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받은 물건으로 만들었다구요?"...자원순환 가치를 담은 작품들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10-04 20: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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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 '그물코 프로젝트' 전시장
▲'그물코 프로젝트'에서 자원순환의 가치를 작품에 담아 전시한 김효진 작가(왼쪽 위)와 이경래 작가 ⓒnewstree

옷을 가득 짊어진 아이들이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다. 현대사회의 무분별한 소비가 가져온 환경파괴를 그린 작품이다. 그 뒷편으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생활용품들이 그물에 담겨 실에 데롱데롱 매달려 있다. 지구의 회복을 기다리는 소중한 시간을 '침묵'이라는 작품에 담았다.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가 창립 22주년을 맞아 4일부터 서울 을지로 하트원에서 진행하는 '그물코 프로젝트'에서 이경래와 김효진 작가는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기부받은 물품으로 자원순환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11개 작품을 전시했다. 

'그물코'는 아름다운가게의 운동철학으로, 우리 사회의 '관계'는 씨줄과 날줄로 빈틈없이 서로 엮어 있는만큼 서로의 삶에 책임이 있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름다운가게 장윤경 상임이사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물건들은 서로 엮이면서 그물코를 만들듯 제자리를 찾아간다"며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여러 물건들을 사람과 엮어주는 아름다운가게의 행동 철학이 전시에 잘 나타난 것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운가게를 알리고 함께하기 위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1점의 작품들은 무분별한 소비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나 환경을 위한 행동을 독려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행사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압도하는 이경래 작가의 '13인의 아해의 질주'는 무분별한 '과소비'를 비판하는 작품이다. 13개의 마네킹이 옷더미를 짊어진 채 앞을 향해 달리고 있다. 옷더미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가지지 못한 것을 갖고 싶고, 가진 것 이상을 가지기 위해 뛰는 모습을 보니 별 생각 없이 소비하던 생활이 떠올라 가슴이 뜨끔했다.

▲무분별한 소비 행태를 지적하는 이경래 작가 '13인의 아해의 질주' ⓒnewstree

다양한 생활용품이 누에고치처럼 그물에 묶여있는 '침묵'은 각양각색의 물건들로 언뜻 아름다워 보인다. 작품을 만든 조각가이자 공간디자이너인 이경래 작가는 "우리가 소비하는 여러 물건들이 누에고치 속 애벌레에서 아름답게 우화할 수 있게 잠시 침묵하는 시간을 갖자는 의미를 담았다"며 "너무 많은 물건들이 제대로 가치있게 쓰이지 못한 채 새로운 물건으로 대체되거나 쉽게 버려진다, 이제는 이런 소비를 잠시 멈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그린 디자이너인 김효진 작가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물 골'은 길게 이어붙인 옷소매를 그물처럼 엮어놓은 작품이고 '그린 유토피아(Green Utopia)'는 씨실만 엮어놓은 텐트다. 관람객들이 날실을 직접 엮어낼 수 있도록 해뒀다. 버려진 셔츠로 만든 손수건을 나뭇잎으로 삼고 버려진 자전거 바퀴를 나무의 줄기로 삼아 크리스마스 트리를 형상화시킨 'We wish you Merry Christmas' 작품에 대해 김효진 작가는 "우리의 소비습관을 되돌아보고 버려진 물건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아름다운가게 이혜라 홍보팀장은 "전시물들은 아름다운가게의 물건들을 소재로 제작됐고, 전시가 끝나면 다시 물건으로 돌아가 새로운 주인을 찾아갈 수 있어 의미가 크다"며 "포럼도 자원순환을 주제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들로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관람객들이 '그물코 프로젝트'에 전시된 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newstree

전시물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는 말에 관람객 강하늬(30)씨는 "아름다운가게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이 이렇게 멋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며 "재사용, 재활용 외에도 이런 방법으로 자원순환의 단계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서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아름다운가게 회원인 김민선(29)씨는 "보통 전시회를 보면 친환경을 주제로 삼아도 결국 전시가 끝나면 쓰레기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많은 물건들이 작품으로 쓰이고 다시 제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이번 전시 자체가 여러 물건을 다시 사용하게 되는 아름다운가게를 너무 잘 표현한 것같다"고 말했다. 

'그물코' 전시는 오는 12일까지 진행되며 서울 을지로 167에 위치한 을지로 하트원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단, 월요일은 휴관이다.

한편 이날 같은 장소에서 자원순환과 나눔을 주제로 한 전문가 포럼도 개최되고 있다. 4일에는 뉴스트리의 윤미경 대표와 같다의 고재성 대표, 코끼리공장의 이채진 대표 그리고 아름다운가게 이범택 국장이 강연했고, 5일에는 제임스 후퍼 박사, 개그맨 박은영과 현정이 강연자로 나서 자원순환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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