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곳곳에서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최근 서부 유럽과 멕시코에서 가뭄과 폭염으로 물부족에 시달린 데 이어 영국과 레바논에서도 가뭄이 마치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환경청은 올해를 두고 "1976년 이후 가장 건조한 해"라고 했다. 6월 평균기온이 1884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찍었고, 6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20% 적은 상황이다. 이 영향으로 동부 미들랜드, 서부 미들랜드, 요크셔, 노스 웨스트가 가뭄을 겪으면서 생활, 농업, 산업현장에서 물이 부족해 비상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영국의 저수지 수위는 10년만에 최저치다. 영국 전역의 저수율은 75.6%이지만 가뭄을 겪고 있는 요크셔 지역의 저수지 수위는 53.8%에 불과하다. 극심한 가뭄이 들었던 2022년 여름에도 영국의 평균 저수율은 77%를 기록했다.
가뭄과 폭염으로 댐과 저수지가 바닥을 보이면서 영국은 식수 위기에 직면했다. 영국에서 가장 큰 수도사업자 템즈워터(Thames Water)는 이달 22일부터 호스 사용금지를 조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차량세차를 비롯해 정원·텃밭 물주기, 수영장·물놀이나 창문씻기 등을 일체 할 수 없게 된다.
영국 에마 하디 수자원부 장관은 "앞으로 10년간 물부족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수자원을 긴급하게 확보하기 위해 1040억파운드(약 193억원)의 민간자본을 유치해 저수지를 9개와 누수 방지를 위한 신규 파이프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레바논도 현재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레바논 리타니강 국가관리청(LRA)은 15일(현지시간) "올해 우기(11월~4월)에 카라운 호수로 유입된 물의 양이 연평균 유입량의 1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보통 레바논, 이스라엘, 남유럽 같은 지중해성 기후는 연간 유입량의 80~90%가 우기에 몰리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연평균 유입량은 3억5000만m³인 반면, 이번 우기에는 4500만m³만이 유입됐다. 지난해 우기 유입량은 2억3000만m³였다.
사미 알라위 하천관리 책임자는 "1989년, 1990년, 1991년에도 가뭄이 있었지만 올해가 가장 심각한 가뭄"이라면서 "레바논 전역과 유역 전체에서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레바논이 이처럼 역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것은 기후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꼽혔다. 올해 레바논은 겨울철 강수량 자체가 매우 부족했고, 여기에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증발량이 늘어나면서 물 부족을 겪고 있다. 그나마 내린 비는 건조한 토양으로 그대로 스며들거나 증발해버렸다. 수년간 반복되는 가뭄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물의 순환시스템도 붕괴돼 유입효율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변화로 가뭄은 더욱 장기화되고 심각해지고 있다. 국제연합(UN)은 지난 2일 '2023~2025년 전세계 가뭄 주요 발생지' 보고서를 통해 "역사상 최고 수준의 지구 기온으로 발생한 전례없는 가뭄은 여러 대륙의 핵심 지역을 황폐화시켰으며, 그 피해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아프리카 소말리아 정부는 2022년 한해에만 가뭄으로 4만3000명이 굶어죽은 것으로 추산됐고, 올초에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440만명이 위기 수준의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동아프리카와 남부 아프리카 전역에서도 역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9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아를 겪고 있다.
지중해 인접국인 스페인은 2023년 9월까지 2년간의 가뭄과 기록적인 폭염으로 올리브 수확량이 50% 감소해 올리브유 가격이 2배로 치솟았다. 아마존에서도 2023년과 2024년에 기록적으로 낮은 강 수위로 인해 물고기와 멸종위기에 처한 돌고래가 대량 폐사했다. 산림 벌채와 화재가 심화됨에 따라 아마존은 탄소 흡수원에서 탄소 발생원으로 전환될 위기에 처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세계 가뭄 전망'을 발표하면서 "가뭄의 영향을 받는 전세계 육지 면적은 1900년 이후 2배로 증가했으며, 현재 지구의 40%가 더 빈번하고 강도 높은 가뭄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가뭄으로 인한 비용은 2000년 대비 최소 2배 이상이며, 2035년까지 35%에서 11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구온난화가 4°C 증가하면 산업화 이전에 비해 가뭄이 최대 7배 더 빈번하고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숲과 습지를 보존해 지하수를 늘리는 등 건강한 생태계와 지속가능한 토지 관리가 가뭄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는 도시 토양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 매년 최대 7억8000만m³의 물이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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