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플라스틱 협약 최종 협상이 8월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외 1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안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고금숙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서 이재명 정부가 야심차게 활약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면서 "그런데 지난 6월 95개국이 서명한 '니스 선언'에 참여한 국가 명단에 대한민국을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니스 선언은 지난 6월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제3차 유엔 해양총회에서 플라스틱 생산 및 소비 감축을 위한 구속력 있는 협약을 촉구하며 발표한 선언문이다.
고 대표는 "국민주권 정부가 협약에 '알맹이'를 빠뜨리지 않도록 생산 감축을 포함한 협약문을 지지하는 등 책임지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알맹상점처럼 국민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순환경제 거점을 국가가 지원하겠다'며 탈플라스틱 로드맵 수립을 공약한 바 있다. 알맹상점은 국내 최초의 리필스테이션이다.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의 김혜주 국제협력팀장은 "이 대통령은 해양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범지구적 해양 쓰레기 제거 사업에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과 규모를 파악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한국이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바로 20일 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 5.2차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협상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서아론 국장은 "2024년 실시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82.2%가 플라스틱 사용 종식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고, 64.6%는 재활용보다 생산 감축이 우선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들은 이미 플라스틱을 줄이겠다는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들의 실천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사회적 분위기와 정부 정책의 뒷받침이 필수"라고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을 대표하는 한국 정부가 이 협상장에서 생산 감축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플뿌리연대는 기자회견문에서 한국 정부는 INC-5의 개최국이었음에도 그간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대통령이 공언한 탈플라스틱 로드맵의 핵심은 폐기물 처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원료가 되는 화석연료 추출을 포함한 플라스틱 전 생애 주기의 '생산 감축'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플뿌리연대는 지난 11일 환경부, 외교부, 대통령실에 시민사회의 요구를 담은 '우리가 바라는 야심찬 협약문'을 전달한 것을 언급하며 "이제는 정부가 응답할 차례"라며 생산 감축 없는 협약은 '알맹이 없는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대한한국 정부' 이름표를 붙인 인물이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항목'이 적힌 체크리스트에 서명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생산 감축 없는 협약은 무의미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오는 8월 5일부터 14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5.2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2)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 협약을 성안하는 사실상 마지막 협상 기회다. 플라스틱 협약은 지구 환경 거버넌스를 새롭게 구축할 '세기의 협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최종 협상 시작이 20일밖에 남지 않은 지금, 한국 정부는 생산 감축을 포함한 협약의 방향성에 대해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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