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이번엔 항생제 소고기…우리나라는?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11-24 08: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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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요 식품사 납품 소고기서 HP-CIA 발견
내성균 위험…"맥도날드 항생제 줄이기 포기"


맥도날드와 월마트 소고기 공급업체가 항생제를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는 맥도날드, 타코벨, 월마트 등 미국 주요 식품기업에 소고기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항생제를 남용하고 있어 슈퍼박테리아(항생제 내성균) 확산 위험이 크다고 보도했다.

영국 탐사보도국(Bureau of Investigative Journalism)과 가디언지가 입수한 미공개 미 정부기록에 따르면 육류포장업체 카길(Cargill), JBS 및 그린베이(Green Bay)에 소고기를 조달하는 농장들이 의료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항생제 HP-CIA를 사용해 공중보건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러한 약물들은 의료계에 매우 중요해 축산업에 사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더욱이 HP-CIA는 심각한 박테리아 감염을 치료할 최후의 수단으로 신중히 사용된다.

질병예방 및 치료목적에 따른 항생제 사용은 금지되지 않지만, 과거에는 처방전 없이 항생제를 구입할 수 있었다. 더욱이 가축의 물과 사료에 첨가되어온 항생제는 대부분 의학적 중요도가 커 수의사 처방이 필요한 것들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2017년부터 성장촉진용 항생제 사용을 금지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 같은 행위를 금지한다고 발표한 뒤 농업용 항생제 판매가 1/3로 줄었지만 많은 미국 축산업자들은 ​​여전히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전히 수의사의 처방만 있으면 질병예방 명목으로 계속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항생제 남용으로 박테리아가 내성을 지니면 정작 사람을 치료할 때 약물이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항생제 내성은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공중보건위협 중 하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만 3만5000명 이상, 전세계 130만 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한다. 약물 내성균이 환경에 퍼질 위험도 상당하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미 농무부(USDA) 산하 식품안전검사국(FSIS)의 실험 결과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대부분의 소고기 생산·공급과정에 HP-CIA 및 기타 항생제 잔류물이 발견됐다.

또 탐사보도국·가디언지 측이 미국 최대 육류포장업체 10곳과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모든 공급업체에서 최소 하나 이상의 HP-CIA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는 사용 중인 별도의 HP-CIA가 7가지나 있었다. 웬디스, 월마트, 타코벨 등의 공급업체 JBS와 연결된 축산농가들이 해당됐으며 크로거(Kroger) 슈퍼마켓 체인의 공급업체도 HP-CIA를 7개씩 쓰고 있었다. 맥도날드에 소고기를 판매하는 카길의 공급업체들은 최소 5개의 HP-CIA를 사용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약물 외에도 의료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다른 유형의 항생제들도 발견됐다. 미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항생제 세프티오퍼(Ceftiofur)의 잔류물이 주요 패스트푸드 체인점과 식료품점에 공급되는 소고기에서 발견됐다. 세프티오퍼는 사육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약물로 박테리아감염 예방·치료 목적뿐만 아니라 도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투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축산업에서 이를 사용하면 정작 인간을 치료할 때 항생제 내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 발견은 공중보건전문가와 운동가들의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코리 부커(Cory Booker) 미국 상원의원은 "의학적으로 중요한 항생제를 공장식 농장에서 무분별하게 남용하는 것은 공중보건에 치명적"이라며 식품생산에서의 항생제 규제 강화를 지지했다. 그는 농업 대기업들이 "초래될 심각한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항생제 오남용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메르 파텔(Sameer Patel) 미국 시카고 루리소아병원 전염병전문가는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 더 강력한 항생제를 사용하고, 그 항생제에도 내성이 생기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며 오늘날 세프티오퍼가 속한 항생제 계열인 3세대 세팔로스포린에 내성을 가진 어린이들의 사례가 늘었음을 지적했다.

비영리조직연합 미국 공익단체(US Public Interest Group) 소속 매트 웰링턴(Matt Wellington)은 맥도날드가 축산업자들로 하여금 항생제 사용을 줄이게 하라는 요구를 반복적으로 피했다고 폭로했다. 2018년 맥도날드는 관련 목표를 세우기로 약속했으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거의 진전이 없었다. 웰링턴은 "맥도날드는 대규모 소고기 공급망에서 항생제 사용을 줄일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겠다는 약속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의약품 보존에 큰 타격을 주고 나머지 업계에 나쁜 본보기가 된다"고 일침했다.

농민들 또한 항생제를 사용해 저렴한 육류가 큰 수요를 얻으면서 이에 따른 압박을 받고 있다. 몇 년 전 산업농업과 항생제 사용에 등을 돌렸다고 밝힌 미국 조지아 남부의 농부 윌 해리스(Will Harris)는 "소비자들이 값싼 음식에 중독된 데에는 대형식품기업들에 책임이 있다"며 식품기업들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비판했다.

이에 JBS 측은 가축 항생제 투여에 대한 직접적 책임은 없지만 "수의사의 감독 하에 질병 예방, 통제 및 치료 용도로만 사용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카길은 "신중한 항생제 사용은 동물들이 질병에 걸리는 일을 막고 질병에 걸린 고기가 공급되지 않도록 보장한다"며 식품생산에서의 책임 있는 항생제 사용을 지지하면서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한 의료용 항생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타코벨은 소고기 신선도 기준을 업데이트해 "미국과 캐나다 공급업체가 2025년까지 소고기에 의료용 항생제 사용을 25% 제한하도록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월마트, 크로거, 웬디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맥도날드 측은 항생제 문제에 관한 온라인성명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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