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오는 4월 2일 '상호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60%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210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미국 관세 영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제조기업의 60.3%가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의 직·간접 영향권에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품목이 관세의 영향을 받아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은 지난 3월 12일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시행했고, 같은 달 26일에는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품목별 관세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처럼 관세 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기업뿐 아니라 관세 대상국 이외 국가나 국내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기업, 중국에 부품과 원자재를 수출하는 기업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간접 영향권에 놓인 품목을 보면 배터리(84.6%)와 자동차·부품(81.3%)이 가장 많았다. 미국에 진출한 우리 대기업에 부품, 소재 등 중간재를 납품하는 협력사들이 많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69.6%), 의료정밀(69.2%), 전기장비(67.2%), 기계장비(66.3%), 전자·통신(65.4%) 등이 뒤를 이었다.
자동차는 지난해 전체 수출 중 미국의 비중이 46%를 차지했고, 여기에 멕시코 등 타국 생산공장에서 수출하는 물량까지 감안하면 약 70~90만대의 물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미국 판매량이 가장 많은 현대자동차·기아는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신규 플랜트를 준공하는 등 현지 생산량을 늘려 관세 타격을 줄일 전망이지만,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 기업은 영향을 피할 길이 없다.
철강의 경우 수출물량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10%로 자동차에 비해선 낮지만, 미국의 시장가격이 높아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시장으로 꼽혀온 만큼 관세정책이 장기화 될 시 우리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관세 영향으로 납품 물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직접 수출하지 않더라도 간접 영향권에 속한 기업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고율 관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 미국시장 내 가격경쟁력 하락, 부품·원자재 조달망 조정, 납품단가 하락 등이 있다.
그러나 대응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근본적인 대응책인 현지생산이나 시장다각화를 모색하는 기업은 3.9%에 그쳤고, 동향 모니터링이나 생산코스트 절감 등 상황을 지켜보는 기업은 74.5%에 달했다. '대응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20.8%였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4곳 중 1곳은 대응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본격적으로 미국 관세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제조기업들은 대미 수출뿐만 아니라 중국의 저가공세 등의 간접영향까지 더해져 경영상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 네트워크와 외교 채널을 통해 관세 영향 최소화에 힘쓰고 피해 업종에 대한 지원책을 세우는 한편, 장기적으로 관세와 같은 대외리스크를 이겨낼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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