙해서 생태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도움이 되는 숲을 의미할 수 있다"며 "목재가치가 떨어지는 '불량림'을 경제가치가 높은 경제림으로 조성하기 위해 숲을 갈아엎기 때문에 결국 이해관계자들의 경제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벌목된 숲이 단일종으로 채워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8년동안 국유림에 조성된 밀원수림 특화단지 1263ha 가운데 아까시나무가 745ha, 산벚나무가 188ha, 헛개나무가 160ha 식재됐다. 정부가 선정한 밀원수는 25종에 이르는데 이 3종의 식재 면적이 절반이 훨씬 넘는 1000ha에 달했다. 참고로 학계는 국내 밀원수 자생종을 625종으로 집계하고 있다. 정부의 밀원수 조림사업이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인공 조림사업은 탄소저장량을 일시적으로 늘리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환경에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해 10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환경변화연구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단일종 식재는 토종 생태계 파괴, 토양 산성화, 토종식물 폐사, 산불 증가와 같은 악영향을 가져온다. 또다른 연구에서는 자연림이 인공산림보다 40배 많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이에 많은 생태학자들은 "각국 정부는 상업적 단일 재배보다 토종 숲의 보존과 복원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밀원수로 가장 많이 식재하는 아까시나무에 대해 "헝가리산 외래종이 자생종을 밀어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 한 관계자는 "아까시나무는 국내로 들여온지 100년이 지나 이미 자생종화 돼 있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종도 헝가리에서 육종·개량된 종자로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아까시나무와 차이가 없다"며 "국내 봉군 수는 250만군으로 늘어 전세계 11위이고, 꿀벌밀도는 1㎢당 21.2군으로 2위인 케냐보다 2배 높은 1위이기 때문에 채밀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아까시나무와 같은 벌꿀 생산량이 풍부한 수종을 위주로 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꿀벌도 단일품종의 꿀을 편식하는 것보다 다양한 꽃꿀을 섭취하는 것이 면역력을 높이는데 더 유리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캐머런 잭 조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전염병인 노제마에 감염된 꿀벌 가운데 다양한 꽃가루를 섭취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꿀벌 집단의 생존률은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꿀벌의 수명과 질병에 대한 면역능력은 다양한 꽃가루 섭취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단일수종으로 대규모 조림할 경우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위험성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라며 "향후 밀원수종을 늘려 3월~10월 채밀가능한 다층형 복합 밀원숲을 조성해나가기 위한 연구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우리銀-수자원공사, PPA 체결..."연간 2200톤 온실가스 감축할것"

우리은행이 지난 14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한국수자원공사와 직접전력거래(PPA, Power Purchase Agreement)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직접전력거래(PPA)

서스틴베스트 "배당 안건 분석시 기업가치 고려해야"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배당 안건 분석 시 상장사들이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17일 밝혔다.서스틴베스트는

[최남수의 ESG풍향계] ESG경영 '리더십'이 핵심이다

한 제조기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ESG 실무담당 임원이 회사의 ESG 경영수준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과 예산계획을 CEO에게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CEO

美 SEC 또 뒤집기..."ESG 주주결의안 위임장 투표에서 제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주주결의안을 위임장 투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바이든 정부에

트럼프發 ESG 후퇴?..."EU 주도 ESG 정책기조 지속"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도 향후 국내외 ESG 정책기조는 굳건할 것으로 보인다.대한상공회의소는 13일 '제6차 대한상의 ESG 아젠다그룹 회의'를 열

LG전자, S&P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 2년 연속 '톱1%'에 선정

LG전자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발표한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CSA)에서 2년 연속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톱 1%'에 선정됐다고 13일 밝혔

기후/환경

+

뜨거워진 바다 식는데 걸리는 시간 2배 늘었다...이유는?

바다가 뜨거워졌다가 다시 식는데 걸리는 시간이 40년 사이에 2배 길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연세대학교 송하준 대기과학과 교수 연구팀과 존 마

코코아·커피값 2배 상승..."올해도 기후플레이션 시달릴 것"

올해도 기후변화로 인한 식품물가 상승이 계속 이어진다는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2배 인상된 코코아와 커피는 앞으로도 계속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

겨울에 난데없는 '홍수'...美동부 겨울폭우에 '잠기고 끊기고'

비와 눈을 동반한 강력한 겨울폭풍이 미국 동부 지역을 강타해 최소 9명이 숨졌다.16일(현지시간) AP통신, CNN 방송 등 미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

"한국의 툰베리 등장을 꿈꾸죠"...청년들의 기후대응 사랑방

뉴스트리가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을 차례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는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펑펑 소비하는 부유국들...전세계 산림손실 12% 차지

미국과 영국 등 부유국의 소비가 전세계 산림 손실의 13%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4일(현지시간) 미국 프린스턴대학 연구팀은 부유국이 자국

서쪽은 폭우, 동쪽은 폭설…美 '대기의 강'으로 기상수난

'대기의 강'과 '북극발 한파'의 영향으로 미국 서부는 폭우가 쏟아지고 동부는 폭설이 퍼붓고 있다.13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NWS)은 산불 피해를 입었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