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지구]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새 둥지 90% 넘는다

장다해 기자 / 기사승인 : 2025-07-15 08:30:03
  • -
  • +
  • 인쇄
[연중기획]

▲플라스틱 노끈에 엉켜있는 흰 황새 (사진=Marta Acacio)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새 둥지가 90%를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둥지에서 태어난 새끼들 중 일부는 2주만에 쓰레기에 엉켜 목숨을 잃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UEA대학 환경과학부 우르술라 하인츠 박사 연구팀은 포르투갈 남부에서 2018년~2023년까지 568개의 흰 황새 둥지를 모니터링한 결과, 둥지의 91%(517개)가 비닐봉지, 플라스틱 노끈, 헌옷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사용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황새 둥지의 65%에서 비닐봉지가 발견됐으며, 노끈(베일러 끈)이 발견된 둥지는 42%, 헌옷은 18%에 달했다.

이와 동시에 연구팀은 2023년 매주 93개 둥지에서 새끼들이 겪은 엉킴 피해를 확인했는데, 이 가운데 27%(25개)의 둥지에서 엉킴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둥지에서 태어난 새끼 290마리 중 12%(35마리)가 플라스틱 쓰레기에 엉켜 생후 2주 안에 사망했다.

▲ 플라스틱 쓰레기를 엮어 만든 새 둥지 (사진=Marta Acacio)

엉킴 피해를 겪은 새끼 새가 4주 이상 살아남은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새끼 새들은 건초 뭉치를 고정하는 데 쓰이는 파란색 플라스틱 노끈이나 비닐봉지 등에 엉켜 목이 졸리거나, 신체 일부분이 절단됐다. 피부가 찢기면서 상처가 감염돼 죽기도 했다.

특히 새끼 새들의 엉킴 사고 중 49%가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든 베일러 끈 때문이었다. 농경 지역에 만들어진 둥지 가운데 절반에서 베일러 끈이 발견됐다. 둥지 속 노끈이 1개 늘어날 때마다 새끼 사망률은 1.17배 증가했다.

베일러 끈은 건초나 짚 묶는 기계를 묶는 데 사용되는 농업용 끈이다. 이는 폴리프로필렌 여러 가닥으로 이뤄져 있는데, 둥지에서는 개별 가닥으로 갈라져 엉킴 위험이 커진다. 유럽 전역에서 베일러 끈은 매년 8만톤가량 사용되고 있다. 끈과 같은 농업폐기물은 밭에 매립되는 경우가 많고, 분해되는 데 30년이 걸린다. 

연구팀은 "새끼 황새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베일러 끈을 유해물질로 간주하고 사용중단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며 "플라스틱 대신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해야 할 뿐 아니라 이미 오염된 환경에 남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거하는 작업 또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계에서 매년 3억5000만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이 중 약 1900만~2300만톤이 육지 생태계로 유입된다. 이는 해양생태계에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2배에 달하는 수치로, 육지에서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생태지표(Ecological Indicators) 7월 14일자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량이 내연기관차급

저탄소 친환경 자동차로 규정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가 실제로는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

KT 불법 기지국 4개→20개로...소액결제 피해자 더 늘었다

KT가 자사 통신망에 접속해 가입자 불법결제에 이용한 불법 초소형기지국(펨토셀)이 20개였던 것으로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바로는 불

현대차, 인니에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 개소...수거부터 교육까지

현대자동차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일환으로 인도네시아에 지역주민 주도형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을 개소했다. 16일(현지시간) 인도네

삼성전자-삼성물산, 혈액으로 암 조기진단 美기업에 1.1억불 투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증상이 없는 사람의 혈액 채취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6일(현지시간) 1억1000만달러를

[현장&]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은 왜 소비쿠폰 안돼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정리를 한다. 여름내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상자에 집어넣고, 상자에 있던 가을겨울 옷들을 꺼내서 옷장에 하나씩 정

기후/환경

+

"70억달러 태양광 보조금 내놔!"...美 22개주 연방정부 대상 소송

트럼프 행정부가 70억달러 규모의 태양광발전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미국 22개 주에서 이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16일(현지시간) 롭 본타 미국

환경규제 강한 국가일수록 친환경 제품 생산지로 각광...이유는?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강한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기

탄소감축과 자연회복 동시 추진...UNEP, 개도국에 1억불 투입

유엔환경계획(UNEP)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국제 프로그램을 출범했다.16일(현지시

[주말날씨] 비온 후 '쌀쌀'...서울 기온 5℃까지 '뚝'

이번 주말에 또 비소식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추워지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비는 17일 저녁 서쪽부터 내리기 시작해 밤사

기후변화에 위력 커진 태풍...알래스카 마을 휩쓸었다

미국 알래스카 해안이 태풍 할롱에 초토화됐다. 폭풍으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150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이재민이 됐다.15일(현지시간) 알

올여름 52년만에 제일 더웠다...온열질환자 20% '껑충'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