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숲의 식생 이미 바뀌기 시작...기후변화의 결과"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11-01 0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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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4년째 숲 관찰한 최영선 숲 해설사
"남쪽 수종들이 북쪽에서 발견...해충도 늘어"
▲숲 해설가 최영선씨는 "숲의 식물이 변화한다는 것은 이미 기후변화가 최악의 상태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newstree

"기후변화로 한반도의 숲은 이미 변하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14년째 '숲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영선씨의 말이다. 전국에는 약 1만명 정도의 숲 해설사들이 활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주로 휴양림, 수목원 등에서 탐방객들에게 자연생태에 대해 설명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수십년동안 수많은 산과 숲을 직접 돌아다녔다. 올해도 400개가 넘는 산을 탐방했다. 그래서 숲의 변화를 누구보다 더 빨리 알아챈다. 최 해설사는 "10년전부터 우리나라 숲의 식생이 뚜렷하게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원인은 '기후변화'로 꼽았다.

남부지방에서 자라던 나무들이 평균기온이 올라가면서 중부지방쪽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표적으로 단풍나무는 주로 따뜻한 남쪽에서 자라는 수종인데, 올해 청계산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면서 "가로수로 많이 심어졌던 단풍나무인데 온도가 따뜻해지면서 산쪽에서도 자라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풍나무뿐만이 아니다. 덩굴식물인 계요등, 이팝나무, 가시가 뾰족한 청미래덩굴도 주로 전라도, 경상도 등 남쪽에서 자라던 식물들인데 최근에는 과천에서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했다. 서식지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10년 사이에 청미래덩굴의 서식지가 중부지방으로 북상하고 있다며"며 "대나무도 영하 5도 이하에서는 살 수 없는데 평균기온이 올라가면서 중부지방에서도 대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했다.

한반도에서 자생하는 나무와 식물들이 전체적으로 북상하고 있는 것은 위험신호가 아닐 수 없다. 최 해설사는 "나무 서식지의 변화는 나무 그 자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면서 "기온상승에 따른 곰팡이, 해충들이 더욱 많이 생겨나고, 이는 결국 우리 먹거리를 위협하는 신호"라고 했다. 이어 그는 "숲의 변화는 기후변화의 결과"라며 "나무들이 고사하고 식생 문제가 생기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들은 이미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징표"라고 강조했다.

▲잎을 갉아먹고 있는 대벌레

실제로 우리나라 기온이 전반적으로 따뜻해지면서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대벌레, 꽃매미 등의 개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선녀벌레는 감나무, 배나무 등 활엽수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어 나무를 말라죽인다. 꽃매미는 포도, 배, 복숭아, 사과 등 과일에 큰 피해를 준다. 지난해 서울 은평구에서는 잎을 갉아먹는 대벌레의 이상번식이 보고된 바 있다. 해충이 많아진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식탁이 위협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충들의 종류들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해충'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다. 올 9월 200만그루 이상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려 고사했다. 전례없는 대규모 피해였다. 최 해설사는 "올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솔수염하늘소 서식지가 북상했다"며 "그에 따라 하늘소에 붙어있는 0.3mm 크기의 재선충들이 함께 딸려오면서 소나무 피해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봄 가뭄과 여름의 국지성 호우 등으로 가로수에서 진딧물도 많이 발견됐다. 

최 해설사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지구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개개인이 채식을 하거나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동체 전체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며 "1인당 먹는 고기의 양을 100g만 줄여도 엄청나게 많은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초·중·고에서 필수적으로 생태교육을 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최 해설사는 "기후위기로 인해 생태계가 얼마나 파괴되는지 어릴 때부터 알아야 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단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뿐 아니라 전국민을 대상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 을지로3가역 근처 가로수로 적합하지 않은 소나무들이 끈으로 지탱되고 있는 모습 ⓒnewstree

최 해설사는 "가로수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가로수가 전선줄에 닿는 걸 방지하기 위해 가지치기를 마구잡이로 하고, 보도블록과 아스팔트에 갇혀 뻗어나가지 못한 뿌리가 썩어 결국 나무가 고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로수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가로수가 죽으면 다시 심기만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을지로3가역 인근 도로변에는 종종 소나무들이 가로수로 식재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소나무는 가로수로 매우 부적합한 수종이라는 게 최 해설사의 주장이다. 소나무는 빛이 없으면 금방 죽는다. 그런데 도로변은 건물들로 인해 햇빛이 가려져 그늘인 곳이 많다. 이런 곳에 소나무를 심으면 뿌리가 썩어버린다고 했다.

최 해설사는 "그늘에 소나무를 심어놓으니 겉보기엔 멀쩡해도 속이 텅 비어 있어서 강한 비바람에 쓰러질 우려가 커진다"면서 "나무는 100kg이 넘기 때문에 쓰러질 때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갈수록 빈번해질 것이므로, 이로 인한 가로수 쓰러짐 피해는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여의도 윤중로의 벚나무들이 많이 고사해서 베어졌는데 이유는 가로수 주위를 덮고 있는 콘크리트때문이었다. 뿌리가 더이상 뻗어나갈 공간이 없어서 죽어버린 것이다. 최 해설사는 "수명이 100~1000년에 이르는 가로수 수종들이 50년도 안돼 죽어나가고 있다"며 "지자체는 나무를 베고 심기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전문인력이 가로수를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로수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다가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숲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최 해설사는 이천시와 과천시 생태현황지도 작성을 위한 산림조사에도 현재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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