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입고 버리는 '반짝이 의상'…미세플라스틱 주범?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2-28 11:47:55
  • -
  • +
  • 인쇄
금속반사 코팅 플라스틱…쉽게 떨어져
"유해화학물질·폐기물도 더 많이 발생"


연말연시를 맞아 모임이 잦아지면서 일명 '반짝이 의상' 구매량이 늘고 있지만, 의상의 소재가 환경에 치명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BBC는 흔히 반짝이 장식으로 알려진 '시퀸'(Sequin)이 유해화학물질과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고, 방치되거나 버려지는 등 낭비되는 경우가 많아 환경보호 차원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도했다.

'시퀸'은 금속 반사 코팅을 한 플라스틱을 옷에 꿰매 다는 다양한 모양의 장식이다. 각도에 따라 빛을 반사해 화려한 분위기를 내기 때문에 의류나 가방 등에 장식용으로 쓰인다. 문제는 이같은 시퀸이 쉽게 떨어져나간다는 점이다. 떨어져 나간 시퀸이 하수구를 타고 내려가면 자연 환경 속에 수백년간 잔류하면서 더 작은 조각들로 파편화되고,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다.

국제환경법센터의 플라스틱 및 석유화학 캠페인 매니저인 제인 패튼(Jane Patton)은 "시퀸은 누군가를 껴안거나, 자동차를 타고 내리거나, 그냥 걷거나 춤을 출 때에도, 또 세탁할 때에도 계속해서 떨어져 나오게 된다"며 "패스트 패션이나 할인매장에서 나온 옷이면 더하다"고 지적했다.

제인 패튼은 "시퀸은 합성소재로 만들어졌고, 대부분 유해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중, 물, 토양 등 어떤 환경에 잔류하더라도 잠재적인 위험성을 갖췄다"며 "이같은 미세플라스틱은 쉽게 스며들고 이동이 쉽기 때문에 매우 광범위한 문제로 퍼져있고, 청소하거나 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지난 40여 년 사이에 10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바다 밑바닥 퇴적토로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은 물리적 풍화나 분해 없이 그대로 잔류하면서 질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시퀸 의상 구매자들은 대부분 일상복으로 활용하지 않고, 금방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자선단체 옥스팜이 18~55세 영국 여성 2000여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40%가 축제 시즌을 위해 시퀸 의상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또 25%만이 구매한 시퀸 의상을 다시 입을 계획이라고 확신했고, 옷을 버리기 전 5번 정도만 더 입을 것으로 응답한 이가 대부분이었다.

5%의 응답자는 옷을 다 입으면 쓰레기통에 버리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옥스팜은 2019년 축제 파티 의상 170만벌가량이 쓰레기 매립지에 묻힐 것으로 추산했다. 쓰레기 매립지는 플라스틱 격리장이 아닌 잠재적 미세플라스틱 배출원으로 작용한다.

그린피스 독일지부의 순환경제 및 유해물질 운동가 비올라 볼게무트(Viola Wohlgemuth)에 따르면 의류업계가 생산하는 물량의 40%는 애초에 팔리지도 않고, 선박에 실어 다른 나라에 폐기처분한다. 볼게무트는 "시퀸으로 장식된 옷도 예외는 아니다"며 "케냐와 탄자니아의 중고 의류시장이나 매립지에서 여러 번 목격한 바 있다"고 전했다.

볼게무트는 이어 "섬유 폐기물 수출에 대한 규제는 없다"며 "그런 수출품들은 중고 직물로 위장돼 가난한 나라에 버려지고, 그곳의 매립지나 수로에 머물면서 해당 지역을 오염시킨다"고 밝혔다.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교역을 규제하는 바젤협약 하에 금지된 전자폐기물이나 플라스틱폐기물과 달리 아무런 제재가 없다는 것이다.

시퀸의 제조 방식도 문제다. 플라스틱 판에 구멍을 내는 방식으로 제조되고, 인조 합성섬유로 기워서 의상에 부착시키기 때문에 부차적인 폐기물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의류 재질의 60%는 폴리에스테르나 아크릴과 같은 플라스틱이며, 옷을 세탁할 때마다 미세섬유가 갈라져 미세플라스틱 배출의 주범이다. 국제 자연 보전 연맹(IUCN)은 합성섬유가 바다로 방출되는 미세섬유의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인도 구자라트 주의 한 직물공장 소유주 지그네시 자가니(Jignesh Jagani)는 "몇몇 기업이 폐기물을 태워버리려고 시도했지만, 유독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주 오염관리위원회가 이를 막았다"며 "그대로 매립하거나 방치할 수도 없어 이같은 폐기물을 다루는 일은 큰 도전이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